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을 처음 ‘이름 붙인’ 곳, 공화춘 이제는 짜장면 박물관이 되
“거긴 뭐 볼 거 없어.”
인천 차이나타운을 이야기하면, 주변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인천에 올 일이 생기면, 늘 한 번쯤은 들러봅니다.
볼거리가 많아서가 아니라, 생각할 거리가 남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공화춘 짜장면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한국 오면 짜장면 꼭 먹고 싶어.”
예전 한국을 찾은 중국 친구들이 식당에 들어서며 했던 말입니다.
의아했습니다.
짜장면은 원래 중국 음식 아닌가?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한국식 짜장면은 중국에는 없습니다.
중국 북방에선 작장면(炸醬麪)을 먹지만, 춘장으로 볶은 고기와 양파에 전분을 풀고, 단맛이 도는 짜장 소스를 얹은 이 짜장면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음식입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짜장면은 중국 산둥 요리를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화시킨 ‘한국식 중화요리’입니다.
짜장면을 처음 ‘이름 붙인’ 곳, 공화춘
공화춘은 1908년, 인천의 화교 우희광이 설립한 요릿집이었습니다.
원래 이름은 ‘산동회관’이었고, 숙박과 식사를 함께 제공하는 중국식 객잔 형태였습니다.
1911년, 신해혁명을 기념해 ‘공화국의 봄’을 뜻하는 ‘공화춘’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이곳이 짜장면을 처음 만든 곳은 아닙니다.
그보다 먼저 산둥식 작장면을 한국에서 만들어 팔던 식당은 여럿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짜장면’이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메뉴에 올린 것은 공화춘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짜장면박물관’이 이곳에 세워진 것이지요.
짜장면박물관은 공화춘 건물을 그대로 보수해 만든 공간입니다.
2층 목조 건물 내부에는 옛 주방, 연회장, 가정식 식탁, 화교 이민사 등을 재현해 놓았고 짬뽕, 탕수육, 유니짜장 등
중화요리의 변천사도 함께 소개됩니다. 그 안을 걷다 보면 짜장면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이민자 공동체의 생존과 적응의 역사였음을 느끼게 됩니다.
낯선 땅에서 손님들의 입맛에 맞춰 재료와 맛을 바꿔가며 만든 결과물이 바로 우리가 아는 ‘짜장면’이 된 것이지요.
박물관을 나서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늘 '어디에서 왔는가'보다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더 익숙합니다.
짜장면은 확실히 한국의 음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라났고, 한국인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느 나라 음식인지 구분하는 일보다는, 그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과 사람들을 떠올리는 일이 더 중요한지도 모릅니다.
“짜장면은 한국 음식입니까?”
이 질문에 딱 잘라 답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그 맛은 한국의 어느 골목에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기억 속에 살아 있다는 것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