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단단해져야 균형을 선택할 수 있다.
내가 단단해야 엄마도 할 수 있다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자주 둘로 나뉘었다. 아이들의 엄마인 나와, 아무도 부르지 않아도 그냥 ‘나’로 존재하던 나.
하루의 대부분은 엄마로 살았고, 가끔 아주 짧은 순간에만 나로 돌아왔다.
아이를 낳기 전의 나는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힘들면 쉬었고, 속상하면 이유를 찾았고,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어떻게든 해보려 애썼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내 감정과 생각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엄마가 된 후의 나는 달라졌다. 아이의 컨디션, 아이의 감정, 아이의 하루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내 감정은 늘 그 뒤였다. 조금 아파도, 조금 지쳐도 “이 정도쯤은” 하며 넘겼다. 그게 엄마로서 단단해지는 거라고 믿었다.
아니, 어쩌면 나로 느끼는 감정과 감각이 잠시 멈춰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모든 신경은 아이에게로 향해 있었고, 조금이라도 내가 먼저 튀어나오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경험을 여러 번 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나는 나를 더 멈추게 되었다. 나를 감추고 참아내는 일이 곧 단단해지는 방법이라고 믿으며 나는 ‘버티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단단함이란 참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오랫동안 단단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흔들리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아이 앞에서 늘 안정적인 사람. 그래서 나를 더 밀어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생각했던 단단함은 ‘참아낸 시간’이었지 ‘자라난 마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아이에게는 성장할 시간을 주면서 정작 나에게는 성장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있었다. 엄마는 이미 다 큰 사람이라는 이유로 배우지 않아도 되고, 느리지 않아도 되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스스로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불쑥불쑥 올라오는 날이면 감정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다. 참아두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날, 나는 내가 왜 이렇게 약한지 자책했다. 그때 알게 되었다.
엄마이기 전에 나의 감정이 먼저 단단해져야 한다는 걸. 나를 이해하고, 나를 다독이고,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때 아이 앞에서도 조금 더 안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엄마에게 요구하기 전에 오롯이 ‘나’ 자신에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내 감정을 돌아보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성장시키는 연습을 했다.
신기하게도 내가 단단해지려 애쓸수록 아이들 앞에서의 내 모습도 조금씩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단단해야 단단한 엄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엄마인 나, 그리고 나 자신인 나
아이들의 엄마가 된 나는 책임감이 많아졌고, 겁도 조금 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바뀌었다.
이전의 나라면 쉽게 넘겼을 일도 이제는 한 번 더 생각한다. 그건 분명 성장이다. 하지만 나 자신으로서의 나는 그동안 조금 방치되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마음속에서만 맴돌았고, 좋아하던 것들은 ‘나중에’로 밀려났다. 그 나중은 늘 오지 않았고, 그 사이 나는 조금씩 작아졌다.
그래서 요즘 나는 이 둘 사이의 균형을 다시 생각한다. 엄마인 나만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함께 자라야 아이에게도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걸. 결국 엄마가 된다는 건 건강한 어른이 된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라는지 그 마음을 들여다보면 나는 늘 같은 답에 닿는다. 건강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는 것. 그렇다면 나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은 말보다 어른의 모습을 더 오래 기억하니까. 건강하게 성장하려 애쓰는 어른의 모습을 보며 아이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고 싶어질 테니까. 아이의 성장을 돕는 일은 동시에 나를 더 바르게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아이를 키우면서 나 또한 다시 자라고 있다.
어떤 엄마,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
나는 아이들에게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대신, 자라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고, 미안하다고 사과할 수 있고, 다시 해보겠다고 말할 수 있는 엄마. 그리고 나 자신에게는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잘 못한 날보다 버텨낸 날을 먼저 바라봐주는 사람. 비교보다 성장을 선택하는 사람.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
나는 나 스스로에게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 성장이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책 몇 장을 넘기는 것,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보는 것,
나를 위한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드는 것.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다음의 나로 데려갈 것이라 믿는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의 막연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고 보니 ‘좋은 엄마’가 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방향을 바꾸었다. 좋은 엄마가 되기보다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기로.
완벽할 수는 없지만 매 순간 고민하고, 배우고, 노력하는 엄마. 그 정도라면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균형은 완성이 아니라 선택이다
엄마이자 나로 살아가는 균형은 어느 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매일의 선택이다. 오늘은 엄마의 비중이 조금 더 크고, 내일은 나의 비중이 조금 더 클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어느 한쪽을 지워버리지 않는 것. 엄마라는 이름 아래 나를 숨기지 않고, ‘나’를 지키겠다는 이유로 엄마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것.
나는 결국 엄마와 나, 두 역할을 동시에 살아가는 사람이다. (아내라는 역할까지 더하면 세 가지일지도 모른다.)
내가 단단해져 있을 때 그 역할들은 조금 수월해진다. 내가 흔들리지 않을수록 순간순간 내가 해야 할 자리에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설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엄마이자 나로, 둘 다 성장하는 방향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