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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책과 인쇄박물관 : 책 하나 찍는데 이런 노력이?

인쇄기 소리에 울컥했다… 춘천에서 만난 '진짜 지식의 무게'

by 타이준

강원도 춘천, 낭만의 도시.


흔히들 남이섬, 소양강 스카이워크, 레고랜드를 떠올리지만, 저는 이번 여행에서 조금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바로 ‘책과인쇄박물관’. 저번에 소개해드린 김유정 문학촌 근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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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이름 그대로 ‘책’과 ‘인쇄’의 모든 것이 담긴 공간입니다. 흔한 대형 국립박물관이 아니라, 한 사립 박물관장의 집념과 열정으로 세워진 작은 박물관이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이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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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알쓸신잡>에도 소개된 바 있는, 강렬한 인쇄 문화의 보고이기도 하죠.


1층 – 책을 찍어낸 땀과 불의 기억


입장하자마자 마주한 것은 『광인사인쇄공소』.


130여 년 전 활판 인쇄소를 그대로 재현한 공간입니다.


납 활자 주조기, 조판대, 활판 인쇄기, 활자 케이스들이 관람객을 과거로 이끕니다. 잉크 냄새, 납 녹이는 냄새, 선반 위 굳은 잔여 잉크 자국들… 마치 오래된 인쇄소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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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박물관 관리자분의 설명이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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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인쇄소에선 손가락이 끊기거나 화상을 입는 일이 많았습니다. 인쇄는 기술 이전에 ‘중노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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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머릿속을 때렸습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페이지 하나하나가 사실은 피와 땀의 기억이라는 것.


책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2층 – 조선의 숨결이 고이 담긴 고서 전시실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은 조선의 정신과 지식이 담긴 고서 전시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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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하나하나엔 시대의 바람이 묻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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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에서 붓글씨 같은 감성이 느껴지고, 누렇게 바랜 책등에서는 오래된 집 마루의 나무 냄새 같은 정취가 납니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조선이라는 시대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창처럼 느껴졌습니다.


3층 – 문학의 진심과 대중의 흔적


3층은 한국의 근현대 문학과 대중문화의 기록들이 기다리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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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유산이지만, 당시엔 일상처럼 소비되었던 책과 잡지들.


3층은 그렇게 문학의 진심과 대중의 흔적을 함께 전시하며 “책”이라는 개념을 훨씬 넓게 보여줍니다.


책이 만든 문명,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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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나서며 저는 요즘 화두인 인공지능을 떠올렸습니다.


이제는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도 만든다고 하지만… 그 기반은 결국 인간이 남긴 기록, 바로 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요?


인간과 비슷하거나, 경우에 따라선 더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닌 동물은 셀 수 없이 많고, 지능 면에서도 인간에 버금가는 종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이유, 그건 ‘기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기록을 보존하고 공유하며 진화한 능력 때문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 시작이 바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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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에 새긴 지식과 감성, 그리고 그것을 대대로 이어가려는 노력의 역사.


오늘날 AI도, 디지털 문명도, 결국 그 위대한 첫 걸음은 한 장의 책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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