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이야기

세번째 놀이터 발견-중앙동 마크커피

by 박조건형

세번째 놀이터 발견-중앙동 마크커피


2012년, 짝지랑 연애초기에 짝지랑 같이 마크커피에 놀러가서 그림을 그려 카페에 남겨두고 왔었는데, 그 그림이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벽 한쪽에 걸려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나는 2013년에 혼자 놀러가서 또 사장님 그림을 그려서 그림을 드리고 왔는데 그 뒤론 마크커피에 간적이 없다. 카페가 13년이나 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고, 내 그림이 그 카페의 초창기와 함께 지금까지 함께 한다는 사실이 영광이다. 종종 마크커피에 갔다가 우연히 내 그림을 보고 내게 문자나 메세지를 주는 분들이 아주 가끔 있어서 그때마다 한 번 즈음 들려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오늘 드뎌 들렸다.


짝지는 중앙동에서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나는 마크커피에서 그림그리며 수다떨며 노닥거렸다. 경주의 너른벽책방, 울산의 책빵자크르에 이어 나에게 세번째 어른이놀이터로 다가온 공간이었다. 나는 커피맛을 모르는 커알못이다. 아니, 맛쪽으로는 심미안을 가지는 것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사람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냥 나는 커피는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 뜨뜻한 느낌에 먹는 음료 수준인 것이다.(겨울에는 시원한 맛으로 먹고) 그런데, 마크커피에 들리는 손님의 반정도는 커피맛을 즐기며 향유하는 손님이라는 것. 그 맛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그들이 나의 눈에는 참 신기했다. 밀키스 이야기가 나왔는데, 크리미나 밀키스나 암바사가 다 같은 맛 아니냐는 물음에 사장님은 다 조금씩 다르다고 하셨다. 커피 맛 안의 그 다양한 맛을 읽어낼 수 있는 분이니 음료도 그런것인가? 하고 신기했다.


감사의 마음으로, 새로운 나의 놀이터를 발견한 신나고 반가운 마음으로 애정을 담아 1시간 30분 걸려 그림을 그리고 선물로 드렸다. 외국 작가의 그림 동영상을 늘 눈팅만 하다가 드뎌 처음으로 그 작가 스타일로 그려봤는데….어, 이거 디게 재미있는데!! 였다. 신나서 마크커피 외관 풍경을 그렸다. 후데 만년필로 그렸다. 웜그레이 쿨레이로 명암표현하고, 다행히 마크커피에 있던 캘리그라피용 12색 붓펜으로 빨간색과 노란색 뽀인트 채색을 했다. 그리곤, 내일 그림일기용 그림을 그렸고, 그 다음에는 마크커피 시작과 함께한 커피볶는 기계를 조금 그리다 가게를 나왔다.


마크커피 충성고객들이 끊임없이 가게를 찾아 오셨고, 그 개성 강하고 다양한 그분들의 이야기를 그림 그리며 듣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가 나도 이야기를 조금씩 보태기도 하고. 손님이 너무 많이 와서, 죄송한 마음에 이거만 그리고 근처 컴포즈 커피로 이동해 그림을 그리려 했으나, 사장님이 괜찮다고 편하게 그냥 계시라고 하셔서 그냥 그말 믿고 계속 그림그리고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장님 왈, 손님 많다고 나가달라고 하면, 그 손님은 결국 안온다고. 그러니….그냥 편하게 계시라고 했다. 나는 처음 커피만 계산하고 한잔만 먹었는데, 사장님이 추천 커피라며 문방구맛(?) 커피를 내려주셨다.


마크커피 사장님은 마치, 와인바의 소물리에 같았다. 손님에게 이런 저런 다양한 커피를 소개하고 설명해주고, 손님들은 그런 각각의 커피를 다 알고 이해하고 사장님과 커피의 맛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한편으로는 일본 만화책인 심야식당같은 장소였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사장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장님은 그 이야기를 적당히 응대하고 대화를 나누는.


도쿄여행을 다녀온 손님은 도쿄에서 공수해온 이쁜 색깔의 양갱을 손님들과 나눠먹도록 선물해주셨다. 저 안쪽 테이블에선 테이블끼리 손님들끼리 이미 알고 있는 관계라 한참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었다. 정말 신기한 공간이지 않는가.


오늘 경주, 울산에 이어 드디어 부산의 나의 놀이터를 발견했다. 양산에서 한시간 거리이지만, 한달에 두세번씩 커피도 마실겸, 손님들의 이야기를 귀동냥할겸, 손님들과 어울림겸 그림그리러 자주 갈거 같다.


너무 신나고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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