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곳간 119회 모임 후기

생활글

by 박조건형

곳간 119회 모임 후기


내가 독서모임이라고 했는데, 대성쌤이 문학의 곳간이라고 정정해 주셨다. 119회 곳간 모임의 책은 성해나의 <혼모노>. 나는 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는 편이다. 대성쌤도 나도 짝지도 30만부나 팔리는 책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늘 곳간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는 왜 30만이나 되는 독자가 성해나 소설을 읽었고 좋아하나였다.


소연쌤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오셨고 그나마 우리들보다는 학생들과 가까운 사이이다 보니 성해나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로서 우리에게 해준 지점은 생각해볼만한 부분이었다.


단편 “스무드”에서

71p-누구나 제프의 작품을 좋아했다. 제프의 작품에는 분노도 불안도 결핍도 없었다“

가 이 책에서 우리 세명이 가졌던 불만족스러움이지 않았을까. 특별한 소재들을 가져오고 배치하고(하지만 그 배치의 전략이 설득력있게느껴지지 않았다)열심히 인터뷰하고 사전조사를 했지만, 결국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없는 맹탕처럼 느껴졌었다. 소연쌤의 말로는 요즘 학생들도 젊은이들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한다고. 그래서, 자신을 노출하지 않은 그 이야기들에 공감을 쉽게 한게 아닐까라고 말씀하셨다. 무언가 자신을 노출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 공격당하는 문화(우리의 교육현실은 학생들에게 자기 탐구의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지 못하다. 교사들의 책임만이 아니고 학부모의 책임이자 나 같은 어른들의 책임이 분명 있다)때문에 타인의 눈치도 살피고 자신을 숨기고, 자신을 탐구하는 작업에도 두려움을 느낀다고. 그런 현실을 듣는데 너무 슬프게 느껴졌다. 단편 ”길티클럽: 호랑이 만지기“에서도 사람들에 대한 취향없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더욱 더 곤조가 있는 취향에 사람들이 끌려하는 이야기.


곳간 모임은 보통 사귐시간이 먼저 있는데 이번엔 소설 이야기부터 불이 붙어 뜨거웠다. 누구의 관점이 옳다 그르다의 싸움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시간. 우리 세명은 별로였는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사람들과 성해나의 <혼모노>를 가지고 더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다는 것이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


이번 사귐시간의 주제는 ”있는 (것 같은)데 없는 것, 있는 척하면서 뺀 것, 있다고 믿지만 실은 빠진 것, 있었으면하고 늘 바라지만 빠져 있는 것“ 이었다. 대성쌤이 늘 그 모임의 선정책과 관련된 사귐의 주제를 잘 뽑으신다(사귐시간의 글을 한두시간 전에 미리 써서 공유해 주신다). 지원쌤은 척 한다는 것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과거에 무언가를 열심히 믿었던 시간 그리고 그 거품이 빠지고 한참 헤매고 혼란을 겪던 시간. 그 시간을 겪은 후 과거의 그 믿음의 시간이 척이 아니었다고, 그냥 자신의 성향과 잘 맞아서 자연스레 했던 것이라고 말할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셨다.


아름쌤은 열정적으로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다. 다른 사람은 아름쌤을 열정적이라고 말하지만, 본인의 성에는 차지는 않았다. 이제는 체력도 부치고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고 집중하는 것을 자신이 잘 못하는 부분이라는 걸 인정하고 많이 내려놓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그게 어쩌면 자신에게 맞는 균형이고 현명한 태도라 생각했다. 짝지도 나도 원초적인 보살핌이 어린시절 부족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의 삶에서 죽음의 이야기가 빠져있다는 것을 이야기 했다. 죽음또한 삶의 일부분이고 죽음을 일상으로 끌어내려 자주 이야기하고 공부해야하는 주제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요양보호사 자격증과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증을 따서 그일을 하며 경험하는 것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오래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보여드렸다.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은 유독 빵을 가져오신 분이 많아서 모임이 끝나고 중국집에 가서 짬뽕을 먹었다. 4시간 반이 넘도록 (중국집에서의 대화까지 포함하면 5시간) 대화를 나누었지만, 지치지 않고 오히려 충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모임을 매달 가질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다음달에는 <슬픈 마음 있는 사람>으로 우리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모임이 설레이고 기다려진다. 대성쌤은 3회 마우스북페어에 짝지 책 <혼란기쁨>과 얇은 에세이 책 두권을 가지고 참여하신다고 하는데, 나는 그 주말에 가기가 어려워서 책이 나오면 지원쌤과 대성쌤의 책을 구매하겠다고 문자를 드렸다. 두 분의 책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하다. 오늘 문학의 곳간 후기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화열작가님 북토크(자크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