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성, 용동상, 무기고, 석조 유물 전시관, 바벨성당, 시내, 등등등
크라쿠프 3일째(3월 16일)에 바벨성 Wawel Royal Castle에 갔다. 아침에 날씨가 조금 안 좋았다.
저 성벽 위로는 어떻게 들어가나 싶었더니 옆에 돌아가니 언덕길이 있다.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강(비스와 강 Wisła)을 따라 산책길이 있고 유명하다는 드래곤/용 동상이 보였다. 왕궁 내부 관광은 시간대별로 들어가야 되는데 입장까지 시간이 남아서 내려가보기로 했다.
정문이 아니라 강 쪽으로 돌아나가는 옆문이 있었다.
용 동상 자체는 막 특별해 보이진 않았는데 가끔 입에서 불을 뿜었다. 안타깝게도 불 나오는 순간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크라쿠프에는 용 전설이 있다 한다. 옛날에 바벨 성 아래 동굴에 무서운 용이 살면서 사람과 가축을 잡아먹어서 왕이 용을 물리치는 사람에게 큰 보상을 약속했단다. 많은 기사들이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대신 한 평민이 양가죽 안에 유황을 넣어 용에게 먹여서 죽였다 한다. 용이 없어지고 평화로워진 바벨 성 근처에 사람들이 정착해 살면서 도시가 되었다는 식이다. 크라쿠프가 옛날에 폴란드의 수도였어서 이 용 전설이 건국 신화처럼 여겨진다 한다.
용 동상 앞에는 강을 따라 산책길이 잘 되어 있다. 날씨만 더 좋고 시간 여유만 더 있었다면 강을 따라 그냥 좀 걸어도 좋았을 것 같다.
월요일에는 바벨성의 대부분이 문을 닫고 지하 박물관들만 열며 티켓 없이 공짜로 들어갈 수 있다. 매표소에서 준 지하 박물관 입구들 표시가 있는 지도를 들고 먼저 무기고에 찾아갔다.
무기고 안에 들어가니 내가 상상한 것보다 전시가 훨씬 더 세련되었다.
갑옷들 보존이 아주 잘 되어있는데 그중에 윙드 후사르 갑옷(Winged Hussars armor)이 멋졌다. 폴란드 엘리트 기병이 윙드 후사르였는데 (유럽 최강 기병 중 하나) 날개를 달아서 괴물 같은 모습과 돌격할 때 윙- 하는 바람 소리의 위압감이 있었다 한다.
달타냥과 삼총사 생각나는 칼들도 멋졌다.
다양한 크로스보우 crossbow들도 있는데 처음 보는 신기한 디자인들이 많았다.
대포들이 있는 곳에 옛날에 전투는 어떻게 했었나 보여주는 동영상이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재미나게 생긴 얼굴형 마스크 투구들도 있다. 기능보다는 퍼레이드용 갑옷에 쓰였다 한다.
두 번째 지하 박물관은 석조 유물 전시관 Wawel Podziemny Lapidarium이었다. 입구에 과거 바벨 언덕에 있었던 초기 중세 교회 모형이 있다. 지금 이 교회는 바벨성 지하에 묻혀 있다. 교회를 지하에 지은 것이 아니라 전쟁이나 화재 등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그 위에 흙과 잔해가 쌓인 뒤에 새 건물을 지어서 지하처럼 된 것이라 한다.
바벨성 모형도 아주 예쁘게 만들어 놨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아주 드라마틱하다. 지하만도 이렇게 멋진데 성안은 얼마나 멋질까 싶다. 다음에 꼭 다시 가서 성을 제대로 구경하고 싶다.
지하에 묻혀있는 교회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원래 지상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면이 올라가서 옛날 우물도 지하에 묻혀 있었다.
그 이외 이런저런 다양한 유물들을 볼 수 있었는데 되게 특이한 입체적 타일형 도자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완전 수작업을 했거나 몰드 mould를 만들어서 찍어낸 건데 어찌 되었든 대단한 노가다다.
구경을 다 하고 나오니 아침에 흐렸던 날씨가 아주 맑아졌다.
바벨성 안에 바벨 성당 Wawel Cathedral도 있다. 여기까지 들어가 볼까 했는데 발바닥도 아프고 배가 고파서 밥 먹으러 가야 해서 다음에 왔을 때의 관광지로 남겨뒀다.
역시 용 전설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성당 빗물 빠지는 장식형 배수구 디자인이 용머리다.
밖에서만 봤지만 성당이 아주 특이하고 아름다웠다. 이 성당은 폴란드 왕들의 대관식과 매장지 역할을 했던 국가적 성당이라 한다.
시내에서 점심을 먹었더니 그 식당 근처에 성 안드레 교회 St. Andrew's Church와 성 베드로와 성 바울 교회 Saints Peter and Paul Church가 있었다. 시간 관계상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기념품 가게들도 많아서 몇 군데 들어가 봤는데 천사, 비둘기, 용이 제일 많은 것 같았다. 스테인드 글라스 천사 장식 두 개를 샀다.
오후에는 야기엘로니아 대학교 박물관 Muzeum Uniwersytetu Jagiellońskiego Collegium Maius에 갔다. 여기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중세 대학교 중의 하나다 (지금은 그냥 박물관). 코페르니쿠스가 이 학교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대박.
입구로 들어가면 중앙 중정(안뜰) 구조다.
건물 안에 들어가면 응접실과 회의실 같은 공간들이 있다. 그 당시 학문인 천문학을 강조하는 듯한 하늘 그림이 천장에 있는데 아마도 현대에 그린 것이 아닌가 싶다.
식당 내지는 사교 공간 같은 곳도 있고, 행사장 같은 곳도 있다.
행사장 같은 공간은 아마도 졸업식 같은 것을 하던 곳이 아닐까 싶은데 아마도 옛날 중세의 중요한 교수들 초상화들이 걸려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첫날 갔던 구시가지 광장 시장에 다시 갔다. 이 고풍스럽고 단아한 복도가 마음에 든다.
상점들마다 천사 장식들이 많이 있다. 내가 시내 기념품집에서 산 것들보다 더 크고 화려하고 예쁜 것들이 많았다. 좀 더 둘러보고 살 걸 그랬나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여러분들은 기념품 구입은 다 둘러보시고 마지막에 하시길.
광장 시장 건물 한쪽에는 리네크 지하 박물관 Rynek Underground Museum도 있다. 티켓을 파는 곳과 입구가 아예 달라서 강제 시장 구경을 해야 하는 신기한 구조다. 크라쿠프는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중세 도시들 중의 하나고 13-15세기 시장, 도로, 상점, 창고 등등이 현재 지상보다 대략 4m 아래에 그대로 남아 있다. 화재, 홍수, 재건 등으로 지하에 묻혔지만 중세 도시가 땅속에 그대로 있어서 중세 도시를 땅속에서 걸어 다니는 경험이 가능하다.
중세 도시를 발굴하던 때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다.
중세부터 시작해서 현대까지 이 광장 시장이 어떻게 변해왔는가 그림들도 있다.
작년에 브로츠와프를 방문하면서 폴란드를 처음 가본 거였는데 꽤나 마음에 들었어서 또 가야지, 하고 있었다 (https://brunch.co.kr/@8df7531fef574a5/174). 몇 년 전에 베를린에 다녀온 이후로 아우슈비츠도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생각했던 터라 두 번째 폴란드 방문은 아우슈비츠 관광이 가능한 크라쿠프를 선택한 거였다. 아우슈비츠 관광이 주고 나머지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다른 곳들도 아주 훌륭했다.
영국인, 미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등 외국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폴란드 현지인들에게도 주 관광지인 것 같았다. 아마도 폴란드의 경주 같은 곳이 아닌가 싶다. 잘 모르고 간 곳이었지만 가서 아주 좋았다. 괜찮은 박물관, 미술관들이 많아서 몇 년 뒤에 다시 와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바벨성과 바벨 성당은 제대로 보지 못했으므로 다음에 가면 제일 먼저 구경할 테다. 브로츠와프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크라쿠프가 더 좋았다. 내년에 또 다른 폴란드 도시에 가보고 싶다. 다음엔 수도인 바르샤바 Warszawa (Warsaw)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