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쿠프 Krakow, Poland 2일

아우슈비츠

by 성경은

크라쿠프에서 둘째 날(3월 15일)에 아우슈비츠 투어를 갔다. 크라쿠프를 가기로 결정했던 이유가 아우슈비츠 관광이었기 때문에 비행기표를 끊을 때 진작에 온라인으로 투어 신청을 해놨었다. 대부분의 투어는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기념관 및 박물관 Memorial and Museum Auschwitz-Birkenau과 아우슈비츠 II-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Auschwitz II-Birkenau (아우슈비츠 단지 중 두 번째 캠프), 이렇게 두 군데 투어가 묶여 있어서 보통 아침에 투어를 시작하면 저녁에 투어가 끝나는 종일 일정이다.


아우슈비츠 기념관/박물관

크라쿠프 시내에서 투어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려서 아우슈비츠 기념관/박물관 Memorial and Museum Auschwitz-Birkenau (유네스코 세계유산임)에 갔다. 시간대별로 티켓팅이 되므로 시간 맞춰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인 관광객들이 입구에 가득했다.

입구

입구에 들어가자마자부터 심상치 않게 여겨지는 삭막한 콘크리트 길이 있다.

콘크리트 길

콘크리트 길을 지나가면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잔디는 파랗고 나무는 우거져서 마치 영국에 흔한 주거지 근처 공원인 것만 같다.

수용소 시작

잔디밭길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면 수용소 건물들이 가까이 보이면서 수용소 입구가 나온다.

수용소 입구

수용소 입구에서 가이드님이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해주셨는데 물론 다 까먹었다.

가이드님

입구 철조망 옆에 해골 표시와 함께 '멈춰! Halt!'라고 적혀 있다.

입구 철조망

건물들 일부를 박물관으로 만들어 놨는데 아우슈비츠에서 죽은 사람들의 수많은 안경, 밥그릇, 신발, 가방 등등이 전시되어 있다.

안경들
밥그릇 및 식기들
신발들

신발들은 특히나 복도의 양쪽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이 있다.

신발 전시 복도

가방들도 복도 하나 가득 있다. 여기에 짐을 싸서 아우슈비츠에 올 때까지는 아무도 이 가방을 다시 들고 집에 돌아갈 일이 없을 거라는 걸 몰랐겠지. 나치들은 가방을 다시 찾아가야 할테니 이름을 쓰라고 했다고 한다. 아주 야비한 거짓말쟁이들이다.

가방들

수용소 건물들이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국에 있는 일부 신축집들 스타일이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다. 영국 건축 회사들 일부가 아우슈비츠 스타일이 추구미인가.

수용소 건물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냐에 따라서 옷에 (가슴팍 번호 위) 표식이 있었다 한다.

표식이 있는 수감자옷을 입은 사람 초상화들

정치범, 유대인, 범죄자, 여호와의 증인, 동성연애자 등등 온갖 사람들을 다 잡아다 놓은 아무나 감옥 같은 느낌이다. 유대인들만 잡아넣은 건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범죄자들과 유대인들, 여호와의 증인들, 동성연애자들을 같이 수용함으로써 너희들이 다 같이 범죄자들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치들이 아주 지독한 놈들이다.

수용자 표식

그 당시 수용된 사람들의 서류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서류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화장실은 프라이버시 보호가 없었다.

화장실

"최악은 군중 속에서 항상 외로웠다는 점이다. 얼굴들은 아주 빨리 바뀌었고, 사람들은 아주 빨리 죽어서, 누군가의 얼굴을 식별하거나 알게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누군가의 기록

수용자들의 머그샷이 가득한 복도가 있었다. 이런 사진들이라도 남아있어서 살아있는 후손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머그샷들

수용소의 3층 침대는 좀 좁아 보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라면 아주 끔찍하지는 않았겠다 싶다.

침대방

수용소의 한 구석에는 수용자들을 총살시키던 처형 벽 Death Wall이 있다.

처형벽

수용소 군데군데 구역을 나누는 철조망과 감시탑들이 있어서 자칫 평범한 주택가로 보일 수 있는 수용소에 삭막함과 공포감을 더해준다.

철조망과 감시탑들

특히 일부 철조망들은 보안이 더 철저해야 했는지 높이가 다른 철조망 두 개가 (보초병 한 명 지나갈 만한) 일정 거리를 두고 겹쳐져 있다. 너네가 철조망 하나는 어떻게 넘어도 두 번째 철조망을 넘기 전에는 잡겠다는 나치의 의지가 보인다.

두겹 철조망

가스실과 사람들의 시신을 소각하던 화장장이 아직 남아 있었다. 화장장은 가스실 바로 옆에 연결되어 있었다. 작은 언덕 아래에 지하로 건물이 있고 땅 위로는 굴뚝만 올라와 있다. 지상에서 밝은 햇빛 아래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을 한 번에 가스로 죽이고 태울만한 용기는 나치에게도 없었던 것 같다.

가스실/화장장 입구
화장장


아우슈비츠 II-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점심을 간단히 먹고 아우슈비츠 II-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Auschwitz II-Birkenau (두 번째 캠프)에 갔다. 여기가 대량 학살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여기에 상징적인 철도 입구가 있다. 아우슈비츠로 끌려온 사람들은 우선 다 기차 타고 여기에 도착했었다.

철도 입구

규모가 엄청나다. 오전에 방문한 Auschwitz-Birkenau와 비교해서 8배 이상 크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전방과 양 옆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철도길 옆으로 철조망과 함께 감시탑이 띄엄띄엄 있고 건물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얼핏 보면 그냥 넓은 초원 같기도 하다.

철도길 옆

옛날 기차 한 칸이 남아 있다. 창 하나 없는 기차 (가축 수송용 화물칸) 안 열악한 환경에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실려왔던 사람들은 기차 안에서만도 많이 죽었다 한다 (질식, 탈수, 굶주림, 저체온증, 열사병 등등).

기차 일부

이곳에 있었던 대규모 가스실 + 화장시설의 일부는 소련군이 접근했을 때 학살 규모와 전쟁 범죄 증거들을 제거하기 위해 나치들이 퇴각 직전에 폭파시켰다 한다. 아주 쥐새끼 같은 놈들이다.

폭파된 가스실/화장시설

수용자들의 주거 시설 바로 옆에 가스실/화장장의 굴뚝들이 붙어 있다. 매일 시체 태우는 연기를 보며 생활하는 마음이 어땠을까 싶다.

주거 시설 옆 화장장 굴뚝들

추모 비석에는 "To the memory of the men, women, and children who fell victim to the Nazi genocide. Here lie their ashes. May their souls rest in peace. 나치의 집단 학살의 희생자가 된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들을 기리며. 이곳에 그들의 재가 놓여 있다. 그들의 영혼이 평안히 쉬기를."이라고 쓰여 있다.

추모 비석

여기 수용자들 거주지는 1 캠프보다 확실히 더 열악한 것이 보였다. 밖에서만 봐도 열악한데 안에는 훨씬 더 열악했다. 저런 벽돌과 시멘트 침대에서 자면 죽어서 석관에 들어간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웬만한 감옥들보다 더 최악이다.

수용자들 거주지 안과 밖

여기는 워낙 외딴곳이라 나갈 테면 나가든가 같은 느낌으로 한 겹 철조망에 감시탑들이 있다.

철조망과 감시탑

투어를 시작하는 아침에는 투어 버스에 탄 사람들이 엄청 재잘거리고들 있었는데, 투어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는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며 관광을 하느라 피곤한 것도 있었겠지만 모두가 다 같이 뭔가 먹먹한 기분, 애도하는 마음, 묵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무거운 관광의 내용들을 곱씹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역사상 인류가 아마도 최악이었던 때를 엿보고 온 것은 아주 의미심장하고 뜻깊다 생각한다. 항상 예쁘고 아름답고 좋은 것들만 보면서 사는 것보다 가끔 이렇게 어두운 역사와 조우함으로써 현재의 감사함을 더 느낄 수 있다.


(다음 회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