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없이 일어났다

9월, 화요일, 시작일기

by 이수연

장난감 상자에

무엇인가 있다면


확인하지 않고

지켜보는 일은


기다림의 일


그러나

삶의 비의는

상자를 열었을 때


안팎이 없는

직육면체의 꿈을

목격할 때 생겨난다


빈 상자에

넣어둘 장난감을

스스로 발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


알람 없이 눈을 뜨는 아침을

후회하는 시간이 있고


미처 울리지 못한

시계의 침묵


이제 칫솔을 꺼낸다







1장


장난감

/

시는 어떻게

'있는' 것을 '다시 있게' 하는가?


1/

기차가 있으면 장난감 기차가 필요하듯이 죽음이 있으면 장난감 죽음도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가 가지고 놀 수 있도록. 그 손이 영원히 자라지 않도록. 하지만 어느 날 장난감은 버려질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버렸는지도 모른 채. 어른이 되겠지. 오직 죄는 그뿐. 이제사 모든 장난감이 그 자신인 것을 알겠고 버려지는 일이 계절의 노역임을 알겠다. 내 가을의 장난감이 겨울 눈 속에 파묻힐 뿐이라는 것도. 그리고 무심한 아침 눈밭에서 잠시, 눈사람의 키로 일어서서 바라보겠지.


5/

무엇보다도, 신은 인간을 욕망의 장난감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 장난감의 조립도가 사랑이라면, 그 사용설명서는 슬픔일 것이다.



-신용목,『비로 만든 사람』


신용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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