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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교수님이 떠다닌다? : 리투아니아 대학 서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히는 이유

by 타이준

빌뉴스 대학의 숨은 보물, 구내 서점


1579년에 세워진 빌뉴스 대학은 동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입니다. 오래된 건물과 중세적인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지만, 제가 특히 기억에 남았던 곳은 의외로 구내 서점 Littera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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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걸음을 옮겼을 때, 저는 단순히 책 몇 권을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예상은 무너졌습니다. 어두운 목재와 빽빽한 책장이 만들어내는 고즈넉한 분위기 위로, 천장을 가득 메운 화려한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천장에 새겨진 역사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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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벽화는 1979년, 대학 설립 400주년을 기념해 리투아니아 화가 안타나스 크미엘리아우스카스가 그린 것입니다. 이 그림은 400년 동안 이어져 온 대학의 학문과 문화,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간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천정을 올려다보면 음악, 의학, 천문학, 미술 등 여러 학문이 상징과 인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교수와 학생들이 마치 구름 사이를 떠다니듯, 하늘로 향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책을 고르는 단순한 행위조차, 그들 사이를 거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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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에 그려진 그들의 눈빛이 지금도 후학들을 지켜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히는 이유


만약 이 벽화가 없었다면, 이곳은 그저 평범한 대학 서점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림 하나가 공간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저는 그 사실이 부러웠습니다. 단순히 책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시간과 학문의 깊이가 켜켜이 새겨진 공간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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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도 일상의 공간을 조금만 다르게 꾸민다면 전혀 다른 의미와 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바쁜 여행 일정 중의 잠시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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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뉴스 대학 구내 서점은 크지도 않고, 화려한 기념품을 파는 곳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천장을 올려다본 순간, 저는 단순히 여행자가 아니라 수백 년의 학문과 예술의 맥을 이어받은 한 사람으로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책을 사지 않아도 좋습니다. 단 몇 분이라도 그 공간에 서서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본다면, 여러분도 아마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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