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 귀여운 중세 도시
지난 토요일 욬센존 대학 York St John University 교수 지인을 만나러 요크 York에 다녀왔다. 10년 전 즈음에 처음 갔었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옛날에는 친구가 운전해서 갈 때 따라갔었어서 기차 타고 간 것은 처음이었다.
요크 기차역의 (빅토리아 시대 철도 특유) 위엄과 웅장함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시원한 개방감이 좋다.
빅토리아 시대 거대한 시계도 내 스타일이다. 공공시설에 있는 시계들이란 모름지기 멀리서도 모두에게 아주 잘 보이게 이렇게 큼직큼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크 대성당 York Minster은 요크의 대표적 관광지 중의 하나라 한다. 분명 10년 전에 왔을 때도 봤었을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리 인상 깊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제로 아주 특별한 성당으로 보이진 않는다.
대성당 정면에 엘리자베스 여왕 석재 조각을 세운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엘리자베스 여왕 조각의 돌 색깔만 아주 새것처럼 하얗고 깨끗하다. 500년도 전에 세워진 대성당과 현대 조각의 만남이 그리 낯설지 않다.
성당 뒤에 저 건물은 뭐지, 싶었는데 성당이 이어져 있는 거였다. 성당의 뒤쪽은 정면과 사뭇 다른 느낌이 있다.
성당 뒤쪽에는 석재 조각들을 만드는 석공 작업장 stone yard이 있다. 여전히 이런 장인 석공들을 배출해 내는 곳이 어디 있나 했더니 이런 곳에 있었다.
가고일 gargoyle이나 그로테스크 grotesque로 보이는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대적 상상의 나래를 펴서 이런 창의적인 것들을 매일 만들고, 일한 결과가 바로바로 보이며, 만든 것들이 앞으로 몇백 년 이상 길이길이 남을 석공의 삶이란 꽤나 괜찮을 것 같다.
중세 거리 쉠블즈 The Shambles는 영국에서 가장 잘 보존된 중세 거리 중 하나다. 해리 포터의 다이애건 앨리 Diagon Alley의 영감이 되었다고도 한다. 여기가 요크의 가장 주된 관광지가 아닌가 싶다. 여기는 확실히 10년 전에 왔던 기억이 난다. 해리 포터 굿즈들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꼭 해리 포터 기념품 가게는 아니지만 마술과 마법 테마를 가지고 있는 가게들이 많다. 매직 포션을 팔 것 같은 향수 가게 같은 곳들이 아주 매력적이다.
중세에는 문맹률이 높았기 때문에 글자보다 그림으로 업종을 알리는 입체적 돌출형 간판들이 많았단다. 이를 테면 맥주통이 달려 있으면 펍이고, 약초를 달이는 (초록색이 튀어나와 있음) 솥이 달려 있으면 약제사/약초상이다.
중세 거리라 일단 골목이 아주 비좁고, 중세에는 집의 1층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어서 1층은 좁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집의 구조들이 많이 보인다. 아기자기 너무 예쁘고 운치가 넘치고, 관광객들이 조금만 더 적으면 사진이 훨씬 더 잘 나올 것 같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비 오는 겨울에 이 정도면 화창한 여름에는 사람들이 더 미어터질 것 같다.
꼭 관광지인 특정 중세 거리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중세의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도시 전체가 그냥 중세 도시인 것 같다. 목조로 된 기둥, 유리창, 건물 전체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휘어지고 무너질 것처럼 되었지만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안전상의 문제는 없을까 싶지만 괜찮으니까 부수지 않고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관광보다 지인과 밥 먹고 커피 마시며 수다 떤 시간이 훨씬 더 길어서 제대로 관광을 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0년 만에 다시 방문해 대충 구경한 요크는 여전히 느낌이 좋았다. 한 5년쯤 뒤에 날씨가 좋을 때 다시 가서 제대로 관광을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중세와 해리 포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