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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준 May 23. 2024

유럽에서 가장 매혹적인 묘지, 우크라이나 리차키프 묘지

살아서도, 죽어서도 기억되는 우크라이나 리비우의 영웅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묘지 : 리비우의 리차키프 공동묘지


오늘은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서 유명한 관광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곳은 바로 리비우의 리차키프 공동묘지다. 무슨 공동묘지가 유명한 관광지일까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실제로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묘지이자 아름다운 묘지로 알려져 있다. 리비우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묘지이자, 리비우 출신의 유명인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과연 그 명성대로 아름다운 묘지인지 확인해 보자.


한나절을 걸어야 하는 넓은 묘지


묘지 입구에 가면 커다란 지도가 있다. 마음먹고 이곳을 다 돌아보려면 대략 한나절이 필요할 것 같았다. 지도에는 이곳에 안장되어 있는 유명인의 묘지 위치와 추천 산책로가 그려져 있다. 입구부터 다양한 비석들이 놓여져 있다. 비석의 모양이 각기 다르고 조각이 되어 있는 것이 특이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구경해 보기로 했다.




16세기부터 시작된 묘지의 역사


이곳의 공식적인 설립은 1786년이지만, 이미 16세기에도 사람이 매장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곳은 오스트리아의 영토였던 시절, 요제프 2세 황제의 명령에 의해 세워졌다. 그는 무분별한 매장이 아닌 위생적이고 관리가 가능한 묘지를 세우고자 했고, 그래서 리비우 네곳에 공동묘지를 세웠는데 그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은 공동묘지라고 한다.


갈리치아 군대 기념묘지: 독립을 위한 희생


이곳은 서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 군대인 갈리치아 군대의 기념묘지이다. 내가 갔던 당시에는 이곳에 동부 우크라이나 내전의 희생자들도 안장되어 있었다. 과거 리비우 지역은 키예프 대공국이 분열될 때 갈리치아 공국이라는 국가로 존속되어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침략과 전쟁을 겪으며, 도시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굴곡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살아서 싸우던 사람들, 죽어서는 같이 묻히다


하얀 대리석 십자가가 규칙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곳은 볼셰비키에 대항해 싸운 2000여 명의 폴란드인들의 묘지이다. 또한 나치와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싸운 우크라이나 저항군, 그리고 스탈린 시절의 대기근 희생자들도 이곳에 누워 있다.


아름다움 속의 죽음: 묘지의 분위기


묘지 사이로 난 길로 많은 관광객들이 둘러보고 있었다. 이 묘지는 묵직한 분위기와 동시에 죽음이라는 주제와 어울리지 않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이미 떠난 자들이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졌다.



리비우의 위인 이반 프랑코와 솔로미야 크루셰니츠카


이곳은 역사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역사의 여러 위인들이 묻힌 묘지로도 유명하다. 우선, 이반 프랑코의 묘지이다. 그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우크라이나의 작가이자 혁명가였다. 오스트리아 제국 시절 리비우에서 태어나 우크라이나 문학을 전공하며,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주장하며 사회 운동을 전개했다. 또한, 서유럽의 여러 문학 작품들을 번역하여 우크라이나에 소개한 선구자였다.

두 번째로 소개할 묘지는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가수 솔로미야 크루셰니츠카의 묘지이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시절 갈리치아 지방에서 출생하여 20대 초반에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특히 자코모 푸치니의 '나비부인'의 주인공 초초상 역할로 유명하다. 그녀의 연기력과 발성은 작품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소비에트의 체조 영웅 : 빅토르 추카린


이곳은 소련의 체조선수 빅토르 추카린의 묘지이다. 그는 1952년 헬싱키 올림픽 4관왕, 1956년 멜버른 올림픽 3관왕 등 올림픽에서 7개의 금메달을 포함하여 총 11개의 메달을 수확한 메달리스트이다. 전쟁에 참전하여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상을 극복하고 세계 정상에 선 인물이다.


리차키프 공동묘지는 리비우 아니 우크라이나의 역사 그 자체다. 14세기 폴란드의 지배를 시작으로, 리비우에는 우크라이나인뿐만 아니라 독일인, 러시아인, 폴란드인 등 여러 민족들이 살았던 굴곡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곳은 우크라이나의 화려했던 영웅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슬프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그들의 역사와 현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생각하며, 과거부터 지금까지 굴곡진 역사를 지나오며 우리의 것을 지킨 한국의 역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어둠 속에서 새벽이 밝아오듯이 그들의 앞날에도 해가 뜨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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