수크란, 하비비

9월, 첫날, 시작일기

by 이수연

친구가 적다

나는 사실을 알고


그러나 고개를 주억거린다 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친구의 광의는

일상의 모든 타자를

지칭하므로


언어와 행위의 소통이

담보되지 않더라도

친구다


『나의 인터넷 친구』을 보니

내 인터넷 친구들이 생각난다


현상에 대해 가감 없이

떠들고

싸우고

화해하는 친구들


그들 앞에서는 죽음의 고통도

한낱 농담거리로 치부되며


하루의 요깃거리일 뿐

나는 그 모습이 좋다







그때였다, 아이가 내 옆에 서 있었다. 흠칫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는 하얀 이를 드러내곤 수줍게 웃으며 내게 찬물이 든 물병을 내밀었다. 핫산이었다. 우리 발굴팀의 부엌일을 도와주는 자미야의 아들. 아이는 물병을 나에게 건네주고 내 옆에 말없이 쪼그리고 앉았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착한 아이는 오후의 햇볕에서 일을 하는 나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다가 어미에게 물을 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고는 이 폐허로 올라왔을 것이다. 나는 햇빛이 곧 서쪽으로 넘어가버리면 단면도를 더 이상 그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의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수크란, 하비비,라고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고맙다, 친구야 라는 말이었다. 아이는 고개를 숙이면서 작게 웃었다. 우리는 폐허의 너머를 함께 바라보았다. 유프라테스강의 줄기를 끊어 가두어 만든 인공 호수의 물이 폐허의 너머에는 있었다. 물은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빛을 받으며 견딜 수 없이 시끄러운 물과 빛이 접초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그 빛을 바라보는 순간은 마치 영원 같았다.



-허수경,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考 허수경 시인

우리는 어떻게 친구가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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