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고선규 작가님 자크르 북토크(슬픔이 서툰 사람들)
자크르가 시즌2를 열고 첫방문이었다. 애도전문 상담을 하고 계신 고선규 작가님의 <슬픔이 서툰 사람들> 북토크가 있었다. 자크르는 오픈한지 만 5년을 넘어 6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내가 29년동안의 우울증이 있다보니 우울증과 관련된 책을 많이 찾아 읽었다. 우울증이 심해질때마다 늘 자살 생각을 했기에 자살에 대한 책도 찾아 읽었고 ‘자살사별자’라는 개념도 알게 되고 고선규 작가님의 <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를 읽었다. 강연을 책으로 엮은 얇은 책자였고 이어서 <여섯 밤의 애도>를 읽었다. 한국사회에서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서툰데 자살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더 금기시된다. 가족이나 지인을 자살로 잃은 자살사별자들은 자신들의 슬픔과 고통을 제대로 이야기할 공간도 없고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렵다. 누군가가 자살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런 생각말고 힘을 내고 이겨내자고 말한다. 자살할 용기로 힘을내서 살아가자고 조언을 하지만 그 당사자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이다. 자살이라는 생각은 지금의 생이 너무너무 힘들기때문에 자연스레 하게 되는 생각이다. 그 사람이 왜 자살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하는지 그 사람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수있도록 들어주고 경청하는게 오히려 자살을 막는 방법일지 모른다.
자크르에서의 북토크는 늘 대표님이 질문하고 작가님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주로 진행되는데, 이번은 작가님의 강연으로만 진행되었다. 아마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 아주 많으셨기 때문이지 않을까. 애도전문 상담을 전문으로 해온 사람의 식견과 경험들을 2시간 꽉꽉 눌러 강연해 주셨고, 질의응답도 1시간이나 해주셨다.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갈까봐 숙소를 잡고 울산을 찾으셨다.
개인상담이라는 것이 비용이 많이 들어서 사람들의 접근성이 낮다라는 아쉬움이 있다. 작가님은 상담실에서만 머물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상실과 애도,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다방면에 걸쳐 활동을 하셨다. 상담실에는 주로 여성들이 찾다보니 2030여성사별자들의 자조모임을 진행해 오셨다. 영화나 예술에도 관심이 많으시고 상담자 치고 기획력이 있다고 자부해서 여러가지 꼴라보 작업을 하셨다. 거울과 관련된 심리 전시 기획을 하시기도 하고 음악회나 연극을 기획하기도 하셨다. <슬픔이 서툰 사람들>도 그런 기획의 일환이었다. 워낙 드라마나 영화를 자주 보시기에 애도와 관련된 영화 레퍼런스는 있었고, 영화속의 주인공이 내담자로 왔다고 생각하고 내담자 관점의 글을 적고 상담자로서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의 책이다. 책속에는 에필로그까지 열한편의 영화가 등장한다. 영국에는 카페에서 차한잔 마시며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데쓰카페 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작가님도 데쓰카페의 일환으로 사람들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누는 자리를 가지고 계시다고 했다.
나는 올해 50이 되었는데 최근들어 나이듦, 죽음, 암투병, 난치병, 안락사, 조력사, 단식사, 장애, 돌봄등에 대한 책들을 자주 읽는 편이다. 나랑도 연관된 내용이기도 하고 우리 일상속에 자연스레 있는 경험인데 너무 이야기가 되지 않는 주제라는 생각에 관련책을 읽고 나면 꼭 리뷰를 남기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한 주제의 말걸기라고 할까. 29년의 우울증의 기간동안 자살생각도 많이 했고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것은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당연한게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라는 생각이 크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게된다. 상실과 아픔의 시간을 관통해서 살아온 사람은 결국 철학자가 될수 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겠는가. 회의하고 질문하고 회의하고 질문할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작가님은 슬픔이 주는 지혜를 믿는다고 말씀하셨다.
작가님도 상담실에서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지만, 그 상담이 끝까지 가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자신의 내담자들이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궁금하다고 했다. 나도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타인의 경험들을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찾아 읽는 편이다. 심리상담은 비밀보장의 윤리가 있기에 상담실에서 다룬 이야기들을 영화를 매개로 해서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어하셨다. 그리고 상담당시에는 내담자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전하고 있다.
2022년에 친정아버지가 코로나 합병증으로 2년만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가족이랑 편치 않아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작가님도 마찬가지. 자신은 아버지랑 친하지 않았지만 언니는 아버지를 좋아하고 사랑했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6개월정도 많이 힘드셨다고 했다.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에게 했던 말들이 위선적으로 느껴졌다고 하셨다. 전문가로서의 커리가 다 거짓같이 느껴졌는데, 이것또한 상실을 경험한뒤의 애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한다. 가족 구성원이 돌아가셨을때 돌아가신분과의 관계성에 따라 각자가 느끼는 슬픔의 강도나 애도의 형태도 다르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각자가 자신의 속도로 애도를 어느정도 한 뒤에 가족들간의 나눔이 가등하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가족들을 불러 식사를 하자고 했는데, 언니가 느끼기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되어 가족끼리 파티를 한다고 생각되어 화를 냈다고 한다. 애도는 모두 다르고 고유한 영역이 있고, 내 고통이 너무 클때는 타인의 고통이 들어올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자녀를 자살로 잃은 부모 모임을 한번만 하고 그 뒤에는 못했다고 하셨다. 자매중 한명을 잃은 부모와 외동을 잃은 부모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위로로 한 말이 상대에게는 상처로 다가갈수도 있는 것이다. 교사상실을 위한 연민애도 프로그램도 진행하셨는데, 서이초 사건 전과후로 나뉠 정도로 그 사건은 큰 사건이었다. 교사 존엄의 훼손이기도 하고 교사 직업정체성의 혼란이기도 해서 직업적 상실로 인식하고 접근했을때 교사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학부모나 학생들의 민원들이 폭주하고 학교 관리자는 교사들을 책임져 주지못하는 현실속에서 교사들은 큰 무력감을 느낄수 밖에 없다. 그 무력감을 교사라는 직업의 전문성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애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북토크를 찾아주신 여러분들이 질문을 주셨다. 학교에서 학생이 자신에게 엄마의 자살시도를 목격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는데 어떻게 그 아이를 대해야 할지 물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괜찮을 어른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니 이야기 해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언제든지 이야기 하고 싶을때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하면 된다고 하셨다. 학생들은 또래 문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또래들이 경험하지 않는 상실의 경험을 겪었을때 또래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른과 청소년의 애도 반응은 달라서 지연된 애도를 하기도 한다.
소아병원에서 오신 의사쌤이 질문을 주셨다. 위급한 아이들을 매일매일 만나면서 아이들의 죽음을 자주 목도하는데 어떻게 그 상실을 다뤄야 할지 몰라서 최근에 애도에 대한 책도 찾아보고 부산에서 멀리 울산까지 북토크를 들으러 오셨다고 했다. 강연중에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죄송하다는 말씀도 했다. 그만큼 업무강도가 강하할 것 같다. 작가님의 남편도 의사라서 레지던트 시절부터 의사들이 경험하는 감정들을 옆에서 오래 지켜봤다고 하셨다. 죽음을 자주 접하고 업무강도는 강하다보니 결국 마음을 닫고 직업적으로만 환자를 대하게 된다. 중요한건 무감각한 상태와 예민하게 상실에 반응하는 그 중간지점에서 잘 위치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무겁고 아픈 상실의 이야기를 수백번 들어온 상담가에게도 필요한 태도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담자들의 아픔의 이야기에 압도되지 않기 위해서는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자신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라경 대표님은 매년 4월 16일이 되면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문구가 많이 보이는데 그 문구가 불편하다는 질문을 주셨다. 말로만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할게 아니라 죽음과 상실의 이야기를 우리 일상속으로 끌어와서 자주 이야기 하고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을 나누는 경험들이 우리 사회에는 필요한 것 같다.
북토크에서 아래 문장이 가장 가슴에 크게 와닿았다. 아픔을 경험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나라는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아픔과 슬픔을 마주하고 직면하고 그것을 내 몸에 간직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리는 산산조각 나고, 우리는 그 파편을 맨손으로 하나하나 주워 담으며 매번 더 깊은 상처를 입을 위험을 감수한 채 바닥을 치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