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이 넘치는 익스트림 가족 드라마 뮤지컬
뮤지컬 인디고 Indigo(남색)는 7월 2일에 봤었는데 이런저런 다른 글들을 쓰다 보니 기록이 늦어졌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동네 극장 커브 Curve Theatre에 갔었다.
새로운 뮤지컬이라 인기가 없어서 소극장 공연이었다.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뮤지컬이라 전혀 기대는 없었다. 공연 전 무대를 보니 뭔가 약간 조잡함과 난잡함에서 B급의 냄새가 났다.
제작진의 잘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느껴지는 공연 팸플릿도 받았다. 지금까지 지난 몇 년 간 영국에서 다양한 공연들을 보면서 이렇게 공짜로 주는 팸플릿은 처음인 거 아닌가 싶다.
공연은 그냥 그랬다. 배우들이 진짜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불렀는데 전반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뭔가 내가 뮤지컬을 보는 이유 중의 큰 부분은 신나는 음악과 춤, 배우들의 밝은 에너지, 그래서 보고 나면 뭔가 기분이 업되고 좋은 기운을 받은 듯한 그런 느낌인데, 이 뮤지컬은 영 우울함이 넘쳤다.
내용이 이를테면 여자 주인공의 엄마가 치매에 걸렸고, 그래서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는 중에 엄마도 같이 살기로 했고, 근데 이 엄마가 어느 날 청소년 보호소 같은 곳에 있던 자폐 여자 아이를 데리고 왔고, 알고 보니 이 자폐 아이는 여자 주인공의 딸인데, 대학생 때 나이 많은 교수와 잠시 만나다 실수로 가진 아이였는데, 아무튼 키우다가 잘 못 키우겠어서 애가 어릴 때 애 아빠한테 버렸는데, 그 대학 교수는 늙어서 죽었고, 그래서 보호원에 보내진 것이었고, 그걸 알게 된 엄마가 애를 데려온 것이었는데, 이런 사정을 남자 친구는 다 모르고 있었고, 어쩌고 저쩌고 -_-
아무튼 해피 엔딩이긴 했지만 주인공 여자가 엄마와 싸우고 말다툼하고, 남자친구와 또 싸우고, 자폐 아이는 자꾸 소리를 지르고, 치매 엄마가 아이랑 같이 드라이브하다가 자동차 사고가 나고, 아이가 사고 후에 사라지고 -_-
뭔가 되게 '아, 피곤하다...' 싶은 공연이었다. 아무리 영국에 막장 드라마 같은 가족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꼭 이렇게까지 시나리오를 익스트림하게 했어야 했니? -_-
앞으로 새로운 뮤지컬은 좀 더 신중하게 골라서 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