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감독 - 채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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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조건형

모두가 감독 - 채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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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감독이다. 그런데, 그림속의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똑같다. 감독인데 하는 이야기가 똑같다. 나는 모든 사람이 감독이었으면 싶다. 그리고 자기 삶에 있어서는 감독인건 맞다. 그런데,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이야기 하는건 또 다른 일이다. 자기 삶에 있어서는 감독이지만, 그 이야기를 타인에게도 가 닿을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건 다른 일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려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원동력도 있어야 한다. 어떤방식으로 표현해야(글이나 그림이나 영상) 상대에게 잘 닿을지 나에게 맞는 표현방식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몇년전에 있었던 일이다. 인터넷에서 구려도되는 그림 모임 공지를 봤다. 바로 신청하고 그날부터 나는 매일 그림일기를 그렸다. 한달 그림모임 시작하는 날 모임을 꾸리는 작가님이 작은 강연(수업)을 하셨는데, 참여자 모두 예술가라고 했나 작가라고 불렀고 참여자들에게 ‘나는 예술가다’ 라고 말하게 했다. 나는 그게 동의되지 않아(내가 내 입으로 예술가라고 말하기 싫었다) 나는 ‘작업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참여자분들을 폄하하는게 아니라 작가나 예술가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서였다. 작가님의 그림그리기에 대한 철학과 나의 철학이 달라 결국 그 모임방을 나왔다. 나는 그 이후로 1년 반을 그림일기를 그려왔다. 작가나 예술가는 자기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오랫동안 묵묵히 해오는 사람을 일컬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술이 생계가 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일을 생계로 병행하면서 작업을 오래오래 이어가는 사람이 많다. 책이 나와야 작가가 아니라 문학상을 받고 등단을 해야 작가가 아니라 미술공모전에 입상을 해야 작가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는 작업을 오래오래 해 나가는 사람이 예술가이자 작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예술가나 작가라는 말보다는 그냥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작업자 혹은 노동자라고 일컫는다. 누군가가 가끔 작가라고 불러주면 부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내 입으로 작가입니다. 라고 말하진 않는다. 아직 내가 해온 작업의 시간이 스스로 작가라고 부르기에는 충분치는 않은 것 같아서 늘 작업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모순적이긴 한데, 작가는 겸손하면서도 자기 자긍심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기 철학이 있는 게 중요하지만, 그 철학을 말로만 설명하는건 작가나 예술가에게 맞지 않는 태도라 본다. 행함으로써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글로 표현하거나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영상물로 표현해야 하고 그 주제에 천착해 꾸준하게 작업물을 내 놓는 사람이 예술가나 작가가 아닐까.


다시 그림으로 돌아와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가 있고 고충이 있고 고통이 있다. 그 하나의 고유성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내 인생을 책으로 내면 대하서사시다라는 말이 그냥 나왔겠는가. 모두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다만 그림처럼 같은 색깔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무채색과 알록달록한 색으로 차이 나게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 다른 이야기들을 듣는 재미가 있지. 타인들과 다른 자기만의 고유성을 발견하려면 자기 삶을 직시하고 천착해서 오래오래 들여다봐야 그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범람하는 시대에 궂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것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많은 이야기들을 다 볼수도 없고 결국은 나에게 연결된 이야기만 찾아 읽게 된다. 문화권력을 가진 사람들 말고도 자기 삶을 힘있게 이야기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늘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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