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말아요

by 게인

나의 어린 시절은 '일본문화 개방'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던 시절이었다. 어릴 때 해적판이던 만화들이 하나 둘 원제목으로 들어오고, 보따리 장사를 통해서 들어오던 일본 음반들은 정식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유통되기 전에도 주변에 일본 노래를 듣는 친구들은 많이 있었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빠져 살았던 탓에 일본문화는 아주 익숙했다.




B'z, X-japan, 아무로 나미에, 그리고 SPEED.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공부할 시간이 있긴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노래를 안 듣는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메탈과 락에 빠져 살기도 했으니까. 갑자기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여하튼 위의 이름들을 보면서 다들 누군가 빠졌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글의 제목만 보고도 떠올렸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가수로 종종 꼽히던 가수가 있으니까.


ZARD - 사카이 이즈미라는 가수가.





현실은 참 팍팍하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서 살아간다. '승자독식'의 구조는 누구에게나 냉혹하다. 낭만이 사라져 버린 시대에 패자에 대한 존중이나 관용 따위는 보기 어렵다. 스포츠에서나 가끔씩 볼 수 있을까. 그러한 스포츠의 세계 역시 패자에 대한 관용은 2위 정도는 해야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은 너무 많은 상대를 가지고 경쟁을 한다.

인생은 데굴데굴 철컥하는 자판기와 같아서 그다음 순서가 항상 기다리고 있다. 이번 한 번을 버텨내도 다음이 기다리고 있다. 이게 어린 시절 문방구 앞에 있던 캡슐 자판기를 돌릴 때는 다음에 뭐가 나올지 기대라도 되겠는데, 인생의 쓴맛은 랜덤은 99% 이상 꽝이라는 것을 알게 해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의 캡슐을 열어보고 실망한다. 그리고 승부에서 졌다고 생각한다. 다음 캡슐을 연다고 해도 높은 확률로 실망할 것을 알기 때문에. 이기지 못한다면 다음 캡슐을 돌려볼 기회조차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우리가 정말 그렇게 운에 기대서 살아가고 있을까?

과정의 중요함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기기 위해 사는 것에 지쳐갈 때쯤 가끔 생각이 난다.


지지 말아요.

앞으로 조금 더.

끝까지 달려 나가요.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곁에 있어요.

쫓아가요. 아득히 먼 꿈을.


지지 말아요. 봐요. 저기에.

골은 가까워지고 있어요.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곁에 있어요.

느껴요. 바라보는 눈동자를.



https://www.youtube.com/watch?v=NCPH9JUFESA&t=129s

ZARD - 負けないで (지지 말아요)


Zard offical에서 영상을 가져오려고 했는데 방법을 모르겠어서 그냥 링크를 건다.





우리는 항상 이길 필요는 없다.

때로는 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지지 않으면 이기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뇌가 그렇게 찌들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는 많은 과정들이 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직 지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과정을 살아가고 있으며 언젠가 골에 도달할 것이다.

'이긴다'가 아니라 '목표에 도달하자'가 내용인 이유이기도 하다.





꼭 이길 필요는 없어요.

인생은 과정이에요 여러분.

지지 말아요. 우리.




여담으로 작년이 사카이 이즈미 데뷔 30주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15년이 되었다. Rest in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