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 박조건형 부부가 함께 쓴 책 다시 읽어보기1-<제주 사는 우리 엄마
나는 6년 8개월다닌 생산직 직장을 그만두고 4년간 일상드로잉 작가로 살아보기를 실험했다. 결론은 실패로 지금은 작은 직장에 다니며 즐겁게 잘 살고 있다. 4년의 시간 동안 운이 좋아서 짝지와 함께 공저로 네권의 책을 만들 기회가 있었다. 한권은 글로만 된 책, 나머지 세권은 내가 그림을 그리고 짝지가 글을 쓴 책들.
최근에 관심이 생겨 팬이 된 작가님이 있는데, 팬심으로 작가님에게 선물로 <제주 사는 우리 엄마 복희씨>를 드릴려고 포장을 했다. 문득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네 권의 책 모두 나의 우울증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의 입장에서 보면 나의 우울증 연대기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나의 우울증 이야기가 전면에 나오진 않는다. 그때의 나의 우울증의 시간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있겠다 싶어서 네권의 책을 한권 한권 읽고 리뷰를 써보려 한다.
처음으로 다시 읽어본 책은 <제주 사는 우리 엄마 복희씨>. 네권중에 제일 마지막에 만들어진 책이다. 2020년 10월에 출판되었고, 2020년 봄에 제주도에서 책 작업을 했다. 너무나 잘 살고 있는 지금과 달리 책 작업을 할 그때의 나는 1년 넘게 심한 우울증으로 저공비행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때의 힘든 내가 생각이 나서 자꾸 눈물이 났다. 그리고 이야기 중간에 클라이막스 이야기가 있는데, 그 부분을 읽는데 많이 힘들었다.
우리는 제주살이로 두달을 계획하고 떠난지라 차를 고흥에서 배에 싣고 갔다. 제주를 가는 바다를 보면서 나는 죽음을 생각했었다. 저 깊은 녹색의 바다에 뛰어들면 아무흔적도 없을텐데. 그런 생각을 내내 하며 배를 타고 갔다. 물론 겁이 많아서 실행해 옮기진 않았지만, 지금도 그때 바라보던 깊은 녹색의 바다가 생각이 난다.
제주도에서 그림작업을 하면서도 나는 제주의 바다를 보면서 저기에 빠져 죽으면 ….하는 생각을 수시로 했다. 남들은 부러워할 두달의 제주살이였지만, 나에겐 아무런 감흥도 없는 지옥의 제주도 였을 뿐이다. 지금같은면 짝지랑 제주도 올렛길도 같이 걷고 책도 읽고 적당히 휴식도 취하며 맘껏 제주도를 누리고 왔을텐데 말이다.
책 중간에 내가 갑자기 사라지는 부분이 있다. 짝지와 장모님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양산으로 와버린 것이다. 제주도에 지내며 늘 죽음을 생각했지만, 다행히 겁이 많아서 죽는 건 자신이 없고 그래서 혼자 몰래 양산으로 와 내 차에 옷가지 같은 짐을 싣고 먼 곳으로 떠나서 혼자 처박혀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양산에 오자마자 핸드폰 번호부터 바꾸려고 했는데, 짝지가 알뜰폰으로 계약을 해놔서 내가 해지를 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뚜벅뚜벅 양산 집으로 혼자 왔다. 우리집은 14층이니깐 그날 밤도 여전히 여기서 떨어지면….. 하는 생각속에 잠을 청하려고 할때 였다.
갑자기 내가 사라지고 나서 제주도에서 짝지와 장모님은 끔찍한 시간을 경험하셨다. 얼마나 불안하고 공포스럽고 걱정되셨을지. 그 부분을 읽는데, 너무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해서 눈물이 터져나왔다. 짝지는 길거리에 나와 버스정류장을 오가며 소리지르며 울부짖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결국 제주 경찰서에 가서 남편이 심한 우울증이 있는데, 사라졌다고 신고를 하니 바로 위치추적에 들어갔고 양산 경찰서에 연락이 간 모양이었다.
양산집에서 자려고 누웠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에 없는 척 숨죽이고 있었는데, 문을 따고 들어올 기세라 할수없이 문을 열어주었고 제주도에 있는 짝지와 통화를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양산으로 짝지가 왔고, 다시 우리는 제주도로 돌아갔다. 그날 우리는 약속을 했다. 짝지와 같이 있는 동안 절대 죽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죽을 거면 자신과 헤어지고 죽으라고. 난 울면서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다.
원래 계획은 두달이었지만, 장모님 집에서 나와 게스트하우스에서 8일정도 머물며 그림작업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그렇게 어렵게 탄생한 책이다. 제주살이 여행기보다는 우울증을 가진 남편과 그 아내의 제주살이 이야기로 읽어주셨으면 싶다. 책작업을 어렵게 끝내고 나서 나는 원래 계획대로 다시 직장을 구했고, 그림과는 멀어졌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지금이 후회되진 않는다. 짝지랑 가끔 취미삼아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그림말고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생겼다. 29년의 우울증의 시간들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지금 직장을 다니고 난 후부터 조금씩 괜찮아졌고, 요즘은 47년 인생 그 어느때보다 행복하고 편안하고 삶이 재미있다. 우울증과 영원히 빠이빠이 했다기 보다는 그냥 그런 우울증이 있었던 나를 스스로 많이 수용하게 된 것 같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치열하게 살 생각도 없고 무얼 자알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냥 지금의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며 하루하루 충실히 살 뿐이다.
네 권의 책 중에 이 책이 읽기 제일 힘들지 않을까 싶다. 다른 책들을 읽으며 또 어떤 생각과 감정들이 떠오를지 궁금하다. 다른 책 후기는 다음에 또 올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