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열차가 오지 않을 것 같다

9월, 수요일, 시작 일기

by 이수연

구체적인 시간에

도착해야 한다면

나는 지하철을 이용한다


3호선


지상에서 조금 높아서

철교를 건너는 기분


간밤에는

개인적인 슬픔이 있었고


계단을 오르다가

난간 위에 유리를 봤다


이제사 알겠다


이 유리는 영혼으로 빚어진 것


난간을 넘어버린 사람이

유리가 되어버렸다는 것


귀마개 대신

귀 속에 돌을 넣고 싶다


작은 것부터

천천히

구덩이가 메워지듯이







아파트



아빠?

여자는 되물었지만

아파트

아파?

그러나 아이는 또렷하게 다시 말했다

아파트

생후 9개월의 아이가 난생처럼 발음한 것이 아파트라니

여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아이는 그날부터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라고 연이어 말했다

아이가 할 줄 아는 말은 아파트뿐이었기에

배가 고플 때도 똥을 쌌을 때도 잠투정을 할 때도

아파트 외치며 울었다

여자는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

아파트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그제야 떠올렸다

아이의 방엔 작은 나무 침대를 놓고

거실엔 통통거리며 뛰어다닐 수 있게 아주 두꺼운 매트를 깔아줘야지

여자는 배를 쓰다듬으며 버스 차창 밖을 보며

무거운 비닐봉지를 들고 좁은 골목을 걸으며

아파트를 생각했다


여자는 갑자기 알게 되었다

아파트를 완성하려고 네가 왔다

네가 나의 넓고 아름다운 아파트를 지어줄 거야

그 아파트엔 푸른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친절한 이웃이 있으며

나는 죽을 때까지 거기 살 거야

어서어서 자라렴 얘야

아이가 다급하게 여자를 불렀다

아파트



-강성은, 「아파트」,『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강성은 시인




승강장은 너무

조용하고 아득해서


다음 열차가 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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