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호에서 관광 명소로: 타슈켄트 지하철의 변신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발을 디딘 후, 나는 이 도시를 더 깊이 탐험하고자 특별한 장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타슈켄트 지하철이었다. 중앙아시아에서 딱 두 곳, 타슈켄트와 알마티에만 있는 지하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구소련 국가들 중에서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다음으로 많은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타슈켄트 지하철은 1966년 대지진 이후 도시 복구의 일환으로 증축된 것이며, 모스크바 지하철과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타슈켄트 지하철은 그 자체로 여행자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지하철을 처음 타기 위해 들어선 순간부터, 역 내부에 장식된 화려한 예술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각 역은 저마다 독특한 테마와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스타일의 장식이 가미되어 있어 마치 예술 갤러리를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화려함 속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요소들이 스며들어 있어 지하철을 단순한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하나의 관광 명소로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타슈켄트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모스크바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긴 에스컬레이터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주의가 소홀하면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마다 안전 손잡이를 꽉 잡고 서 있어야 했다.
타슈켄트 지하철은 비용 면에서도 매력적이다. 교통카드는 1700 숨으로, 한화로 약 200원에 해당한다. 거리에 관계없이 단일 요금 체계로 운영되며, 버스와의 환승은 제공되지 않는다. 입장 시 가방 검사를 받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과거 지하철이 방공호로 사용되던 시절의 흔적이다. 당시에는 군사 시설물에 준하는 관리가 이루어졌고, 사진 촬영이 불법이었던 적도 있었다. 다행히도, 몇 년 전 이러한 제한이 해제되어 현재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는 관광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나 역시 아름다운 역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었다.
타슈켄트 지하철의 수많은 역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코스모나프틀라르 역'이었다. 이 역의 원래 이름은 러시아어로 '프로스펙트 코스모나브토프(Проспект Космонавтов)', 즉 '우주 비행사의 길'이라는 뜻이었다. 독립 이후 우즈베크어식으로 개명하면서 현재의 역명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역은 그 이름에 걸맞게 우주를 주제로 한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승강장의 벽은 우주를 상징하는 푸른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중간중간에는 발렌티나 테레시코바, 유리 가가린, 블라디미르 조니베코프 등 유명한 우주비행사들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 벽화들은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과거의 영광을 상기시키며, 우즈베키스탄의 과학과 우주 탐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는다. 또한, 승강장 천장에는 하늘의 별을 연상시키는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승강장 전체를 마치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는 이 역에서 시간을 보내며 벽화와 조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마치 우주로의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들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하철을 단순한 교통수단으로만 생각했던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이곳이 타슈켄트의 중요한 관광 명소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타슈켄트 지하철은 단순한 도시 교통수단을 넘어, 우즈베키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과도 같다. 각각의 역이 가진 개성과 아름다움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나는 이 도시가 가진 풍부한 역사와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우즈베키스탄 여행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타슈켄트 지하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이 도시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이었다. 여행자라면 꼭 한 번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