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상처받은 사슴(그림단톡방 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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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조건형

프리다 칼로- 상처받은 사슴(그림단톡방 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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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중고교시절 방과 후에 내 방에 늘 누워만 있던 것이 우울증이라는걸 인지한 건 20대초반이다. 그때 상담을 몇회기 했었는데 상담을 할때는 내 이야기에 공감하고 같이 마음 아파해주는 선생님이 상담이 끝나고 나면 내게 멀어지고 타인이 된다는 것에 혼자라는 걸 실감했었다. 결국 내가 풀어야 하는 문제구나. 나는 우울증 때문에 무기력하고 삶이 두려운데 상담선생님은 밖에서 동료들과 하하호호 웃고 일상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은 내게 크게 관심이 없구나 생각이 들어 크게 섭섭했던 건 기억이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누군가가 사슴의 화살을 뽑아주고 뽑은 자리의 상처를 소독해줄수는 있지만, 내면의 상처는 결국은 자신이 스스로 돌봐야 한다는 걸 이제 안다. 내가 29년의 우울증이 있었음을 늘 이야기하다보니 내게 우울증을 털어놓거나 우울증으로 바닥을 친 상태에서 연락을 주는 분들이 있다. 혹은 그런 모습이 보이면 가끔 연락을 해본다. 내가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한다고 해서 그 분의 마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않음을 잘 안다. 심한 우울증으로 위축된 상태에서는 나의 연락이 그 사람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음을 잘 안다. 나도 경험해봤으니. 그런데 그냥 당신의 아픔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걸,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당신이 원할때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사람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당신의 힘듦이 나의 힘듦과 달라서 내게 맞았던 방법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권할수도 없고 조언할수도 없지만 그래도 당신이 조금은 몸을 움직여보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건 그것뿐이다. 오랜시간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지 모른다.


연애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부모에게서 충분한 사랑을 받아 너무나도 밝은 사람을 본다. 그런데, 부모에게서 그런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그 자녀또한 그런 사랑을 또 할수 있는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의 마음은 자녀에게 온전히 사랑만 주고 싶겠지만, 세상은 녹녹하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수시로 들이닥친다. 그런 세상에서 아픔을 경험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픔을 경험했을때 그 자녀가 아픔을 온전히 경험하고 자기 힘으로 딛고 일어설수 있도록 옆에서 있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지 모른다. 큰 아픔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나는 크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 어둠을 충분히 경험해 보아야 밝음이 왜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더 잘 알수 있다. 아름다움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세상은 불합리하고 부조리하고 아픈 일들이 많다. 아픔이 있는 사람이 약자의 마음도 알고 내가 무언가를 누릴때 무언가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안다. 내가 누리는 행복과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결코 누릴수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상처가 있는 사람이 다른 상처 있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수 있다. 상처 받은 사슴이 자신의 상처를 잘 돌볼때 더 단단하고 더 지혜롭고 더 현명한 사슴이 된다. 물론 상처를 스스로 원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그렇다. 상처 받은 사슴이 내면의 상처를 충분히 돌보는데는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다. 사슴에게 스스로 상처를 돌볼 힘이 있다고 믿어주고 옆에 있어주고 싶다. 내면의 상처는 내가 뭔가 해줄수 있는게 아니라 결국은 자신이 스스로 직면하고 마주하고 돌보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슬프지만 그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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