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와 메디나만큼 중요한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유적들
우즈베키스탄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소비에트 시절의 국가 무신론 정책의 영향을 받아 다소 세속적인 사회로 변모했다. 무슬림이라면 지켜야 할 율법들을 엄격히 따르지 않는 모습이 흔하며,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거리에선 자유로운 복장의 여성과 남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슬람교 자체는 여전히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슬람교는 이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문화의 중요한 장소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이슬람 관련 유적지가 자주 등장할 예정이다.
여행에서는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타슈켄트의 하즈라티 이맘 광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슬람 학자 하즈라티의 무덤 근처에 세워진 이곳은 이슬람의 중요한 성지 중 하나다.
광장에 위치한 하즈라티 이맘 모스크는 처음 보면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2007년에 세워진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첫 번째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의 대통령령으로 건축된 이 모스크는 고대 건물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최근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정도다.
이슬람 신자만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관광객도 입장 가능했다. 단, 복장 규정이 엄격해 반바지나 반팔을 입은 경우 로브를 입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이 들어가는 입구도 다르다.
내부로 들어가면 웅장한 본당과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이이 무보락 마드라사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다. 이곳에는 이슬람의 가장 중요한 성서인 꾸란의 원본 중 하나가 보관되어 있다. 이 꾸란 원본은 선지자 무함마드의 사위이자 3대 칼리프인 우스만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이슬람 신앙의 근본이 담긴 책이다.
이 꾸란 원본이 타슈켄트에 오기까지는 수많은 역사적 과정을 거쳤다. 현재 이 귀중한 성서는 무이이 무보락 마드라사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으며, 방문객들은 그 거대한 크기에 놀라게 된다. 성인 남자가 팔을 양쪽으로 뻗은 것보다 큰 이 꾸란은 그 자체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외국인은 50,000 숨(약 5,5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하며, 아쉽게도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여행 중 자주 마주치는 "마드라사"라는 단어는 아랍어로 "학교"를 의미한다. 근대 교육이 보편화되기 전, 이슬람 지역의 모든 학교를 마드라사라고 불렀다. 그러나 현대식 학교가 들어선 이후, 대부분의 마드라사는 유적지로 남거나 신학교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마드라사들은 이슬람 교육과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락 칸 마드라사는 1531-1532년에 울루그베크의 손자인 나우루즈 아흐메드 칸의 지시로 건설되었다. 이 마드라사 내부에는 두 개의 묘소가 있는데, 하나는 타슈켄트의 첫 번째 통치자였던 수윤치호자 칸의 묘소, 다른 하나는 바락 칸을 위한 묘소이다. 다만 바락 칸은 사마르칸트에 묻혔다.
이 마드라사의 문은 상아와 금속으로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어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마드라사 안쪽에는 역사적 건물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기념품 가게와 그림 갤러리가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마그넷을 구입한 후, 주변을 둘러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하즈라티 이맘 묘소, 또는 카팔 샤쉬 묘소는 16세기 초, 하즈라티 이맘의 명예를 기리기 위해 건설된 건물로, 직사각형 형태의 묘소와 푸른 돔, 아름다운 마요리카 장식이 인상적이다.
이곳은 한때 수도원이었으며, 지금은 하즈라티 이맘과 그의 제자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이곳에 기도실과 묘지, 수도사들을 위한 공간까지 모두 마련되어 있다. 신앙의 중심지로서, 이곳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우리가 보통 이슬람의 주요 장소라 하면 메디나와 메카 등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러 장소를 떠올리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에도 이슬람교의 중요한 유적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은 이슬람교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장소들이며, 그 깊은 의미와 아름다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