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이화열작가님 북토크(자크르에서)
<고요한 결심> 을 읽고 책이 너무 좋아 그 전작, <지지않는 하루>도 챙겨 읽었다. 작가님의 담백하지만사유가 깊이 담겨 있는 글들이 너무 좋아서 작가님에게 디엠을 그려 아를레트를 그리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작가님께서 혼쾌히 사진 여러장을 보내주셨다. 그중에 샴페인을 들고 있는 아를레트를 그렸고 어제 선물로 드렸다. <고요한 결심>은 아를레트가 조력사를 선택하고 삼개월의 시간을 함께 보낸 시간을 담은 책이다. 작가님께서는 “고요한 결심”이라는 제목보다 “단호한 결심”이 더 우울리는 아를레트의 선택이었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의 존엄을 위해 조력사를 선택하고 그 삼개월, 시간의 고독을 감당했을 아를레트의 단호함을 생각해본다.
책을 내기 이전부터 친하게 지냈다는 출판사 대표님과 마케팅 팀장님이 함께 오셨다. 북토크를 시작하는데 하라경 대표님이 라디오 사연하나를 들려주셨다. 북토크 참여자분께서 EBS의 윤고은의 북카페에 사연을 신청한 내용이었다. DJ에게 <고요한 결심> 책을 선물로 보냈고, 어제 울산의 한 책방에서 작가님의 북토크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연 보낸 사람도 아닌데 내가 괜히 뭉클했다. 그리고 신청곡은 정미조의 “7번국도”였다. 나도 즐겨찾기에 추가해 놓아서 종종 듣던 노래라 반가웠다.
작가님은 29살에 우연히 프랑스에 여행을 갔다가 정착을 하셨다고 한다. 프랑스는 길에서도 모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는 문화의 나라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찾아볼수 없는 모습이다. 10년 랜선친구로 지내던 분을 지난주 주말에 오프라인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분도 한국에서의 여러 어려움때문에 우연히 일본에 갔다가 15년을 쭈욱 살아오셨고, 작년에는 영주권도 얻으셨다고 한다. 그 분에게는 일본이 자신과 잘 맞는 나라였던 셈. 이런 가벼운 질문으로 북토크를 시작하셨다.
작가님은 아를레트의 조력사 선택 이후의 시간이 많이 힘드셨다고 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6년전의 암투병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지지않는 하루>였다) 담담하셨지만, 사랑하는 가까운 이에 대해서는 그렇지가 않았다고. 어느날 자다가 깼는데, 바깥 가로등에 비친 의자 그림자가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어서 본인 인스타에 올리셨는데 디자이너가 그 사진을 표지 사진으로 정했다고 한다. 작가님은 아를레트가 눕지 않고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는 것에 죄책감이 컸다고 하셨다. 아를레트는 몸이 불편하다보니 누웠다 일어났다 하기가 본인의 힘으로는 쉽지 않아서 스스로 의자에서 밤을 지내는 선택을 하셨던 것이다. 아를레트는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분이라고 작가님은 묘사한다. 아를레트와 작가님의 관계가 그렇게 돈독했던 것도 아를레트가 늘 적당한 거리감을 두려고 애쓰셨고,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것이다. 우리는 가족간에 어떤 거리감을 두고 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는 지점이다. 가까이 있지만 당연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우리는 많지 않은가.
작가님이 아를레트의 죽음을 소재로 글을 쓴 것은 애도의 글쓰기였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대한 말걸기였다. 죽음을 일상으로 가지고 내려올 필요가 있다. 죽음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우리는 너무 크게 느끼고 있다. 70즈음에 병이 오거나 위독해지는건 특별하고 놀랄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올수 있는 일이 온 것 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가 돌아가시게 되면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된 애도도 하지 못한체 장례문화에 휩쓸려 장례를 치르게 된다. 부모가 위급한 상황인데 그것을 부모에게 알려야 되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연명치료거부가 본인들을 위한 것인지 부모를 위한 것인지도 헤깔린다. 가족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달라 부모의 죽음때문에 큰 갈등을 빗기도 한다. 나의 부모와 죽음에 대해서 평상시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모에 대한 실례가 아니다. 죽음또한 삶의 일부분이니 부모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일상속에서 논해야 나의 죽음또한 그렇게 준비를 하고 두려움보다는 담담함으로 죽음을 맞이할수 있을 것이다. 죽음에서 두려움의 독성을 빼자.
나의 어머니는 77세이고, 외할머니는 98세이다. 어머니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편은 아니다 보니 나도 어머니에게 작가님의 책 <고요한 결심>과 <지지않는 하루> 내용을 설명해 드리고, 한번 일독을 권해보려고 한다.(이렇게 글을 써놔야 더 하게 된다) 엄마가 읽을지 안읽을지는 엄마의 몫이고, 만약에 읽으신다면 언젠가 돌아가실 할머니의 죽음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 것이다.
노년은 기본적으로 외로운 것이다. 다만 가족의 희생없이는 노인의 돌봄이 불가능한 것이 한국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본다.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오신 모녀가 두 커플 계셨다. 어머님들께서도 책을 잘 읽었다 하셨고 평상시에도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삶만이 디폴트라고 생각한다. 늙음과 죽음또한 삶의 일부분이라고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죽음을 일상으로 가져와서 충분히 고민하고 사유하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찾게 될수도 있다.(그 사유가 <지지않는 하루>에 잘 나와 있다) SNS에 보면 50대 60대같지 않은 늘씬한 몸매와 얼굴을 가진 사람이 나이 들어보이지 않음에 상당히 자부심을 가지고 올리는 릴스 영상들을 보곤 한다. 늙고 주름지는 것을 너무나도 두려워하는 한국의 문화현상이 아닌가 싶어 씁슬하다. 작가님은 글을 쓰는 것이 애도였다고 하고 어떤 독자님은 책을 읽는 것이 애도였다고 했다. 북토크에는 자크르의 충성고객외에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그 중에는 죽음을 공부하는 모임멤버들도 함께오셔서 참 좋은 모습이다라고 생각을 했다.
작가님의 시아버지가 그렇게도 물건들을 못버리고 모아두는 분이시라서 작가님은 오히려 자꾸 정리를 하고 미니멀리즘주의자가 되더라고 하셨다. 그나마 아를레트의 유품중에서는 요리책을 챙기셨다고 한다. 그 요리책에 적혀 있는 아를레트의 글씨들에서 그녀를 추억하신다고. 그리고 애들이 그린 그림도 소중한 추억이라고 하셨다. 인간은 먼지를 쓸고 쓰는 존재라 물건을 줄이려고 해도 또 물건들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보면서 내가 왜 이렇게 소유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 보면 좋을 것 같다. (집에 책이 많은 나에게도 종종 질문을 던져본다)
너무 충만하고 좋은 시간이라서 손님들이 빠지고 나서 작가님앞에서 노래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말하고 노래를 불러 드렸다.(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좋아하는 작가님앞에서 재롱을 떨고 싶었다. 한국에 일년에 한두번 들어오시기는 한다고 하시지만, 내가 또 언제 작가님을 뵙겠나 싶어 부려본 적극적 재롱이었다. 죽음과 늙음, 장애와 돌봄에 관한 주제는 앞으로 죽을때까지 계속 공부하고 고민해봐야할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