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의 팬이라면, 어릴 때 토토로를 좋아했다면, 꼭 봐야 하는 공연
어제 이웃집 토토로 쇼를 보러 런던에 갔다. 고속버스 National Express를 타고 Golders Green에서 내리면 더 빠르고 좋다는 걸 어제 깨달았다. 다음에도 여기로 가야겠다.
지하철 Northern line 타고서 토튼햄 Tottenham Court Road 역에 내렸다. 여기 아우터넷 Outernet London에는 항상 새로운 전시가 있어서 지나가면서 잠시 들르는 맛이 있다.
2시 공연이라 공연 전 점심 뭐 먹지 진짜 고민했는데 고민과는 별개로 지하철역에서 극장 가는 길에 보이는 쉨쉨버거에 들어갔다. 버거도 맛있고 커피맛 밀크셰이크도 맛있었다. 햄버거나 밀크셰이크를 많이 자주 먹는 사람은 아니지만 기억나는 버거들과 셰이크들 중에 제일 맛있었다. 한때 한국에서도 유행했을 때 왜 다들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근데 이게 17파운드(3만 4천원) 값어치의 맛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점심을 먹고 극장 Gillian Lynne Theatre으로 향했다. 토토로만 하는 전용 극장다운 건물 전체 광고가 눈에 띄었다.
광고 포스터의 실사 토토로가 애니메이션과 싱크로율이 엄청나게 높아 놀라울 따름이다.
극장 안에 들어가면 층마다 곳곳에 바와 함께 다양한 굿즈들을 팔고 있다. 귀엽긴 하다만 물론 다 비싸다. 이를테면 손바닥 절반만 한 토토로와 캣버스 인형을 각각 40파운드(8만 원)에 팔고 있었다.
무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왼쪽 자리에 앉았는데 생각보다 더 잘 보여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토토로 공연은 여러 가지로 놀라웠다. 내용이 물론 다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을 수는 없고, 이런저런 각색이 들어가고 압축적이 된 부분들도 많은데 전반적인 전달은 다 되었다. 이런 장면까지 표현이 된다고? 하고 놀라기도 하고, 아주 조악하고 웃기게 표현이 되어서 까르르 하기도 하고, 어느 쪽이든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공연의 관전 포인트들은 다음과 같은 것 같다.
공연 시작할 때 애니메이션 도입부 구현이 놀라움
영어로 공연을 하면서 가끔 일본어가 들어가고 영어로 노래 부르다 일어로 부르다 하는데 위화감이 없고 전달이 다 되는 게 신기함
무대 디자인 잘했음
대형 토토로 인형 현실감 쩔음
고양이 버스도 처음 등장할 때 감동이 있음
비중이 작거나 없었던 등장인물들의 활약이 대단함 (이를테면 칸타가 키우는 닭들)
전반적으로 진짜 생각보다 너무 공연 포맷에 맞춰서 구현과 표현을 잘했다. 개인적으로는 뭐랄까 약간 눈물 날 것 같은 장면들이 있었다. 슬퍼서가 아니라 뭔가 벅차오르는 느낌이랄까, 옛날 생각이 나서. 남녀노소인종을 넘어 모두가 인터미션에 토토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걸 보면서 지브리의 대단함을 느꼈다. 지브리의 팬이라면, 어릴 때 토토로를 좋아했다면, 이건 꼭 봐야 하는 공연이라 생각한다. 토토로를 전혀 모를 것 같은 아이들도 다들 너무 재밌어하며 봤다. 강추한다.
공연을 다 보고서 돌아가는 버스 타기 전 시간이 남아서 운동 겸 산책을 좀 했다. 트라팔가 광장 Trafalgar Square에 오랜만에 가니 너무 예쁘고 좋았다.
빅벤 Big Ben이랑 웨스트민스터 에비 Westminster Abbey도 스쳐 지나가며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