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이준 Apr 08. 2023

과거의 메아리, 미래의 약속:아르메니아 대학살 기념관

비극의 흉터는 어쩌면 우리와 닮은 모습일까?

불편한 진실을 찾아가는 여행 '블랙 투어리즘'


블랙 투어리즘이라는 말을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블랙 투어리즘은 죽음, 범죄 등 인간이 언급하기 꺼려하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관광의 한 유형이다. 이것은 우리가 어두웠던 역사를 되새겨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


예레반에 있는 아르메니아 대학살 기념관은 이런 블랙 투어리즘을 잘 체험할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이다. 이 기념관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튀르크 군대에게 약 150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이 희생된 비극적인 사건 '아르메니아 대학살'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기념관을 방문하면서 아르메니아인의 경험과 일제 강점기 한국인이 겪은 고통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 나라 사이에는 지리적, 역사적 차이가 크지만, 군사적으로 강력한 이웃 국가에 의해 억압받았던 고통과 상처는 너무나도 닮았다. 이번 여행기에서는 아르메니아 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한 경험을 공유하고, 아르메니아 대학살의 인류적 비극과 전 세계의 다른 역사적 비극과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르메니아인들이 겪은 고통과 그 증언을 목격하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추모비다. 추모비의 모습은 아르메니아 민족의 영산 아라라트산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학살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불꽃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과거 아르메니아 대학살의 과정 그리고 당시의 기록물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르메니아 대학살 기념관에 들어서면서, 나는 억울하게 희생된 생명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두운 박물관의 분위기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는 박물관 안을 돌아다니며 대학살의 참상을 묘사한 사진과 문서들을 보았다. 희생자들의 사진과 생존자들의 증언은 인상 깊었다.

전시물 중에는 무수히 많은 해골 더미 사진이 있었는데, 비극을 상기시켜 주는 소름 끼치는 사진이었다.

추모관에서 가장 가슴 아픈 전시물 중 하나는 대량 학살로 파괴된 마을과 마을의 이름이 적힌 '기억의 벽'이다. 한때 번성했던 마을이 지금은 폐허로 변한 모습을 상상하며 그 이름을 읽다 보면 잔혹한 학살로 인한 인명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주제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기념관에는 절망만 있는 곳은 아니었다. 마지막 갤러리에서는 아르메니아 국민들이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을 나라를 지키려고 일어난 이야기 그리고 끔찍한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아 후손들에게 증언하는 아르메니아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기념관을 나오면서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비극과 어둠 속에서도 인간의 정신은 인내하고 살아남아 증언함으로써 수백 년 수천 년 후까지 이런 일을 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 승리가 아닐까?


치유와 화해를 위한 노력 : 어렵고 불편하지만 더 이상 피할수 없다.


이런 역사적 잔혹 행위에 대한 사과와 배상 문제는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이고, 아르메니아와 한국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두 국가 모두 정부는 다른 국가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아르메니아 정부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하여 약 150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이 사망한 아르메니아 대학살에 대해 튀르키예가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튀르키예 정부는 1915년의 사건은 대량 학살이 아니라 전시 분쟁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및 성노예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과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에 대한 수많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1965년 체결 한일 기본 조약에 의해 모든 배상이 해결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거부의 이유는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우선 국가적인 체면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과하면 배상이나 다른 형태의 보상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잘못을 인정할 때 법적, 재정적 손실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피해자들 사이에 원한과 분노의 감정이 지속될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더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화해를 향한 길에는 과거의 잘못을 기꺼이 인정하고 책임을 지려는 의지와 함께 국가와 문화 간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당장 어렵고 불편한 과정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치유와 전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다음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더 가벼운 여행, 더 스마트한 여행: 간편한 짐 싸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