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홍승은)
우리자리(우울증 자조모임) 시즌 2의 첫 모임 책은 홍승은 작가님의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글쓰기에 관심은 없겠지만, 일단 글로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서 기록을 하는건 도움이 될 수 있다.
글을 쓰며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 기록을 하다보면 우울증에 대해서 조금더 깊이 세세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은 어딘가에(플랫폼에) 올린다는 말인데, 그렇게 나를 노출시키고 나를 표현하고 알려야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책속에는 나의 존재를 수긍해 주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매니저가 필요하다는 말이 등장 하는데, 우울증이 있는 사라들에겐 그런 존재가 필요하다. 내가 우울증으로 힘들어 할때 늘 옆에 있었던 짝지의 존재처럼, 내가 무얼하든 잘한다 잘한다 해주었던 짝지의 말들이 그때는 몰랐지만, 내게 힘이 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라는 것은 쉽게 해결이 되는 질병이 아니고 오랜시간 함께 가야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평생 갈수 있다는 각오를 가지고 사는 편이 낫다고 해야할 만큼 괜찮아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또한 29년의 시간동안 반복했던 우울증이다. 그렇다면 나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편하게 말할수 있는 상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우울증은 내 삶을 흔드는 큰 문제인데, 이 문제를 아무에게도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다면 많이 힘들수 밖에 없다.
내가 나의 우울증을 늘 이야기 하고 다닌 것은 내 인생의 반이상이 우울증의 시간이었는데, 그걸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이야기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렵게 나의 우울증을 이야기 해도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는 걸 경험상 알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나의 대한 걱정과 조심스러움이 있는 사람은 남아있고 뭔가 나에게 해주려고 마음을 쓰기도 한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꼭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타인과 연결되고 도음을 받으려면 나를 공개하고 나를 표현하는 방법중에 글쓰기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포항에서 카페를 하시는 윤설님과 친구가 된 것도 자신의 우울증을 구체적으로 꾸준하게 기록해 오셨기 때문이다. 우연히 나는 그녀의 기록들을 읽었고 윤설님을 전혀 모르는 내가 읽어도 윤설님의 우울증이 어떤 것이고 어떤 힘듦이 있는지 알수 있었기 때문에 댓글도 구체적으로 달 수 있었다. 포항이라면 멀지 않는 거리이기에 카페에 놀러가도 되냐고 물었고 그렇게 만나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종종 만나고 연락하는 친구가 되었다.
우울증은 혼자서만 이겨낼 수 없다.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만 버릴수 있다면, 나의 우울증을 이야기 하면 누군가는 함께 해주고 나의 마음을 이해해 준다. 물론 이해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걸 각오하고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다. 홍승은 작가님도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글을 써 온 것은 아니다. 작가님의 존재를 온전하게 지지하고 믿어지는 동료들이 있었고, 글쓰기 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때론 그들의 말과 글에 의지하고 위로받으며 글을 써온 것이다. 인간이란 원래 나약하고 나약해도 괜찮은 것이다. 강한 사람은 강한 사람대로 살아가겠고, 약한 사람은 약한 사람대로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울증이 있는 나는 우울증이 있는 사람으로써 살방법들을 찾아온 것처럼. 약한 사람이니깐 자원이 더 적을테고 그러니 더 타인과 연결되려는 적극성을 가져야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조모임을 한다고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는다. 분명히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모임에 참여한 인원이 적은 것은 우울증이라는 자기 노출을 하기가 쉽지 않은 사회여서이기도 하고 자조모임이 있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사람도 거의 안오는데, 이 모임을 계속 해야하나 생각도 가끔 들긴 하지만, 내가 괜찮아졌다고 잘 지낸다고 모임을 안하려니 그것도 괜히 미안하기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나또한 혼자만의 힘으로 우울증과 잘지내게 된 것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2 첫 모임은 홍승은 작가님의 책으로 타인의 아픔과 연결되기, 글쓰기로 우울증 기록하기, 자신의 우울증을 노출하기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우울증을 가지고 살아온 자신에게 우울증에 굴복하지 않고 그래도 버티며 살아온 자신을 대견해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