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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와 카카오톡 : 인싸들만 선행 패치를 했다면?

사람은 변화를 강제로 당하면 거부하지만, 스스로 선택하면 받아들인

by 타이준

예전에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가 감자를 보급하려다 실패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농민들이 “악마의 작물”이다 “가축들이나 먹는 거”라며 거부했거든요. 그러자 왕은 기묘한 방법을 씁니다. “감자는 왕과 귀족만 먹을 수 있다.”라는 법을 발표하고는 감자밭에는 근위병까지 세워 감시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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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오히려 농민들이 “대체 뭐길래?”라는 호기심에 몰래 감자를 서리했고 (감자 보급의 의도가 있었기에 일부러 왕은 저녁에는 근위병이 감시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함) , 그렇게 감자가 널리 퍼졌습니다.


최근 카카오톡 대규모 업데이트를 보며 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이번엔 모든 이용자에게 한꺼번에 패치가 적용되었죠. 당연히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익숙함을 잃는 순간, 사람들은 불안과 불편을 먼저 느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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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카카오가 “인플루언서나 상위 이용자 2%” 정도에게만 먼저 적용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지금처럼 “왜 바꾸냐!”보다 “나도 써보고 싶다”라는 반응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희소성과 FOMO(소외될까 두려움)가 자연스럽게 작동했을 테니까요. 물론 위험도 있습니다. 영향력이 큰 사람이 “별로다”라고 평가했다면 불신이 더 빠르게 퍼졌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전 국민이 동시에 불만을 터뜨리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결국 교훈은 단순합니다. 사람은 변화를 강제로 당하면 거부하지만,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면 받아들인다. 감자나 카톡이나, 시대와 맥락은 달라도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재미있는 건, 시간이 지나면서 제 주변에서도 “이제는 익숙해진 것 같다"라는 반응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낯설어 불평하다가도, 익숙해지니 또 그냥 쓰게 되는 거죠. 그렇기에 이번 카카오의 마케팅 전략은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조금만 다르게 접근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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