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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준 Sep 13. 2024

사마르칸트 : 고속열차 타고 실크로드를 달리다

고속철도를 타고 경험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여정 : 현대에서 고대로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로: 고속철도를 타고 떠난 여정


타슈켄트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로서 현대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매력이 가득한 도시다. 하지만 이번 여정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사마르칸트와 부하라 같은 역사적인 도시였다. 타슈켄트의 다양한 매력에 빠져 하루하루가 짧게만 느껴졌지만, 다음 기회에 다시 돌아와 타슈켄트의 숨은 매력을 더 탐험하기로 마음먹고, 사마르칸트로 떠날 준비를 했다.


스페인에서 온 고속철도, 아프로시욥(Афросиёб)


사마르칸트로 이동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아프로시욥(Афросиёб)’ 고속철도였다.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를 연결하는 이 고속철도는 우즈베키스탄의 교통 혁신을 상징하는 존재다. 

스페인에서 수입된 이 세련된 고속철도는 깔끔하고 편안하고 빠르다. 우즈베키스탄이 구 소련권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고속철도를 도입했다는 점은 그들의 발전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게다가, 2027년부터는 한국의 현대에서 만든 새로운 열차가 도입될 예정이라고 하니, 우즈베키스탄의 교통 시스템이 더욱 발전할 날이 기대된다.


타슈켄트 남역에서 출발


타슈켄트에는 두 개의 주요 기차역이 있다. 중앙역과 남역. 나는 남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사마르칸트로 떠났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기차는 상쾌한 아침 공기와 함께 도시를 빠져나가며, 서서히 우즈베키스탄의 광활한 평원으로 나아갔다. 


VIP석을 예약했는데, 가격은 495,000 숨, 한화로 약 55,000원 정도였다. 열차 안은 쾌적하고 조용했으며, 좌석은 여유로웠다. VIP석에는 외국인과 우즈베키스탄인들이 거의 반반씩 나누어 앉아 있었다. 각자 여행을 준비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누군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신문을 읽으며 시사 정보를 얻고 있었고, 다른 누군가는 창밖으로 펼쳐진 드넓은 풍경에 빠져 있었다.


아침의 평온함 속에 달리는 열차


열차는 기차역을 벗어나면서부터 끝없는 평원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드넓은 초원과 언덕이 이어지며, 그 위를 달리는 동물들과 드문드문 보이는 나무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경치를 구경하고 있으니 승무원이 아침식사를 내온다.


아침일찍 출발하는 기차라 그런지 승무원이 간단한 차와 아침식사를 내준다. 물론 모두 기차요금에 포함된 식사다. 아침식사를 하며 창밖을 보며 경치를 즐기니 이동하는 와중에도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이곳의 자연은 수천 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온 듯한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열차가 달리며 만들어내는 규칙적인 소리와 아침의 맑은 공기, 그리고 그 풍경 속에 빠져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곳에서의 시간을 통해 여행이란 단순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끼는 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가 사마르칸트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나는 마치 그 이동 중의 모든 순간을 내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특히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여행이란 이렇게 여유를 만끽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마르칸트에 도착


두 시간여의 여정을 거쳐 열차는 마침내 사마르칸트에 도착했다. 사마르칸트는 티무르 제국의 수도였고,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도시다. 이곳에는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여러 유적들이 자리하고 있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처럼 보였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이 도시가 얼마나 독특하고 매력적인지 느낄 수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사마르칸트의 광경은 그저 화려함 그 자체였다. 구시가지의 웅장한 모스크와 미나렛들은 과거 실크로드 시대의 영광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듯 보였다. 도시의 곳곳에는 티무르 제국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그 흔적들이 하나하나 역사책에서 보았던 그림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사마르칸트는 이제 막 여행의 시작일 뿐이며, 이곳에서 펼쳐질 많은 이야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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