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사람들은 안 가도, 외지인 대접에는 딱?
전주는 비빔밥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하지만 막상 전주 사람들에게 "전주 가면 비빔밥 어디서 먹어야 해?"라고 물어보면 뜻밖의 반응이 돌아옵니다.
"비빔밥? 굳이 그걸? 먹지마!"
인터넷에서 유명한 짤방도 있습니다. "전주에 가서 점심엔 비빔밥, 저녁엔 조점례 순대국밥을 먹겠다고 하면 전주 사람들이 개빡쳐서 진짜 맛집 리스트를 열 개쯤 뽑아준다"는 이야기죠.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요?
전주 사람들에게 비빔밥은 사실 그때그때 있는 반찬을 넣고 비벼 먹는 편한 음식입니다. 관광객들이 찾는 비빔밥처럼 거창한 음식이 아니라, 그냥 집밥 같은 개념에 가깝죠. 오히려 콩나물국밥이나 순대국밥 같은 음식이 일상적으로 더 자주 먹는 메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지인 입장에서 전주에 와서 비빔밥을 안 먹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까요? 마치 서울에서 남산타워를 안 가고,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안 보는 것처럼요.
그래서 전주 친구에게 "그래도 비빔밥은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하니, 차선책으로 전주시에서 지정한 비빔밥 업소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전주시가 인정한 비빔밥 지정업소는 총 6곳. 이왕 먹을 거면 제대로 된 곳에서 먹어보자는 생각에, 그중 한 곳인 고궁을 찾았습니다.
고궁은 전주 한옥마을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가게 규모도 커서 전주 사람들이 외지인 손님을 데리고 갈 때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식당 내부는 넓고 깔끔한 한옥 스타일의 인테리어였습니다.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지만, 그래도 허투루 만든 느낌은 없었습니다.
드디어 비빔밥이 나왔습니다.
노란 지단, 선명한 채소, 특유의 황포묵까지, 보기에도 정성이 느껴지는 한 그릇이었습니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자, 고소한 참기름 향과 함께 깔끔한 감칠맛이 퍼졌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데, 확실히 여태까지 먹었던 비빔밥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전주 사람들이 비빔밥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가 단순히 "비빔밥이 맛없다"가 아니라, "이왕 먹을 거면 제대로 된 곳에서 먹어야 한다"는 의미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주 사람들이 비빔밥을 외지인용 음식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너무 익숙하고, 매일 먹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죠.
하지만 관광객 입장에서 전주에 와서 비빔밥을 안 먹는 건 뭔가 허전합니다.
그렇다면 한옥마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전주시에서 인정한 지정업소에서 제대로 된 한 그릇을 먹고 가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요?
"비빔밥을 먹을 거라면, 최소한 전주에서 인정한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