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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두 번 맞은 나라 리투아니아 : 국가 재건의 날

빌뉴스의 삼색 빛, 리투아니아 독립기념일

by 타이준

빌뉴스의 삼색 빛, 리투아니아 독립기념일


여행 중 어느 날, 빌뉴스 시내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사님이 요금을 받지 않으셨습니다.


순간 ‘무슨 일이지?’ 싶었는데,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알려주었습니다.


“오늘은 2월 16일, 리투아니아 독립기념일입니다.”


1918년,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금도 매년 2월 16일은 국경일로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거리에는 곳곳마다 빨강, 초록, 노란색의 리투아니아 국기가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축제가 된 듯, 사람들의 표정은 자부심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두 개의 독립, 두 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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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진정한 독립의 완성은 1990년 3월 11일입니다. 그날은 소련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국가를 다시 세운 날, 이른바 재건의 날로 기념되고 있습니다.


리투아니아인들은 두 개의 기념일을 통해 역사의 긴 싸움을 기억합니다. 1918년은 나라를 세웠던 첫날, 1990년은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우리의 역사와 겹쳐졌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는 해방의 날을 단순한 독립기념일이라 부르지 않고 광복절 빛을 되찾은 날이라 부르지요. 리투아니아의 독립기념일과 재건의 날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기억하는 광복절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광장의 삼색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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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자, 도시는 다시 한번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광장 곳곳에 삼색 국기가 흔들리고, 사람들은 깃발을 손에 쥔 채 노래를 부르며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함께 걸었습니다. 저도 그들 사이에 서서 발걸음을 맞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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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달랐지만, 그 순간의 기운은 전해졌습니다. 억압 속에서도 끝내 스스로의 나라를 지켜낸 이들의 자부심, 그 속에 흐르는 눈물과 기쁨이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으로 바라본 그날


리투아니아의 독립기념일은 긴 억압과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다시금 스스로의 땅을 지킨 사람들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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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낯선 여행자였지만, 그날 광장에서 함께했던 순간만큼은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우리 또한 아픈 역사를 지나왔기에, 그들의 환희와 울림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리투아니아의 국기가 펄럭이는 그 순간, 제 마음속에서도 또 다른 광복의 기억이 겹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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