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서울여행 둘째날
이민수 선생님과 새터교회에서 마련해준 숙소가 너무 좋아서 꿀잠을 잤다. 8시간을 푹자고 일어나 어제 첫째날 리뷰를 쓰고 오늘의 일정을 위해 다시 잠시 눈을 붙였다. 8시 30분에 망원에서 연옥작가님을 뵙기 위해서 숙소를 나섰다.
연옥작가님은 내가 애정하는 작가다. 서로 만나길 바라지만 계속 엇갈리다가 강연 몇일전에 연락이 왔다. 일정이 바뀌어 만날수 있을 것 같다는 반가운 문자를 주셨다. 토요일 오후는 이미 일정이 있어 어렵고 강연 당일 아침을 활용해서 뵙기로 했다. 작가님에게 그동한 힘든 일이 있었다. 그 시간을 잘 견디고 지나온 사람의 힘과 경쾌함이 있었다. 힘든 시간이 끝나갈무렵 도로연수 다섯번을 받고 운전의 자유를 만끽하시는 요즘이다. 운전을 하면 그 활동범위가 더 확장되었기에 동에번쩍 서에번쩍 하시는 모습이 내일처럼 기뻤다. 다시 강연에 집중하기 위해 헤어져야해서 무척 아쉬웠다. 나의 두번째 책 인터뷰이 제안을 혼쾌히 수락. 헤어지고 지하철을 타고 강연장소로 오는길에 작가님에게 문자를 드렸다.
‘자기답게 사는 사람에게 빛이 납니다. 오늘 작가님에게서 그 빛이 보였습니다’
강연은 2시지만 1시전에 도착해서 목사님과 이민수 선생님에게 인사를 드렸다. 귀한 시간을 할애해 와주신 분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조용히 듣다가 은근슬쩍 스며들어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교회의 마스코트 아기가 너무 이뻐서 아기에게 삼촌 머리를 만져보라고 했다. 이민수 선생님의 아드님이 춘천에 있는데 오늘 와주신 점이 너무 감사해 아드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탁구에 진심인 아드님과 헬스에 진심인 내가 몸과 만나는 즐거움에 대해서 나누었다. 20명정도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강연은 물흐르듯 즐겁게 이어졌다. 청중 중 한분은 내 이야기가 너무 유연하고 시원해서 규칙적인 파도소리 같아서 잠시 졸았다는 말씀도 솔직히 해주셨고, 우울증이 있으시다는 걸 사전에 알고 이번 서울행에서 완독한 우울증 인터뷰집을 선물로 드렸다. 얼마전에 지인중 한분을 잃은 분이 질문을 주셨는데 답변과 함께 자살사별자를 다룬 책 두권을 추천해 드렸다.
언젠가는 유퀴즈에 나가겠다는 말을 실현하기 위해 강연 끝에 ‘걱정말아요 그대’를 불렀다. 여러곡을 준비했고, 사전에 내가 준비한 세곡을 이야기하니 대부분 ‘걱정말아요 그대’를 듣고 싶어해서 고른 선곡이다. 이 노래를 듣는 분중 눈물 흘리는 분들이 많다. 오늘도 눈물 흘리는 분들이 곳곳에 보였다. 이민수 선생님의 따님은 ‘말하는대로’ 를 듣고 싶어 하셨고,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씀해 주셨기에 그 작은 부름에 응답하고자 앵콜곡으로 불렀다.
7년전에 씀씀 여성작업실에서 북토크를 짝지랑 함께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뵈었던 홍아미 작가님이 오신다고 몇일전에 연락을 주셨다. 너무나 반가워서 1년전에 까미노를 걸으실때 그렸던 그림을 액자에 넣어 선물로 챙겨갔다. 까미노를 걷고 두권의 책을 내셨는데, 한권은 사진집이기도 하고 비싸서 못사고 글만 가득한 책을 샀는데, 작가님께서 사진집을 선물로 들고와 주셨다. 내려가는 기차길에서 읽고 있는데, 글이 많진 않지만 그 길위에서 얻은 성찰의 마음을 잘 담아주셔서 너무 감동적으로 읽고 있다. 여행에 별로 흥미가 없는 사람이지만, 홍아미 작가님이 쓰신 여행책은 늘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여행을 매개로 늘 자신을 들여다보는 글을 쓰시기 때문이었다. 이민수 선생님을 세번째 인터뷰이로, 홍아미 작가님은 네번째 인터뷰이로 확정. 내가 사는 지역 중심으로 인터뷰이를 많이 담는게 의미가 있기에 서울에 계시는 인터뷰이는 네명으로 마감. 탕탕탕.
이민수 선생님과 식사를 하기로 했지만, 홍아미 작가님과도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어서 이민수 선생님께 함께 동석해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했고 혼쾌히 수락해 주셨다. 사실은 좋은 사람들끼리 연결시켜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홍아미 작가님은 자신의 까미노 사진집이 이곳 교회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나중에 택배로 사진집 한권을 선물로 보내주신다 했고, 이민수 선생님은 밥을 사주셨다.
홍아미 작가님과는 헤어지고, 나는 이민수 선생님과 같이 지하철을 탔고 도중에 헤어졌다. 나의 단독책이 나오면 오늘의 이 공간에서 또 북토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1박2일의 서울여행이 드디어 끝났다. 300% 만족하고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