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랑자이야기(글 랑자, 요정, 그림: 요정)

by 박조건형

랑자이야기(글 랑자, 요정, 그림: 요정)


한밤중에 화장실 간다고 일어났다가 화장실 다녀온 후 조금 읽고 자야지 생각하고 읽었는데, 금새 끝까지 읽어버린 책이다. 귀여운 4컷만화체의 그림과 실사체의 그림 대비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랑자님과 요정님이 글을 쓰고, 그림은 요정님이 그리셨다고 한다. 책 후반부에 랑자님의 일상이 극 실사체로 묘사되어 있는데…..강한 음영대비가 있는 극 사실 그림체가 내 취향이면서도….앞에서 읽었던 랑자님의 인생스토리가 상기되며 긴 여운을 남기는 에필로그였다.


나는 사십대 후반.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 삼십대, 사십대, 오십대 사람들. 솔직히 이십대의 사람과 만날일도 드물고 저자중에도 이십대인 분은 거의 없었다. 이십대인 랑자님을 찐하게 만난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참 고마웠다. 지원사업이 선정되고 피할려고 해도 피할수 없는 자기 직면의 시간. 과거의 시간들을 다시 떠올려본다는 일이 참 쉽지 않은데…묵묵하게 묘사해 주셨다. 이십대라고해서 사십대라고해서 삶을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랑자님이 감당해왔던 그 시간과 무게감, 때론 쓸쓸함이 온전히 느껴지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같이 쓸쓸해하고, 같이 눈물흘리고, 왜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분노가 읽는 나도 느껴졌다. 내가 29년 우울증을 겪고 살아오며 느꼈던, 나는 왜 남들과 다른데….하는 억울함과 분노.


어머니는 태어나서 얼마되지 않아 떠나시고, 아버지의 돌봄은 늘 안정적이지 않았고, 돌봐주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늘 만족스럽지 못했던 아버지가 5년후에 돌아가신 후, 랑자는 고모에게 입양된다. 고모가 늘 엄마처럼 돌봐주었으니깐. 물론 고모가 엄마가 될 수 없고, 엄마가 케어주는 것과 고모과 케어주는 것이 분명 다르지만, 랑자 옆에는 고모가 늘 있었다.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랑자가 겪은 삶이 유독 불행하다거나 특별하다고 생각진 않는다. 평범이라고 일컫어지는 부류에 속하지 못하는 집단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그 집단의 한 이야기를 만나서 반가웠고, 그 삶을 책을 쓰면서 다시 정리하기가 참쉽지 않았을텐데….이런 멋진 책으로 완결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도 든다. 요즘 것들은 나약하고 자기만안다고 기성세대들은 투덜거리지만, 당신들은 과연 그들과 만나려고 얼마나 애쓰고 그들의 삶을 경청하려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각각의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고, 지금의 이십대들은 그들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2024년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2024년 올해의 책으로 자리할거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읽다가 잠이 확 깨버려 짧은 리뷰적고 자려고 한다. 너무 강렬한 책을 만나 반갑고 기쁘고, 그리고 고맙다. 랑자님의 지금의 삶을 응원해 본다.


(그림을 담당한 요정 작가님의 책 <요정이야기>도 궁금해서 바로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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