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 진주가 가장 붐비는 시기 : 하늘엔 불꽃, 강엔 등불
대한민국 남쪽의 작은 도시 진주.
평소에는 조용히 강을 따라 시간이 흐르는 도시지만,
매년 10월이면 남강이 불빛으로 물듭니다.
등불이 하나둘 켜지는 순간, 진주는 일 년 중 가장 북적이는 계절을 맞습니다.
해가 완전히 저물자 강 위가 서서히 밝아졌습니다.
수천 개의 유등이 일제히 불을 밝히며 물 위를 따라 흘러갑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불빛은 마치 강이 스스로 숨을 쉬는 듯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 같고, 가까이 다가가면 사람들의 바람과 소망이 불빛마다 새겨져 있습니다.
시간이 되자 하늘에 불꽃이 터졌습니다.
형형색색의 불꽃이 남강 위를 수놓으며 번져 나가고, 곧이어 드론들이 정교한 군무를 시작했습니다.
하늘에 드론이 적은 라는 글자가 그려지고, 사람들은 환호와 감탄을 쏟아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불빛이 강과 하늘, 그리고 사람의 마음 위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불꽃이 잦아든 뒤, 사람들의 발걸음은 남강 위의 부교로 이어졌습니다.
강을 가로지르는 임시 다리는 등불 아래에서 은은히 빛나고, 발밑에서는 강물이 잔잔히 흔들렸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천천히 강을 건너며 등불 사이를 스쳐 지나갑니다.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축제의 일부처럼 보였습니다.
강을 건너 진주성 안으로 들어서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성 안에는 다양한 주제의 등불이 전시되어 있었고,
전통 탈춤, 스타워즈와 마인크래프트 등불까지 어둠 속에서 각자의 빛으로 살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웃고, 잠시 멈춰 불빛을 바라보았습니다.
성벽 너머로는 여전히 남강의 등불이 흐르고, 그 위로 희미한 불꽃의 잔향이 남아 있었습니다.
남강변을 걸으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 불빛들은 어쩌면 모두 누군가의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바람에 흔들리다 사라지는 작은 불빛이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삶과 사랑이 고요히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진주의 가을밤은 그렇게 깊어집니다.
등불은 강 위를 따라 멀어지고, 그 불빛을 남긴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