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글, 그림

처음 참석한 너무너무 행복했던 경주 페스타 첫날 후기.

by 박조건형



이 후기는 길어질지도 모릅니다(경고) ㅋㅋ


양산에서 활동하시는 김정임 작가님 소개로(제 애제자 이신데, 5년동안 묵묵하게 즐겁게 드로잉 하셔서 수채화는 이제 나보다 월등한 드로잉 작가가 되셨다) 경주 어반스케치 페스타에 참석하자고 제안을 해주셨다. 제가요? 나의 반응은 이랬다. ㅎㅎ


나는 평소에 관심있는 부분을 포착해 두었다가 아이패드를 보고 천천히 드로잉을 하는, 그것도 인물드로잉에 집중하는(사람에 관심이 많고 애정이 많다) 스타일이라 내가 어반스케치 축제에 가도 되나 하는 생각이었다. 정임쌤이 그림을 좋아하면 누구나 와서 즐겨도 되요. 하시는 떠밀음에 혹해서 참여하려고 마음먹었다. 일단 이 페스타를 주최하시는 정동식작가님에게 대뜸 전화를 드렸다.(예전에 경주에서 우리 부부책 북토크로 안면을 튼 경험이 있다) 작가님 제가 어반스케쳐스가 아닌데, 경주 페스타에 참여해도 되나요? 당연히 되지요. 하셨다(속으로 안심 ㅎㅎ) 주최하시고 기획하시는 분의 최종 허락을 얻은 후 나는 본격적으로 참여할 준비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카프카의 밤 책방 사장님께 접이식 탁자를 빌린건 신의 한수였다. 물론 주최측에서 제공해주는 테이블이 있었지만, 내겐 너무 작은 공간이었다. 내 테이블을 넓게 펴고, 내가 그동안 그렸던 그림들을 펼쳐놓고, 나는 하루종일 내 그림 작업을 했다. 내 노동현장 드로잉은 다섯시간이 걸린 대작이었다.(나도 이렇게 공을 들인 그림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 외에도 내가 너무나 좋아하던 낙서쟁이 김선생님을 뵈어서 작가님 가족을 그려드리기도 했다. 짝지는 옆에서 내 그림을 구경하고 관심가지시는 분들에게 설명도 해 드리고 책판매도 해 주셨다. 너무나 환상의 콤비.


내 드로잉 역사를 잠시 소개하자면, 나는 공주대학교 만화예술과를 22살에 다시 시험쳐서 들어갔다. 하지만, 나의 우울증으로 인하여 졸업하진 못하고 양산으로 낙향했다. 그리고 그림을 접었다. 짝지를 만나고 우연히 다시 그림을 그렸다가 짝지의 전폭적인 지지와 칭찬을 밑반참 삼아 나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운이 좋게 세권의 글 그림 책을 냈고, 한권의 글로 구성된 책을 내었다. (총 네권의 책을 짝지와 함께 작업을 한 셈이다) 유럽여행을 한 것으로 한권의 책을 냈고, 일상드로잉 작가로 4년간 살아보기를 실험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긴 우울증의 시간을 보냈다. 지금 직장에 다시 취업하면서 그림과 담을 쌓고 2년간 지냈는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다시 그림을 그릴줄 몰랐는데…….3개월전에 나는 다시 드로잉 작가로 부활했다.


예전에 4년을 일상드로잉 작가로 살때와는 달리 버전업을 했다고 할까. 작가 정체성도 분명해주졌고, 내가 성장하고 진화한 느낌이다. 나는 지금 2년 6개월째 다니고 있는 운전납품 일이 너무 재미있고 5시면 칼퇴하고 토일 쉬는게 너무 좋다. 10년은 더 일하고 싶은 직장이다. 이렇게 노동자로써의 정체성을 가져가며 글을 쓰는 작가,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번아웃이 오지 않게 항상 휴식,재미>김비(짝지)>운전납품일>글을 쓰고 그림 그리는 일 로 우선순위를 매겨 놓았다. 이걸 지켜야 오래 롱런 하는, 번아웃이 오지 않는 작가가 될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걸 철저히 지키려고 애쓴다.


이야기가 멀리 돌았다.


하옇든 오늘 하루종일 그림 작업만했다. 내가 잘라서 그림 작업만 한게 아니라, 어반스케치 모임이나 축제에 거의 참석한 적이 없어서 아는 분도 없어서 구석에 쭈구리고 물론 즐겁게 드로잉만 했다. 나는 시간이 나면 가능하면 드로잉을 하려고 하고 부족한 드로잉 시간을 그렇게 떼우려 한다. 물론 재미있게 드로잉 한다. 그런데, 울산에서 인기리에 활동하시는 루이스 작가님을 비롯하여, 최근에 <오늘도 그리러 갑니다>를 쓰신 오마이뉴스에 ‘서울을 그리는 어반스케쳐’ 시리즈를 연재하시는 오창환작가님, 평소 그림 팬이던 낙서쟁이 김선생님, 건축 일하시면서 내가 지향하는 일상드로잉 작업을 하시는 김인근 작가님, 몇년전에 서울에서 수채화수업을 들은적 있는 나무향기님, 몇년전에 나와 함께 100일드로잉을 함께 하셨던 곰아재님, 부산에서 건축드로잉을 멋지게 하시는 최윤식 선생님 등등 너무나 많은 분들이 먼저 알은체를 해 주시고 반겨 주셨다. 몸둘바를 모를정도로 너무나도 감사했다.


짝지도 나도 오늘 많이 피곤한 하루였다. 그런데, 너무나도 행복한 피곤함이다. 온 몸이 가득하게 충족되는 그런 행복함이다.


내일은 오늘 챙겨가지 못한 책 <제주 사는 우리 엄마 복희씨> 여섯권을 마저 챙겨 가려고 한다. <길을 잃어 여행갑니다>가 인기가 많았는데, 가장 많이 팔렸다. 명함도 70~80장은 가져가신 것같다. 너무나도 감사할 뿐이다.


가장 큰 공은 정동식회장님께 드리고 싶다. 오늘 하루종일 드로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파라솔 위치가 구석에 그늘진 곳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위치였다면 이렇게 오래 드로잉 하지 못했을 것이다.7시간 정도는 드로잉 한 것 같다.


이 긴 후기, 감사한 마음을 풀어 놓고 씻어야 할 것 같아, 아직 샤워하진 못했다. 샤워하고 얼릉 잠을 청해야겠다. 내일 또 하루종일 즐거운 드로잉을 하고 반갑게 인사해주는 동료작가님들을 환영하기 위해서 푹자야겠다. 너무너무 설레고 행복한 밤이다. 이제 나는 양산 대표작가로(? 내 맘대로 이렇게 정해도 되나^^;;) 매년 경주 페스타에 참석할 생각이다. 초대 안해주시면 개인 자격으로 신청해 매년 참석할 것이다. 이렇게 공을 들여 준비한 축제라니. 드로잉 옆에서 들리던 공연과 연주와 노래 너무나 좋았다. 음식들도 너무나도 맛있었다. 여러모로 신경써주신 스테프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모두 경주 페스타 스텝님들 덕분에 행복한 하루가 가능했던거 같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내일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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