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식사(짝지 생일 땡겨서)

생활글

by 박조건형

가족식사(짝지 생일 땡겨서)


담주가 짝지 생일인데 구정이라 제주에 내려가기에 미리 땡겨서 가족식사를 했다. 동생이 평소에 멀리 나갈일이 없다고 해서 동생의 의견을 존중해 기장에서 유명한 전복집에서 먹기로 했다. “기장끝집”. 35000원짜리를 네개 시켰는데 생각보다 전복도 많이 나오고 메뉴가 풍성해서 먹는 시간이 즐거웠다. 전복버터구이, 전복물회, 수육과 꼬막으로 다양하게 맛을 보고 나중에 전복죽이 나왔는데, 전복도 많이 들어가 있고 양도 많아 모두 배터지게 먹었다. 웨이팅이 40분이라 옆집에 장어집에 갈까 물어봤는데 동생도 엄마도 좋아하지 않는다 해서 웨이팅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 웨이팅시간도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다.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다보니 이런 가족식사 시간이 그동안 못나눴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임영웅 팬클럽인것 같은 하늘색 티를 입은 네분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계셨다. 동생은 내가 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물었고, 나는 ‘니가 내가 하는걸 다 이상하다고 말했던게 섭섭했었다.’라고 말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를 든든히 하고 옆에 있는 대형카페에 갔는데, 너무 사람이 많아 번잡해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기엔 적절치 않은 것 같아 전날 현장회식때 차장님이 추천해준 카페로 갔다. 예전에 성당이어었을것 같은데, 카페 컨셉이 통일성이 있지 않고 뭔가 기이하고 그로테스크한 집이었다. 카페 공간은 가운데가 뻥뚤린 공간이다보니 손님은 많았지만 번잡한 느낌이 없어 이야기 나누기엔 좋았다. 빵종류는 정말 맛 없었고 그냥 이야기 나누기에 좋았다는것으로만 만족한다. 저번에 엄마 집에서 엄마, 나, 동생하고 “똑똑대화카드”로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카드를 꺼냈다. 집에서 짝지랑 이 대화카드로 대화를 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 고른 카드는 ‘인생2’편. 40장의 그림 중 두장씩 골랐다. 하나의 질문에 네 사람 모두 돌아가며 답을 했다. 동생이 혼자 뭘하는걸 싫어하다보니 혼자하기 싫어서 당근에서 이런저런 모임을 많이 만들어 하는데 그런 모임을 만들고 추진하는게 자신에겐 어려운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짝지가 현숙씨는 사람 좋아하고 정이 많은데 첫인상은 차가워보여서 좀 더 웃으면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올 거라는 조언도 해주었다. 엄마는 어릴때 공부가 제일 쉬웠다라고 말씀하셨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 중 조금 더 깊게 배워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답을 했는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니 필라테스 3개월, 요가 3개월 이렇게 나중에 배우러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생도 집에서 미취학아동들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지만 수입이 많지는 않아서 지금은 어떤 일이든 이것저것 다 해보려 하고 있다는 말에 잘하고 있다고 지지를 표했다. 엄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티비를 켠다고 동생이 고자질 했다. 단거도 많이 먹는다 해서 짝지가 “어머니,운동도 하시고 단거도 조금 줄이셔야 해요~” 했다. “당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한다면 넣고 싶은 잊지 못할 장면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나는 중고교 시절 학교 마치고 집에오면 늘 누워만 있던 내 모습을 꼭 넣고 싶다고 했다. 우울하고 무기력했던 시간이지만,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기에 그 순간의 이미지를 꼭 넣고 싶다고 말했다.


4월에 동생 생일과 할머니 생신이 있는데 할머니 생신때 짝지도 함께 가족사진을 함께 찍자고 동생이 제안했다. 할머니는 올해 99세이신데 정신이 오락가락하신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할머니 스스로 수의와 영정사진을 찍어놓았다고 동생이 알려주었다.(요즘은 엄마보다는 동생이 조금 더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 가족사진 찍는데 짝지도 같이 찍는다고 말해주는 동생이 고마웠다. 가족생일마다 가까운 양산에서 먹는 것보단 근교로 이동해서 식사를하면 차에 함께 타서 이야기도 나누고 엄마 손도 잡고 걸어보고 대화하는 시간이 더 길어져서 좋았다. 카페에서 “똑똑대화카드”중 총 여덟장으로 이야기를 길게 나누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집에 들러 동생 방의 전등을 교체해주고 동생이 샀다는 비싼 초컬릿 한박스를 얻어서 집에 돌아왔다. 울짝지는 혼자서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고 중얼거리는 편인데 동생은 그런 짝지의 모습이 신기하고 낯설었다고 말해서 나도 연애 초기에 짝지가 이상한 사람인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어 같이 웃었다. 짝지 생일이라고 이쁜 꽃다발을 준비해준 동생에게도 고마웠다. 가족식사마다 서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이야기도 더 다양하게 나누고 서로 모르는 사실들도 알게되어 의외로 가족식시간이 기다려진다. 동생이랑은 여행스타일이 맞지 않아서 엄마랑은 여행해도 동생이랑은 절대 같이 여행안할거라 했는데 이런식이라면 가까운데는 네명이서 여행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도 엄마도 짝지도 참 고맙다. 우리 네명 모두 각자 어린 시절, 청년기를 불행하게 보내었지만, 그 밑바탕이 있었기에 지금의 순간을 충만하게 즐겁게 보낼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 과거 힘들고 슬펐던 그 시간들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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