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켄트에서 만난 세계를 뒤흔든 정복자
우즈베키스탄의 여름은 한국보다 기온이 훨씬 높다. 현지인들은 낮 동안 더위를 피해 집에 머물고, 해가 진 후에야 산책을 즐긴다. 하지만 관광객인 나는 다르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낮에만 운영되기 때문에, 더위를 피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아침 일찍이나 오후 늦게 야외 관광지를 방문하고, 가장 더운 정오부터 오후 2~3시까지는 실내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정을 짰다. 이런 전략을 세운 후, 나는 타슈켄트의 '티무르 역사박물관'을 찾았다.
타슈켄트의 중심부에 자리한 티무르 역사박물관은 1996년, 우즈베키스탄의 초대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의 지시에 따라 티무르 탄생 660주년을 기념해 지어졌다. 이 박물관은 티무르 제국과 그 후손들의 위대한 역사를 기리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박물관 건물 자체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즈베키스탄 전통 건축양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곳은 우아한 돔과 화려한 장식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이 박물관은 티무르 제국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특히 중앙 홀의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정교한 장식들이 압도적인 인상을 준다.
우즈베키스탄의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 중 하나가 바로 티무르이다. 이 박물관에서는 그의 위대한 업적과 생애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티무르는 차가타이 칸국의 몽골계 바를라스 부족 출신으로, 강력한 군사력과 전략으로 중앙아시아를 통일하고, 제국을 건설한 인물이다. 그가 이룩한 정복은 단순히 영토 확장에 그치지 않았으며, 그의 통치 아래에서 중앙아시아는 학문과 예술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박물관의 전시물들은 티무르의 군사적 업적뿐만 아니라, 학문과 예술을 장려한 그의 다채로운 면모를 담고 있다. 문맹이었던 티무르는 여러 학자들과의 토론을 즐기며, 사마르칸트를 세계적인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시켰다. 그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닌, 문화의 후원자로서 존경받고 있다.
박물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시물 중 하나는 중앙 홀에 위치한 우스만 꾸란의 사본이다. 이 꾸란은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성서 중 하나로,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에게 깊은 신앙적 의미를 지닌다. 하즈라티 이맘 모스크에서는 원본을 보호하기 위해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이곳에서는 사본이 전시되어 있어 자유롭게 촬영이 가능하다. 이 꾸란 사본 또한 이슬람교도와 역사 애호가들에게 성스러운 보물처럼 느껴진다.
티무르는 중국을 통일한 명나라와의 대결을 앞두고 병사했다. 만약 그가 명나라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세계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그를 구국의 영웅으로 존경하며, 그의 유산을 깊이 있게 기리고 있다.
티무르에 대한 이 박물관에서의 여정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우즈베키스탄 여행 중 앞으로도 여러 번 티무르와 관련된 관광지를 방문하였는데, 티무르의 업적과 유산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티무르 역사박물관은 그 여정의 시작점으로, 이곳에서의 경험은 앞으로의 여행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