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IP의 시대 - 자기 PR을 넘어서다
우리나라에서 유튜버에 도전하는 사람은 많은 정도가 아닙니다. 중고 장터에 방송 장비 중고로 올라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저도 조명과 마이크, 오인페가 있... 아무튼 그에 대해 어두운 측면이라면 성공의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유튜버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틱톡 등 불특정 다수에 대한 자기 PR이 가능한 채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모두에게 열려있다고 해서 그게 꼭 모두에게 성공의 길은 아니라는 것이죠. 누군가는 '본인의 노력에 달려있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실패하는 사람들이 다들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블록체인 관련 글에서도 가끔 말씀드리는데, 모두에게 기회의 자유가 열린 것처럼 어필하는 것은 실제로는 그 성공의 파이나 터널이 상당히 작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어도 비율상으로는 그렇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치나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무한정으로 시장이 커지지는 않으니까요. 심지어 로또라 하더라도 로또의 구매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모두가 부자가 될 확률'이 올라가는 건 아니잖아요? 올라가는 것은 기대감과 '대박'일 때의 편차치일 뿐이죠.
일본이 정점을 찍던 버블시대의 한 때 일본 도쿄의 땅을 전부 다 팔면 미국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왔죠. 미국의 상징물 중 하나였던 록펠러 센터가 미쯔비시 그룹에 팔리기도 했었고요. 그 당시의 일본의 부동산과 주식 가치는 어마어마했습니다. 그 가치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없어진 것일까요? 아니면 원래 없었던 것일까요? 이런 질문은 가상화폐나 현재의 주식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가치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무한하게 확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람 한 명이 하루에 유튜브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무한정으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 수와, 그 사람이 하루에 유튜브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에 따라서 시장 확장의 한계성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죠. 물리적, 시간적 자원의 총량은 한계가 존재하니까요.
메타버스 시장은 분명히 커지고 있고, 전부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 한계성이 명확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과 시간이라는 자원을 나눠 쓸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는 확장에 한계가 발생한다는 것이죠. 예전 글에서 다뤘던 '써로게이트'나 심지어는 '월 E'에서조차도 사람들이 가상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의 한계에 대해서 시사한 바가 있었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를 보면서 그 일시적인 가치 총량의 변화에 '무릎에서 올라타서 어깨에서 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주식해보신 분들이라면... 그게 쉬우면 다들 주식만 하고 있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우리에게 자극으로 다가오는 기회가 대부분 그런 것들이니까요. 유튜버, 인플루언서,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다르면서도 비슷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언젠가 전체 유튜브 시장이 갑자기 하락세로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내가 같이 망하는 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그렇죠.
메타(페이스북)가 확장세가 주춤거리면서 페북 인플루언서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나마 인스타그램이 버티고 있지만 언제 가치 총량이 하락할지 모르니 마치 다른 주식시장에 상장하듯이 틱톡으로 유튜브로 흩어지고 있습니다. 스트리머들도 마찬가지죠. 플랫폼을 자꾸 바꾸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이유도 존재합니다. 마치 그들의 '주식'을 산 것 같은 '구독자'를 끌고 다니기에 가능한 것이죠. 물론 실제로는 그들이 IP화 되었기에 그들을 구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IP는 PR을 넘어선 '애정'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뒤에서 언급을 따로 해야 할 것 같군요.
잘 생각해보면 결국 사람들이 깨달은 겁니다. 계층의 사다리의 기준은 이제 '현재 가치'가 가장 핵심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다들 미래에 대성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보다 현재의 잔존가치가 더 높아지는 방향을 택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극단적으로 나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가치가 '자기 PR'로 인해 정해진 경쟁 체제나 그룹 안에서만 유효하다면 급변하는 변화에 대해서 대응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에서 잘 나가고 인정받던 사람이 다른 경쟁 집단에 가서 도태되거나 적응 못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자신의 경쟁력이 지금처럼 분야를 파괴하고 옮겨 다녀야 하는 시대에서는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는 걸까요?
제가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된 출발점 중 하나는 바로 '진로'에 대한 역설계에 있습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진로에 관해 고민도 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며 고민해 왔습니다. 지금도 본업이 그게 아니긴 하지만 관성에 의해서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니 깨닫게 되는 점들이 몇 가지 있던 거죠.
어떠한 직업들은 시대가 지나면서 도태되고, 어떠한 직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 탄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직업 종류의 총량은 과연 늘어나고 있을까요? 아니면 줄어들고 있을까요? 누구나 손쉽게 대답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당연하게도 직업 종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숨만 쉬고 있어도 어디선가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을 때, 그에 최적화된 '진로'나 '진학', 또는 어떤 '커리어'적인 경로가 존재할까요?
지금 탄생하고 있는 직업의 대부분은 오랜 시간 숙성되고 누적된 기술과 가치에 의해서 탄생하지 않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기준의 '오랜 시간'이라는 것은 적어도 '세기'에 걸쳐서 형성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주 예전부터 이어져 오는 직업들이 그러하듯이 말이죠.
예를 들어, 프로게이머가 직업화된 것은 채 20년이 되지 않습니다. 아니, 직업화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게 '안정적인' 직업화가 된 것은 그보다도 짧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스포츠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종목이 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민속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꾸준히 대회가 만들어지는 스타크래프트만 하더라도 프로리그는 불미스러운 상황 한 번에 없어져버렸습니다. 일반 스포츠에서도 과연 그럴까요? 야구, 축구, 농구... 승부조작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던 종목은 없습니다만, 여전히 리그는 돌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팬들의 숫자에는 변화가 있지만요.
물론 현재 프로게이머가 가장 활발한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최근 중국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있었음에도 리그가 없어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것이 다른 스포츠와 달리 수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종목이 수명이 다해갈 때도 그렇게 될지는 의문입니다. 종목 자체에 수명이 있다는 것은 이것이 여타 스포츠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약간 어긋난 것 같아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이런 '새로운 것들'은 항상 새로운 진로를 제시합니다. E-sports 해설의 산 증인인 전용준 캐스터는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합니다. 처음 자신에게 스타크래프트 해설을 부탁하신 분이 이게 언젠가 다른 스포츠들처럼 중계될 날이 올 거라고 했을 때 믿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말이죠. 하나의 분야에는 수많은 연관 직업들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대부분은 기존의 진로와 다른 루트가 발생하죠.
초반의 프로게이머의 진로라는 건, 그냥 집에서 게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랭크가 높아지고 유명해지면 컨택이 되는 형태였죠. 지금은 아카데미 제도도 있고, 전문적인 교육도 존재합니다. e-sports 학과도 존재해서 관련 행정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진로를 예전의 진로교육이 쉽게 쉽게 제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그저 게임을 하는 것 이외에 진로지도를 받을 부분이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진로 진학을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유튜버에 대해서 어떻게 진로 지도를 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개인적인 노력으로 진로를 알아보고 지도해 주시는 경우도 많았지만 학교도, 학과도 적합한 진로가 없는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물론 결국 관련학과 같은 것을 억지로 만들어 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유튜버는 '그런 루트'로 직업에 입문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자기 IP의 시대는 어떠한 직업과 진로에 대하여 이전과 다른 접근방식을 요구합니다.
모든 가수들은 이제 'SNS'를 더 이상 '인생의 낭비'라고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IP는 그들의 노래와 작품 활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 자체를 IP화 해서 타인에게 '구독'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돌들이 춤과 노래 연습에 빠듯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브이로그나 스트리밍을 통해서 자신들의 '팬'이자 '구독자'들을 늘리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예전과 달리 그들의 IP가 그들의 인생 자체를 송두리째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훨씬 많은 그들의 삶을 할애하기에 엄청나게 피곤한 삶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고전적인 접근 방식의 진로다 하더라도 앞 글에서 언급했던 웹 3.0의 시대에 맞는 실시간 연결의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기존의 진로나 사회체계는 그들을 자신들의 밑에 묶어놓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자격증 및 학력과 학위를 강화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말입니다.
프로그래머는 예전부터 그런 고전적 방식의 진로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었습니다. 여타 직업이 끝끝내 학위나 학력을 중시하는 반면, 프로그래머만큼은 포트폴리오가 없다면 코웃음을 칩니다. 고등학교 대학교들은 자신들의 고전적 진로 직업의 틀에 그들을 맞추기 위해서 관련 학과나 진로를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이 '프로그래밍' 바닥에도 조금씩은 학력과 학위 '장사'가 먹히는 것 같은 틀을 만들었습니다. 최소한 공교육이 아니면 공기관이나 직업교육기관을 통해서라도 루트를 밟게 만든 것이죠.
제가 올리는 글 중에 '교육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라는 매거진이 있습니다. 이 쪽에서 최근 언급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입니다. 둘 다 현재 가장 핫한 미래비전 중 하나인 블록체인의 최종 미래인 '메타버스'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것들이죠. 마인크래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몇조라는 돈으로 게임사가 인수되기도 했습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 나이트'와 더불어 게임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계의 3 대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게임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유저층의 연령대가 낮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트 나이트'의 인기가 낮지만 적어도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는 유명하죠.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는 저 연령층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형이라는 이야기죠.
갑자기 프로그래머에서 왜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는가 싶을 수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들의 특징은 '엄청난 종류의 유저 맵, 또는 유저 게임'에 있습니다. 즉, 새로운 게임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렇게 장기간 이어져 오면서도 새로운 게임을 계속 접하게 되고 빠져나가는 사람만큼이나 사람을 유지하는 게 가능한 겁니다. 그럼 누가 그런 것들을 만들고 있는 걸까요? 게임사가 만드는 걸까요?
초창기에는 전문 게임사가 만드는 경우가 더 많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로블록스 개발자 중 상당수는 게임 관련 학과나 프로그래밍 관련 교육을 배운 적도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게임을 즐겼기 때문에 자신들도 거기에 흥미를 가지고 IP를 만드는 데 참여하게 된 케이스가 많다는 거죠.
외국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로블록스 개발자도 중고등학생이 많고 당연히 전문적인 교육이나 학과를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친구들이 '루아'라는 생소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해가며 스크립트를 짜고 게임을 만들어보고 있는 것이죠.
부모의 영향으로 미취학 시절부터 유튜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고등학생이 틱톡이나 SNS로 인플루언서가 되려고 뛰어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활발하게 인스타나 틱톡을 사용하는 세대 중 하나가 중고등학생이기에 그들은 관련 학과나 진로에 대한 케어가 없이 그 길로 뛰어드는 거죠. 학교와 진로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방식의 진로교육이 가능할까요? 과연 예전 방식의 진로 접근으로 그 친구들을 재단할 수나 있을까요?
그와 동시에 이런 측면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자기 IP의 시대를 살기를 원하고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관성처럼 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 많을까요? 아니면 이 무한한 자유 '처럼 보이는 것'을 선호하면서 무한경쟁에 내던져지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느 한쪽만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럼 과연 자기 IP의 시대를 살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고전적 진로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냐는 것이죠.
실제로 큰 변화는 없습니다. 딱 자기 PR의 시대 정도에 멈췄습니다. '고전적 진로 루트'라는 것들은 말이죠. 전공을 하고, 경쟁 끝에 관련 회사에 취직하고... 경쟁은 여전히 극심하고 말이죠. 그럼 별로 변하지 않은 게 아닌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데요?
변한 부분이 없는 게 아닙니다. 고전적 진로를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벼락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눈에 보이는 소수의 '성공한 자기 IP 그룹'은 고전적 진로의 수년에서 수십 년 공부와 시험과 경력을 통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더 낮게 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나 빼고 다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으로 '벼락 거지'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자기 PR은 그 그룹에 있지 않으면 신경 안 써도 됐지만 모두에게 어필되는 자기 IP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앞서 살짝 언급한 주식, 코인, 블록체인, 부동산 등등 투기가 더 이상 불법처럼 느껴지지 않는 사회가 되면서 더욱 고전적인 방식의 가치 접근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직업은 그냥 거들뿐. 돈은 재테크로 벌어야 한다는 이상한 사회가 성립이 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 유혹에 비견될 만큼 진입장벽이 낮고 가파른 성공이 가능한 (확률이 낮은 건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자기 IP형 사회를 지금 당장 뛰어들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결국 주식에 빠지고 부동산에 휩쓸리는 것처럼 기회만 되면 휩쓸릴 마음은 가득하다는 것이죠.
아쉽고 슬픈 이야기지만 모든 진로의 끝이 다 성공은 아닙니다. 그건 아주 예전부터 늘 그래 왔습니다. 경쟁이 시작된 이후에, 그리고 경쟁이 심화된 이후에는 더욱 그렇죠. 제가 계속 자기 IP의 시대라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타인의 IP를 구독하는 사람의 비율과 자기 자신이 직접 IP를 만드는 사람의 비율을 따져본다면 여전히 '창작자'그룹에 비해서 '구독자'의 비율이 높습니다. 실제로 유튜브 계정을 만들고 올려보는 사람은 많지만 그게 '유튜버'가 될 만큼 오래가는 사람의 비율을 상당히 적습니다. 저만 망했던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이야기의 초반부에 언급했듯이, 가능성이 넓게 열렸다는 건 무한경쟁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IP를 구축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구독 경제'로 이어지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입니다.
인간관계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회가 무너져 내리면서 우리는 더 결합하기 쉬운, 그리고 끊어내기도 쉬운 관계들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던 가족, 친척, 학교, 직장 등 사회의 연결고리들을 끊어내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고립될수록 새로운 방식의 연결고리를 원하고, 그 연결고리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연결도, 해제도 쉬운 관계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커뮤니티, 팬, 구독자 등에서 '소속감'을 느낍니다. 익명성이나 '페르소나'를 뒤집어쓰고 활동을 하면서도 말이죠. 실제로 대부분의 IP를 만들어 구독을 끌어모으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구독자나 팬층을 애칭으로 부르거나 가족, 또는 친구들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가족과 사회는 해체되어 가는데 넷 상에서 연결고리도 없는 누군가가 친근하게 불러주면 거기에 더 소속감과 사회적 연결을 느낍니다.
즉, 이러한 자기 IP 시대의 기반은 '구독 경제'에 있고, 이러한 구독 경제의 장기적인 핵심은 오히려 삭막해진 사회의 정보와 냉철한 판단이 아니라 '애정'과 '사회적 소속감'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부분은 '스트리머'들을 보면 더 극단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반말과 욕설을 섞어서 쓰는 스트리머가 그렇게 많은데, 거기에 그들은 더 친근감과 애정과 소속감을 느낍니다. 왜일까요?
현실의 친구와 현실의 사회에서 내가 원하는 인간관계는 오프라인으로 엮여있기에 내가 원하는 완벽한 모습이 되기 힘듭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구축된 관계는 사실은 언제든지 끊어낼 수 있다거나, 내가 원하는 모습을 위주로 보여주기 때문이죠. 또한 현실에서 하면 안 되는 나쁜 짓들을 대신해주는 대리적 충족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구독과 좋아요로 하트를 날려 응답하죠. 물론 애정 담긴 '도네이션'도 있지만요.
자기 PR은 누군가를 밀어내고 떨어트리고 밟고 올라서야 하는 시대의 초상이었습니다. 자기 IP는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 냉혹합니다. 밟거나 떨어트릴 상대도 없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측면이 더 큽니다. 그리고 이렇게 개별화된 특성이야말로 동시에 '애정'이라는, 'attractive'라는 측면이 더 작용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라는 IP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한동안 '같이 공부하는 스트리밍 방'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스트리밍으로 중계합니다. '먹방'은 이미 외국어 사전에도 등재되었을 정도입니다. 우리는 내 가족이 먹는 모습에서 먹방을 보지 못하고 왜 인터넷에서 타인이 먹는 모습에 만족감을 느껴야 할까요? 분리되어 있다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면서 애정은 필요한 그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는 걸까요? 그러한 모든 일시적인 친근감들이 다 성공적인 IP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구독 경제의 기저에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결국 자기 IP 시대는 '경계의 붕괴'에 의한 시대입니다. 사회의 경계가 붕괴되었고, 전문분야의 경계가 붕괴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성이라고 부릅니다. 학위나 학력에 의한 진로가 틀어지기 시작했고, 인간관계에 대한 경계도 희미해졌습니다. 우리는 그것도 가능성이라고 포장합니다.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와 계속 봐야 할 사람들보다 인터넷과 카메라 뒤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믿게 되는 신뢰의 경계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그러한 과도한 가능성의 바다에 던져진 그들은 고립된 현재의 상황에 돌고 돌아 다시 '애정'과 '믿음'에 기대고 있습니다.
저는 1편에서 무한경쟁과 '평가된 현재적 가치'가 자기 IP 시대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붕괴의 시대에 '현재적 가치'에 핵심을 두고 만들어진 자기 IP의 시대는 과연 '진실한 애정'과 '진실한 믿음'을 주고받게 될까요?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남았지만 다시 이야기할 기회는 있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저에게 데이터의 경계를 넘어 애정을 담아 '구독'하시고 계시다면 말이죠.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게임,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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