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 각성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삶에 대하여

by 성경은

떠오름 출판사를 운영하는 김요한 씨의 에세이인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어쩐지 나와 결이 잘 맞을 것만 같다. 책의 대부분이 다 좋지만 특별히 마음에 드는 일부를 아래 적어 놓는다.


"억지로 웃는 자리, 괜히 말 많은 순간 [...] 맞지 않는 곳에 계속 남아 있는 건, 어리석음이고, 욕심이고, 비겁함이다. [...] 사람을 줄이고, 말을 줄이고, 핑계를 줄였다. 줄이는 건 버리는 게 아니었다. 밀도를 높이는 거였다. [...] 누구의 리듬에도 맞추지 않고, 흉내를 내지 않고, 억지로 웃지 않고,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곳에서만 존재했다."

요새는 진짜 일할 때만 돈 주니까 기꺼이 웃어줄 수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안 웃고 싶은데 웃어주고 싶은 마음도 에너지도 없다.


"예전엔 아무거나 붙잡았다. 두려워서, 외로워서, 공허해서. 그래서 소진됐다. [...] 모든 만남은 값을 치른다. 지불하는 건, 시간도 아니고 돈도 아니다. 평온이다. 에너지다. 정신의 무게다. [...] 사람을 줄이고, 말을 줄이고, 불필요한 친절을 없애는 건 나를 지키는 일이다. 진짜 연결은 드물다. 같은 파장을 가진 사람은 평생 몇 명이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지나가게 두면 된다. 억지로 웃지 않고, 억지로 맞추지 않는다. 맞지 않으면 흘려보낸다. 그게 삶이다. 한때는 세상이 너무 시끄러웠다. 지금은 안다. 세상이 시끄러운 게 아니라, 그 소음에 스스로 몸을 던졌던 거였다."

나는 솔직히 내가 줄이려고 줄인 건 아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줄이는 것에 줄임 당한 느낌이다. 많은 주변인들에게 그렇게 잘 맞거나 잡고 싶은 존재는 아니었던 게다.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 억지로 공감하지 않아도 되는 거리. 편안함을 강요하지 않고, 흐름에 맡기는 시간. 모든 걸 채우려 애쓰는 건 소진을 부른다. 오히려 비워진 간격이 관계를 오래 숨 쉬게 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도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순간. 그건 언제나, 말보다 간격에서 시작된다."

나이 드니 진짜 별 말 안 해도 편한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흔들리지 않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단단함을 잃지 않는 것. 고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비워진 자리를 채우려 허둥대지 않는 사람. 사람이든, 기회든, 흘러간 것에 연연하지 않고 떠날 것은 보내고, 남을 것만 지키는 사람. 관계는 넓이보다 밀도다. 아무리 많은 사람과 어울려도, 남는 건 손에 꼽히는 몇이다. 가장 나쁜 건 얕은 인연에 스스로를 소모하는 일이다. 그러지 않는다. [...] 어떤 삶이든 결이 있다. [...] 나의 방식, 나의 속도, 나의 호흡. 남이 정한 틀에 나를 맞추지 않고, 서고 싶은 자리에 원하는 모양으로 선다. 그렇게 간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누구의 시선에도 방향을 바꾸지 않고. 끝까지, 직접 택한 방식으로."

내가 정한 기준대로, 내가 느끼는 감각에 따라, 남들이 뭐라 하건 이렇게 40년 넘게 살아왔다. 이게 나를 가장 나답게 지키는 방법이었다 믿는다.


"기준 없는 친절 대신, 설명 필요 없는 명료함. 말보다 행동, 감정보다 원칙. [...] 관계든, 말이든, 태도든. 애매함이 사람을 망가뜨린다. 중립적인 척, 기회만 노리는 태도. 그게 모든 실패의 시작이다."

나도 명료함이 좋다.


"가까이 있다고 다 소중한 것도 아니고, 오래 봤다고 다 진짜인 것도 아니다. 시간과 거리는 기준이 아니다."


"높은 자리는 공허하다. 사람들은 웃지만, 진심은 없다. 말을 건네지만, 마음은 없다. 모두가 예의를 갖추지만, 누구도 나를 보지 않는다. 그들이 향하는 건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위치와 이름이다. 그것에 달려서 오는 존경은 아무 가치가 없다. 거절할 수 없는 존경은 진짜가 아니니까. 높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멀어진다. 가까이 오는 이들은 얻을 게 있는 자들뿐이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진짜 부유한 삶은,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삶. 아무것도 없어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 [...] 그래서 더 이상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세상의 빈 껍데기에 마음 주지 않는다. 언젠가 모든 게 사라져도 괜찮을 만큼, 가볍고 단단하게 살기로 한다. 그게 진짜 삶이다. 진짜 자유다."

학교에서 승진을 하고 다양한 보직들을 맡으면서 더 인간들의 간사함과 자리들의 허망함을 느낀다. 원래도 직장에서는 일하는 거지 친구 만드는 거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내 생각은 여전히 틀리지 않았다.


"세상의 소음은 멈추지 않는다. 정답은 쏟아지고, 누군가는 늘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끝까지 나를 지키는 건, 내가 만든 내 방식이다."

맞다. 내 마음대로 살면서 내 인생을 사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죽는 날에는 후회 없이 살았다 생각하는 마음 하나 남을 거 같다.


"편안함은 중독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가장 빠르게 무너지는 삶은, 괜찮은 수준에서 멈춘 사람의 삶이다. 그는 위험하지 않았고, 고통스럽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 데도 닿지 않았다. [...] 사람이 사는 곳엔 긴장이 있어야 한다. 질문이 있어야 한다. 낯선 자극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고, 공연을 보고, 영화를 보고, 안 먹어본 것을 먹어 본다.


"욕망은 빠르고 성장은 느리다. 바라는 건 많지만, 감당하려는 훈련은 부족하다.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책임질 태도가 없고, 자리를 원하지만 버텨본 적이 없다. 그래서 좋은 일이 와도 불편하고, 기회가 와도 주저하게 된다. 준비 없이 받으면 그것은 복이 아니라 사고다. 사람은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누릴 수 있다."

지금 나는 내가 딱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누리고 있다 생각하고 감사히 여기며 산다. 한 5년 즈음 지나면 더 높은 자리에도 갈만한 그릇이 될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