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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공연덕후

NOËL & GERTIE 노엘과 거티 두 인물극

넷이서 북치고 장구치는 신기하고 재미난 공연

by 성경은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갔는데 노엘과 거티 Noël & Gertie는 두 인물극 two-hander play이었다. 남자 극작가와 여배우의 우정과 사랑/애증/불륜 사이 어딘가 같은 느낌이었는데, 실존 인물들 이야기란다. 둘이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는데 커서 일도 같이 하고 계속 툭탁거리는 사이 우정이 자라나고, 어느덧 사랑도 싹트고 뭐 그런 뻔한 내용이다.

Curve Theatre 웹사이트 공연 포스터

다른 것보다 신선했던 것은 피아노 두 대 세팅이었다. 피아노 두 개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붙였다 뗐다 하면서 피아노만으로 다양한 공간 표현을 하는 것이 신기했다.

보통 소극장 공연은 그냥 반주 음원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공연은 피아노 남녀 듀오로 라이브 음악을 더 많이 썼다. 남자 피아니스트는 잘 쳤는데 여자분은 자꾸 삑사리를 내서 아, 거슬리네, 아쉽네, 싶었더니 여자분은 피아노만 치는 것이 아니라 아코디언도 치고, 반조 banjo도 치더니 나중에는 연기도 하고 노래까지 불러서 깜짝 놀랐다. 뭔가 좀 부족한 피아노 실력이 다 용서가 되었다. 남자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를 진짜 잘 쳤는데 역시나 나중에 연기도 하고 노래도 불러서 또 깜짝 놀랐다. 영국 쇼 비지니스 세계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능력자들이 많은 것 같다.

무대

극작가와 여배우 설정이라 그런지 진짜 극작가 역할 남자 배우는 너무 배우로서 카리스마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상대적으로 여배우 역할이 너무 화사하고 예쁘고 아름답고 멋지고 카리스마 넘쳐서 눈이 즐거웠다. 어떻게 저렇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일까, 여자인 내가 봐도 너무 사랑스럽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노래도 너무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춤추면서 노래도 잘하고, 막판에 피아노를 엄청 잘 치면서 노래를 같이 부르는 것을 보고, 우와, 진짜 이 여배우는 넘사벽이네, 싶어서 캐스팅을 보니까 레베카 트레헌 Rebecca Trehearn이다. 몇 달 전 인디고 Indigo 봤을 때 내용은 진짜 내 취향 아닌데 노래 되게 잘 부른다,라고 생각한 여자 주인공도 레베카가 했던 거였다. 인스타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믿고 보는 레베카 공연은 앞으로도 다 챙겨봐야지.

Curve Theatre 공연 웹사이트 캐스팅

반주 음악과 연기, 노래, 춤, 소품 전달, 피아노들을 움직이며 무대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까지 다 남녀 주인공 두 명과 연주자들 둘, 전체 넷이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공연이었다. 이렇게 재능이 넘치는 훌륭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꽤나 괜찮은, 재밌는 공연인데 자리가 많이 비어있어서 좀 안타까웠다. 레스터 공연 다음에 어느 도시에 가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다음 공연은 더 잘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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