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헤세 - 액세션2(1968) (그림단톡방 9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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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조건형

에바 헤세 - 액세션2(1968) (그림단톡방 9번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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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엔 반듯한 박스. 가시가 모두 안을 향하고 있다. 저 가시사 모조리 밖을 향하고 있는 것도 위험하지만, 안으로만 향하고 있는건 자신에게 위험하다. 겉이 멀쩡한 면에 틈을 내어 안으로 향하고 있는 가시들을 바깥으로 조금씩 방향을 돌리게 하고 싶다.


내가 우울증 이야기를 주변에 늘 하고 다녔던 것은 저 박스처럼 안 그런척 멀쩡한척 하기가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도 나의 우울증을 좀 숨길수 있었다면 숨기고 멀쩡한 척 했겠지. 그런데, 안으로 향한 저 가시는 자신의 힘만으로만 해결할수 없는 영역이다. 때로는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고 수용받는 경험도 필요하다. 이 가시가 왜 안으로만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도 오랜시간에 걸쳐 할 필요는 있지만, 그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금방 알기 어렵고 나는 어쨓든 일상을 살아내야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다.


서울 도서관에서 <좋은 사람 자랑전> 북토크를 할때 도서관 직원중에 한분이 자신도 우울증을 약을 먹은지 꽤 오래 되었는데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가 병이 심해진다고 죽는다고. 그러니 조금씩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안전한 사람에 한해서 조금씩 나를 드러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상처가 안으로만 향해있을때는 세상을 온전히 인식하기 어렵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생각은 뒤틀리고 베베 꼬이고 비합리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힘들다고 생각한다. 너희들은 이걸 겪어보지 못해서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떤 고통이나 힘듦에 쌓여 있을때는 어느 누구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줄 안다. 나도 10대 20대 때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멀쩡하게 산다고 생각했다. 평범하게 산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들도 나중에 알고보니 각자의 사정이 있다. 고통을 상대적으로 평가 비교하라는 말이 아니다. 세상에는 내가 느끼는 고통만큼 다른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살아가는 건 힘든 일이고 우리는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인식론이다. 힘든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하루하루 살아내고 직장에 가서 마음 맞지 않는 상사와 갈등하며 내 생계를 책임지는 일은 원래 힘든 것이다. 그러니 우리 그렇게 힘든 세상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해주고 괜찮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매끈함으로 무장한 저 벽을 나는 어떤 방식으로 뚫을수 있는지는 잘 모른다. 일단은 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래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조금 숨통이 트이기도 한다. 내 삶의 고통의 문제는 오랜시간 내 삶에서 화두로 삼아 고민하고 공부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영역이다. 나는 그 옆에서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다. 답을 못찾아 스스로 가두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은 힘들다. 그럴땐 나도 그와 거리감을 두고 내 일상을 또 살다가 고개를 돌려 저 박스를 보는 것 뿐이다. 다가와 말을 걸어보고 이런저런 것들을 제안해 볼 뿐이다. 내게 맞았던 방법이 그에게 맞는다고 보장할수 없다. 내 삶의 고통에만 전문가이지, 당신의 고통에 대해서는 나는 무지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이다. 나또한 내 삶에 해방이 있을지 한번도 생각한적이 없었으니깐. 내가 해냈으니 너도 할수 있다고 빈말을 할 수는 없다. 그냥 다만 네가 해방되길 바랄뿐이다. 옆에서 기도를 할 뿐이다. 옆에서 걸어가는 것 뿐이다. 언젠가는 고통의 늪에서 벗어나길 바라지만, 그 고통과 같이 살아가는 것이 기본값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큰 기대를 하지 않으니 더 떨어질 걱정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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