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꼭 화해를 해야하는걸까?(생활글쓰기 시즌1-4)
부모와 꼭 화해를 해야하는걸까?(생활글쓰기 시즌1-4)
아버지랑 연락하지 않은지 몇년이 되었다. 원래는 아버지의 연락이 일방적으로 일년엔 두세번 정도 오긴했으나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도 씹고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연락자체가 없으시다.
아버지는 원양어선을 오래 타시다가 배타는걸 그만두시고 육지에서 이것저것 하다가 대순진리회에 빠지셨다. 그로인해 나의 사춘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나는 중학교 2학년때부터 우울증으로 학교가는 시간 말고는 내방안에만 처박혀 있었다. 모든 책임을 아버지에게로만 돌릴수 없지만, 나의 우울증의 근원은 아버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늘 우리가족에게 미안하다고 하셨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왜 연락을 하는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미안한만큼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는게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모습이 아닐까. 아버지는 자꾸 말로 설명을 하려고 하신다. 물론 모든 가족이 아버지를 다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이혼을 안한 것도 나는 한동안은 맘에 들지 않았다. 확실하게 정리를 하면 모두가 편할텐데, 어머니는 왜 이혼을 하지 않은 것일까. 사실이혼 관계나 다름없지만 어머니가 옛날 분이다 보니 다른 사람의 시선등이 신경이 쓰여서 그런것 일까.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한떼, 나의 지인이 가족세우기 라는 집단상담을 추천해 주었다. 이 집단상담은 부모와의 화해를중심에 둔다. 그 부모의 부모를 만나고 그 부모의 부모를 만난다. 용서를 구하고 화해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아버지랑 교류가 별로 없었기에 아버지와 관계를 개선하면 나의 우울증이 조금은 나아질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으로 그때 아버지와 몇번 만나보려고 했다. 내가 전화도 하고 명절날 부산 노포동 종합버스터미널에서 만나 밥도 먹고 차도 한잔하고. 그렇게 몇차례 만나보긴 했지만,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지지 않았다.
다른 상담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지만, 가족세우기 집단상담 프로그램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 한 6개월동안 열심히 쫓아다녔다. 그런데, 불편한 지점들이 조금 있었다. 집단상담의 리더에게 카리스마가 필요할수도 있겠지만, 가족세우기의 리더와 그 내담자들과의 관계가 동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 리더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쉽게 단정하고 판단했다. 물론 수백번이 넘는 내담자들과의 잡단상담 경험이 있어 그러한 것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담자의 이야기를 쉽게 단정하는 것은 왠지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중요한것은 계속 참여해봐도 나의 우울증에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시들해져서 그만두었다. 가족세우기를 하는 동안 아버지를 몇 번 만나보고 내가 먼저 연락도 해보았으나 그것도 시들해져 그만두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와 화해를 해야 한다고 종종 이야기 하곤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에 대해 쌓인 감정이 많다면 화가 풀릴때까지 원망하고 분노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 감정이 다 사라지고 나야 그제서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가 있었다. 물론 부모님도 각자가 살아온 역사가 있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맥락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꼭 그걸 알아야 하는 걸까.
나는 아버지쪽 친척들이랑도 교류가 없어 아버지의 어릴적 시절 이야기를 잘 모른다. 여러 형제 속에서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어떻게 배를 타게 되었는지, 그가 왜 대순진리회에 쉽게 마음이 홀려 버렸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만약에 아버지랑 매일 부댖기며 얼굴을 보고 살아야 했다면, 어쩔수 없이 나를 위해서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버지와 같이 살지 않고 만나지도 않는다. 그러니 궂이 아버지에 대해서 애를 써서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아버지가 대순진리회에 계시든 뭘하시든 상관 없다. 나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부고로 소식을 전해 들으면 그때는 장례식에 가볼 생각 정도는 있다. 그게 아니라면 궂이 만날 생각은 없다.
부모와의 관계는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긴 하나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관계가 생기고 그 관계속에서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고 안정을 찾는다면 부모와의 관계를 꼭 풀어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를 이해하는 작업이 자연스러워서 화해를 하게 된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걸 애써서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잘 안되는 걸 잘하려고 끙끙 거리며 많은 시간을 들여 애쓰는 것보단 자신이 잘하는 것에 촛점을 맞춰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에게 좋은게 아닐까 라는 말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부모와 화해를 하고 이해를 하면 좋으나, 궂이 꼭 화해를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