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마도 해안절벽 : 오징어 게임에 나온 그 절벽

‘서해답지 않은’ 해안 절벽

by 타이준

지도에서 보면 아주 작은 점입니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 이름은 마도입니다.


면적은 약 0.254㎢, 섬 둘레도 0.3㎞ 남짓. 여의도 면적에 1할에도 약간 못 미치는 크기. 숫자만 놓고 보면 금세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입니다.


하지만 막상 발을 들여놓고 천천히 걷기 시작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작다’는 인상은 흐려지고, 대신 풍경의 결이 또렷하게 살아납니다.


이곳이 더 알려진 계기는 드라마 때문이었습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1에서 프런트맨이 형사 황준호에게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이 촬영된 곳. 그리고 선재 업고 튀어에서 인물의 감정이 깊어지는 바닷가 장면이 담긴 장소입니다.


화면 속에서는 긴장과 감정이 폭발하던 공간이지만, 실제의 마도는 놀라울 만큼 조용합니다.


말이 달리는 모양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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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의 이름은 섬의 생김새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말이 달리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마주형’이라 불렸고, 이후 마섬·말섬을 거쳐 지금의 ‘마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은 신진도와 도로로 연결되어 있어 더 이상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은 아닙니다. 1980년대 후반 길이 놓였고, 신진대교가 개통되면서 행정적으로도 육지와 이어졌습니다.


그렇지만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전히 섬 특유의 고립감이 남아 있습니다. 바다와 땅의 경계에서 형성된 공간이라는 사실이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방파제 위의 겨울


방파제 쪽으로 걸어가면 먼저 보이는 건 관광객이 아니라 고깃배입니다.

이곳은 여전히 어업의 현장입니다. 항구에는 배들이 정박해 있고, 겨울바람 속에서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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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외투와 장갑을 낀 채,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촬영지’이기 이전에, 먼저 삶이 놓여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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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뭘 하면 되지?”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뚜렷한 관광 동선이 있는 곳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 막막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마도는 방문객에게 무엇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속도를 낮추게 합니다.


간조의 갯벌, 시간이 드러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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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방문했을 때는 간조 시간 대라 바닷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물이 가득 찼을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입니다. 갯벌 위에는 바다의 리듬과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서해는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습니다.

물이 차고 빠지는 그 과정 자체가 이곳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해답지 않은’ 해안 절벽


마도의 또 다른 인상은 해안 절벽입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잔잔한 서해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릅니다. 물빛은 생각보다 깊고, 파도는 묵직하게 바위에 부딪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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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선재 업고 튀어에서 긴장감이 극대화되던 장면이 왜 이곳에서 촬영됐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풍경 자체에 묘한 무게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가 떠난 자리에는 결국 파도 소리만 남습니다.

드라마 속 극적인 순간은 사라지고, 바람과 물결이 반복될 뿐입니다.


화면 속 장면과 현실의 온도 차이


촬영지를 찾아 실제 장면과 비교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자리에 서 있으면, 화면 속 긴장감과 현실의 고요함 사이의 간극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따금 강한 바람이 불면 그 고요함은 잠시 긴장으로 바뀝니다.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배경이 이렇게 담담할까 싶었지만, 동시에 그 묵직한 긴장감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마도는 ‘촬영지 인증’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그 배경이 된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는 편이 더 어울리는 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직은 조심해서 걸어야 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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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로는 산책로와 등산로가 이어지지만, 전 구간이 정비된 상태는 아닙니다. 일부 구간은 경사가 급하거나 길이 불분명합니다.


주변에는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도 보입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안전하게 풍경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지금은 ‘조심해서 걸어야 하는 길’이라는 점도 이곳의 현재를 보여주는 한 장면입니다.


작은 섬, 오래 남는 기억


마도 곳곳에는 쓰레기 투기 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해안가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흔적들이 보입니다. 바다와 맞닿은 공간일수록 작은 부주의가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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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은 병오년, 붉은 말의 해입니다. 말이 달리는 형상을 닮았다는 이 섬을 걷다 보니 그 우연이 괜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빠르게 달리기보다는, 잠시 멈춰 바다를 바라보게 만드는 곳.


태안 마도는 그렇게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화면 속 장면은 지나가도, 이곳의 고요함은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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