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월요일, 시작 일기
간만에 동기를 만나
나눈 대화가 즐거웠다
그들은 계절의 옷을
갈아입듯
변하고 있고
달라지지 않는 나는
즐겁고
소란한 마음,
감추지 못해 부끄러웠다
일상은 나를 지탱하고 괴롭히는 것
몸은 마음의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더 해지는 생활의 두려움
혹은 공포
미지의 마음을 등불 삼아
밤의 학교를 걷는다
놀이의 미덕은 계속되는 것
오늘은 어떤 기쁨을 쌓을까
♧
자서(自序)
안녕,
세계는 너무 빠르고 복잡하지만
너의 단순한 화면은 질리지 않네
이 상태로 너에게 달려가고 싶다
우주가 무수히 쏟아지듯이
2025년 4월
여한솔
-「시인의 말」, 『나의 인터넷 친구』
이것을 나누어 줄 것입니다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코드를 만들었으니까요
차가운 손으로 연필을 깎습니다
기억에는 방향이 많아서 적막은 쉽게 옵니다
선생님은 나를 가르칠 때 사랑은 셀 수 없는 명사라고 했습니다 나는 머리가 나빴으니까 그런 말은 믿지 않고 수업 내내 핸드폰만 만지작거립니다 사랑은 셀 수 없다고 가르치셨는데요 선생님, 제가 가진 사랑의 분량은 티가 나고 있어요
수업이 끝나면 거리를 걸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하트가 떠다닙니다
짧은 정원을 지나칩니다
인터넷에서만 본 나무가 친구네 뒤뜰에 있습니다
그것에 다가가 매달려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되지 못합니다
지루하고 쓸쓸한 것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진열된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은은한 조개껍데기나 도자기의 검은 구멍처럼 작은
기계라는 것은 마음을 읽어 냅니다
나를 서류처럼 쌓아 올리면서요
로봇 물고기는 호수 대신 바닥을 헤집고 수영을 하면서
입속의 구조를 열어 줍니다
나는 열려요
즐겨찾기, 하고 생각하면
문고리가 돌아가고 철컥 여닫는 소리가 납니다
아이스크림 가게나 과학실에 닿게 합니다
여러 개의 눈을 보고 있어요
알고리즘은 복잡하고 힘이 셉니다
어떤 정원이나 인터넷은 길을 잃기 쉽지만
배롱나무 이파리처럼 내려앉는 사랑이란 단어는
셀 수 있어요
거기에 누군가 있습니다
나는 그냥 믿고 있는 것입니다
-「나의 인터넷 친구」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