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역, 벨라스카 타워, 나빌리 운하길
지난 주말에 이탈리아 밀라노 Milan에 다녀왔다. 버밍햄 Birmingham 공항에서 오전 11시 비행기를 타고 오후 2시 좀 넘어서 베르가모 Bergamo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권검사를 하는 곳이 있는데 1시간 반 넘게 기다려서 4시에 여권검사가 끝났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는데 사진 찍고, 지문 찍고, 이런저런 질문에 대답하고 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금까지 여행 다니면서 여권검사에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된 공항이 아니었나 싶다.
비행기표를 살 때 밀라노 베르가모 공항이라고 되어 있어서 나는 밀라노에 있는 공항 이름이 베르가모인 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서울 인천 공항 같은 표시였다. 베르가모와 밀라노는 다른 도시였고 베르가모에서 밀라노까지는 버스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밀라노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은 리나테 공항 Milan Linate Airport이라는 걸 밀라노 가서 깨달았다.
네덜란드에서 친구가 전날 이미 와서 놀고 있었어서 공항버스 타고 밀라노에서 내리는 곳, 중앙역 Milan Central Station에서 만나기로 했다. 구글맵 GPS가 현재 위치 업데이트를 느리게 해서 한참 돌고 헤매다가 드디어 친구를 만났다. 맥주 한잔하고 수다 좀 떨다가 중앙역 구경을 했다.
기차역 안이 굉장히 크고 웅장하다. 스케일감이 다른 유럽 도시 기차역들과 차원이 다르다. 내가 본 중에 가장 큰 기차역인 것 같다. 찾아보니 1930년대 무솔리니 정권이 권력을 과시하려고 내부 천장 높이, 홀 규모, 조각 등을 과장되게 크게 만들어서 실제보다 더 거대하게 느껴지는 거라 한다.
기차역 밖에 나가서 보니 벽면에 프로젝션 매핑 projection mapping을 해서 다양한 색, 패턴들 영상이 계속 바뀌는 것이 멋졌다.
숙소에 짐 놓으러 가는 길에 벨라스카 타워 Velasca Tower를 지나갔다. 타워 위쪽은 중세 밀라노의 방어탑들이 적들을 방어하기 위해 돌출된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거라 한다. 중세를 재해석한, 구조가 드러나는 브루탈리즘 brutalism 건물이다. 특별히 아름답진 않지만 개성은 뚜렷해서 왜 유명한 건물인지 알겠다.
숙소에 짐을 놓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식당 가는 길은 나빌리 운하길 Naviglio Grande Canal Walk 근처에 있었다. 여기는 뭔가 젊은이들의 거리 같았다. 청계천 느낌도 나고 네덜란드 느낌도 났다.
요리와 음식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맛잘알 친구가 미리 마음에 드는 식당을 예약해 놨다. 28 Posti (직역하면 28석 - 왜냐하면 식당에 딱 28석이 있어서)라는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모던 이탈리안 식당이다 (https://maps.app.goo.gl/AoTPUyb42YadK9897). 테이블에 앉았는데 테이블 옆 창으로 주방이 보이는 것이 재밌었다.
깜짝 시식 메뉴 surprise tasting menu 5코스를 시켰다. 뭔가 앞에 더 주고, 뭘 같이 더 주고, 뒤에 디저트도 주고 해서 5개보다 더 많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되게 맛있다는 아니었지만, 처음 먹어보는 맛의 조합들도 많았고 서프라이즈 메뉴라 재밌었다. 맛과 요리를 잘 아는 친구랑 같이 먹으니까 이러쿵저러쿵 맛이 어떻네 얘기하면서 먹으니까 더 재밌었다.
스파클링 와인 한 병 페어링하고 마지막 입가심으로 레드 와인 한잔씩 해서 인당 102.50유로 (17만 5천 원 정도) 냈다. 평소 어디 가서 외식할 때 이만큼 돈 내고 먹는 일은 별로 없지만, 가끔 이렇게 맛잘알 친구랑 여행 가서 이벤트처럼 새로운 경험을 위해 한번쯤 이렇게 시식 코스 요리 먹는 건 재밌는 거 같다.
밥을 다 먹고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술집들을 보니 아주 화려하고 사람들이 버글거렸다. 주로 젊은이들이었다. 대학생 때, 20대 때 생각이 났다. 좋을 때다 다들.
저녁밥 먹은 식당에서 아주 간단한 디저트 (수제 쿠키와 찍어먹는 크림같은 거)를 먹긴 했는데 뭔가 디저트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GelaCreperia라는 젤라토 집에 갔다 (https://maps.app.goo.gl/hJvWbfDUpSZcwzHg6). 피스타치오 맛이랑 딸기맛을 시켰는데 피스타치오는 맛있었는데 딸기는 좀 인공적인 맛이 많이 났다. 그래도 맛은 있었다.
젤라토를 먹으면서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무서운 나무와 티치네세 성문 아치 Arco di Porta Ticinese를 지나갔다.
(다음 회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