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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준 Apr 10. 2023

이성과 본능의 향연: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노벨문학상 작가의 이야기, 감정의 깊이와 불륜의 미묘함

AI가 발전함에 따라 언젠간 인간의 영역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AI가 정복하지 못한 분야 중 하나가 인간의 감정이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바둑 대결에서 압도했지만, 승리에 대한 기쁨과 패배에 대한 분노와 같은 감정은 아직 컴퓨터가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게 인간의 감정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아직도 인간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작가들은 이러한 인간감정의 가치를 강조하는 작품들을 남기고 있으며, 이러한 작품들은 AI와 같은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감성은 소중한 것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최근 2022년 노벨상 수상 작가인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 '단순한 열정'을 읽어보았다. 이 작품은 아니 에르노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어떤 한 여자가 어떤 유부남과 불륜을 하며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표현 하였다고 한다.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 주거나 내 집에 와 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문구는 소설의 첫 문장으로 등장한다. 이것은 한 남자에 대한 열망과 집착을 표현하며, 삶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욕구와 갈망에 대한 내면적인 충동을 담고 있다.



"나는 고통스러운 미래의 쾌락 속에 살고 있었다."


지금 유부남과 아슬아슬한 밀회를 즐기고 있는 주인공은 현재의 상황을 고통스러운 미래의 쾌락이라고 표현하였다. 이것은 작품 내에서 주인공이 불륜을 통해 쾌락을 느끼지만, 이 쾌락이 불길한 미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본능으로 인해 충동에 빠져들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 고통스러움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지만 그것을 쉽사리 멈출 수 없다는 것이 인간 감정의 한계가 아닐까?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이 문장은 주인공이 자신의 사랑과 열정에 대한 불안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쫓아가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이 문장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다루는 과정에서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모순과 갈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때론 단순하지만 때론 복잡한 그 감정을 풀어내다.


'단순한 열정'은 인간의 본능과 불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성적인 욕망과 사랑의 미묘한 차이를 탐구하고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은 한 사람의 남성과 불륜 관계를 가지면서도, 그의 존재가 자신에게 가진 의미와 가치를 왜곡시키고, 결국 그 본능에 얽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성적인 욕망이 얼마나 강력하게 인간의 인생을 지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랑과 욕망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질문을 하고 있다.


사랑이 단순하고 순수한 감정일 수 있지만, 오히려 사랑이 복잡하고 모호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감정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의 서술 방식은 직설적이기도 하며, 여러 가지 은유를 통해 사랑의 복잡성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비록 길지 않은 분량의 짧은 소설이지만 독자는 이를 천천히 읽고 이해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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