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이준 Apr 11. 2023

논란의 블랙기업에 입사하다 : 용기일까 만용일까?

스스로 블랙기업에 들어가 일해본 나의 경험

회사원이라면서 왜 회사이야기를 안 할까? : 이제야 꺼내는 나의 회사생활


브런치에 회사원 타이틀로 글을 쓰고 있지만 정작 나는 내 직장생활에 대한 내용을 한 번도 적은 적이 없다. 회사원 타이틀을 반납하고 다른 이름으로 써야 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여행가가 아니라 회사원이 맞다. 직장 생활을 통해서 나의 모든 경제활동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나의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적어보기로 했다. 나의 본업도 내 여행 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금속 공학자로서의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불확실한 시기에 내린 결정 : 위험할지도 모를 나의 선택


지금은 이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지만 나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준 첫 직장이라 꼭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내가 회사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나는 부족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는데 그래서 나의 관심사에 열정을 그대로 쏟으면서 살았다. 남들이 다 하는 것보다 조금 마이너 한 것에 흥미를 느끼곤 했다. 남들이 가 보지 않은 곳을 먼저 탐험하고 그곳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도 좋아했다. 내가 러시아에서 공부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그러했다. 나는 남들이 다 하는 선택이 아닌 러시아어를 배워서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흥미가 있는 일이면 어떤 것이든 일단 시도해 보는 성격과 부족함 없이 자란 나의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나는 조금 늦은 나이에도 취업에 대한 위기의식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주변 친구들을 바라보며 직장을 통해 인정을 받지 못하는 나 자신의 무능력함이 싫었다. 그래서 취업을 결심한 시점 그때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COVID-19 유행이 절정에 이르렀고 고용시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멈춰버렸다. 좌절감에 빠진 찰나 어느 날 나에게 취업 제의가 들어왔다.



평판이 좋지 않은 회사를 선택한 이유? : 판단을 해도 내가 하겠다!


작지 않은 규모의 한 회사였는데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그 회사를 직접 조사하던 도중 한 가지 큰 문제를 발견하였다. 그 회사는 인터넷에서 부정적인 평판을 받고 있었다. 특히 회사 오너가 직원들을 괴롭힌다는 말이 있었다. 자세히 설명은 어렵지만 인터넷에 묘사된 그 글을 읽어보면 세상에 상종 못할 블랙기업이 따로 없었다. 인터넷 주요 포탈 네이버, 다음, 구글에서 이 회사명을 검색해 보면 바로 부정적인 글들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보고 이제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제안을 거절하고 계속해서 취직 활동을 할 것인가? 처음에는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회사 직원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뭔가 나를 간절하게 필요로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런 평판 때문에 사람이 오지 않아서 회유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나는 이 회사가 궁금해졌다. 그 평판이 사실인지, 아니면 과장된 것인지 궁금했다. 직접 알아보고 싶었다. 직접 조사하지 않고 기회를 무시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능력이 필요한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기에 고심 끝에 채용 제안을 수락했다. 


나쁜 회사 그 너머를 바라보다.


회사에서의 직접 경험해 본바 인터넷에서 본 부정적인 내용은 분명히 있었다. 회사의 오너가 직원들을 괴롭히는 모습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과장된 부분도 있었다. 물론 일은 매우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퇴사의 욕구가 많았지만 힘들게 참아 낼 수 있었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좋은 동료들의 도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들어간 회사의 평가를 내린다면 부정적이다. 더 좋은 회사를 가지 못한 것은 분명 나의 잘못이다. 그런 나쁜 평판을 알고도 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탓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회사의 이런 평가와는 별개로 나 스스로 판단하고 입사 한 결정은 나는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어려울 때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동료들을 알게 되었고, 업무의 스킬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회사의 체계가 잘 안 잡혀 있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 내가 하고 싶고 궁금한 것들을 직접 해보며 성과도 낼 수 있었다.


실수는 실수이다. 잘못된 선택은 대부분 개인적, 조직적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과거의 실수나 고난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선택이 자체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불구하고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가 그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글을 남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성과 본능의 향연: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