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여행기: 예상을 빗나간 첫날의 기록
휴가를 맞이해 한국을 떠나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됐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보통 여행을 계획할 때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가는 곳보다는 안 가본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어가 통용되는 곳이라 언어 문제는 해결이 가능할거 같았다. 물론 나는 러시아어에 능통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언어 소통이 가능하다. 또 우즈베키스탄은 비교적 안전한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외교부 지정 여행주의 및 경보 없음) 물론 어디로 여행가더라도 항상 크고 작은 위험이 따를 수 있지만, 여러 차례 조사해 본 결과 큰 위험 없이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렴한 물가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새로운 모험과 동시에 부담 없는 여행을 꿈꾸며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했다.
오후 4시쯤 한국을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비행기는 약 1시간 정도 연착됐다. ‘우즈베키스탄이라니, 이곳으로 여행 가는 한국인이 많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비행기가 한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아마도 편안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비행기는 예상외로 만석이었다. 승객들이 짐을 잔뜩 챙겨 탑승하는 모습을 보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 궁금해졌다. 그런데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한국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었다.
휴가를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인 듯했다. 그들의 모습에서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러 가는 설렘이 묻어나는 듯했다.
타슈켄트까지의 비행시간은 약 7시간. 생각보다 긴 여정이었다. 비행기에서 쉽게 잠드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이 밀려온다. 그들은 출발하자마자 눈을 감고 평화롭게 잠을 청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
비행기에서는 늘 잠이 오지 않는 편이라,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멜라토닌을 처방받아 복용하기로 했다. 평소에 멜라토닌을 먹지 않던 나로서는 이 약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궁금했다. 약을 복용한 덕분에 이전보다 조금 더 잘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깊이 잠들지는 못했다.
기내식으로 제공된 음식과 중간중간 승무원이 건네는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지루함이 밀려왔지만,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가니까 말이다.
긴 비행시간 동안 이리저리 뒤척이며, 언제쯤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에서 편안하게 비행할 수 있을지 꿈을 꿔보았다. 그때는 정말 꿀잠 잘 수 있을 텐데.
타슈켄트에 도착하자마자 비행기는 한참 동안 활주로를 따라 달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니 공항 부지는 넓지만, 건물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다. 이런 공항은 처음이었다. 도착 후 셔틀버스를 타고 입국장으로 이동했다.
입국 심사는 늘 긴장되는 순간이다. 과거 일본에서 이유 없이 추가 세관 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어, 그 기억이 떠오르면서 내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행히 아무런 질문도 받지 않고 무사히 입국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심사원이 내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나는 심사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Отлично’ (최고)를 눌러 평가를 남겼다.
타슈켄트 공항은 전체적으로 작고 간소했다.
입국 심사장을 나오자마자 바로 짐 찾는 곳이 있었고, 그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곧바로 출구로 이어졌다. 어마어마한 짐덩이 여러 개를 받으면서도 계속 기다리고 있는 한 우즈베키스탄인에게 도대체 무엇을 사서 가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한국 화장품과 전자제품 등을 샀다고 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물건들을 가져와 이곳에 팔면 제법 짭짤하게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아까 전에 왜 사람들이 짐이 많은지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었다.
입국 심사장부터 출구까지의 거리가 200미터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연착으로 인해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타슈켄트 공항은 출입 통제가 매우 엄격한 듯했다. 그 덕분에 공항 내부에서는 잡상인이나 택시 호객꾼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공항 밖을 나서자마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수많은 택시 호객꾼들이 나를 향해 몰려들었다. 그들에게 손사래를 치며, 필요 없다는 뜻을 전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에, 나는 미리 YANDEX 택시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YANDEX는 한국의 카카오택시와 유사한 러시아의 앱이다. 흥미로운 점은 대러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에서는 이 앱이 국제 신용카드로 사용되지 않지만, 정작 다른 나라에서는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 앱이 매우 유용했다. 덕분에 불편함 없이 호텔로 이동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약 20여 분 정도를 달리니 드디어 호텔에 도착했다. YANDEX 택시 앱을 통해 미리 예상 금액을 확인할 수 있어 매우 편리했다. 타슈켄트 시내에서의 택시 요금은 대부분 20,000 숨(약 2,200원) 이하로,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여행지마다 택시를 타고 다녀도 전혀 부담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저녁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이상하게도 눈은 쉽게 감기지 않았다. 아마도 새로운 환경과 첫날의 설렘이 피곤함을 이긴 듯했다. 내일의 여행을 기대하며 겨우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