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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Apr 17. 2022

개근상을 매일 주세요

출석 보상과 BM

 교육 일을 하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는 어처구니없는 말들과 싸우는 거였습니다.


 교육에 일시적 체험을 끼워 넣고 '재미있어하면 좋은 수업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에 대해 그렇게 재미랑 경쟁하시려면 게임이랑 하셔야죠. 애들한테 그 수업 들을래 피시방 가서 게임할래 하면 이길 자신 있으세요?라고 답을 했습니다.  아니 내가 생각해도 재미만 있는 걸 할 거면 게임을 하고 만화를 보고 말지 뭐하러 교육을 받겠어요? 맨날 게이미피케이션을 주워다 섬기며 교육을 기획하는 저여도 당장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물론 지금은 거의 할 시간이 없지만. 단순히 제가 하는 것뿐 아니라 타인이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게임 스트리머들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취향에 안 맞는 케이스도 있지만 동네에서 친구 집에서 모여서 서로 타박을 줘가며 게임을 하던 분위기도 나고요. 시간이 없어진 제가 어떻게든 게임을 하려고 하면 가장 그럴듯한 방법은 모바일 게임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바일 게임도 꽤 했었죠. 


 세간에는 저 같은 사람이 많아서 단순한 모바일 게임들도 출시가 많이 되었고, 심지어는 진짜 진짜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방치형 게임'이라는 것도 존재합니다. 아니 존재하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많아요. 그냥 방치만 하는 게 뭐가 재밌어요? 아니 나라고 해서 방치하고 싶겠어요? 시간이 없으니 방치라도 하고 그 사이에 모인 '자원이나 점수 따위'로 대리 만족을 하는 것이지. 


 여하튼 그런 방치형 게임과 같은 것의 세계도 생각보다 넓고 경쟁도 심합니다. 


아이들은 이제 모바일 환경을 유아기부터 접합니다. 게임도 그만큼 빠르게 접하게 되죠.


 중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 보면 가끔 수업 중에 방치형 게임을 돌리고 있는 친구를 발견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도 학교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고, 그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수업시간일 수밖에 없죠. 그리고 수업시간에 게임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뭐 학생들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양심이 있는 친구들이라서 쉬는 시간에는 직접 플레이할지언정 수업시간에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게임사들, 그중에서도 3 대장이라 불리는 대형 게임사들이 존재합니다. 흔히 '3N'이라고도 불리는 엔씨, 넥슨, 넷마블이죠. 어떻게 봤을 땐 서로 약간 영역이 다릅니다. 엔씨는 '린저씨'라는 논란을 끌고 다니며 옛날 리니지에 심취했던 나이 들고 돈 많은 게이머들 위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죠. 넥슨은 한 때 '돈슨'이라는 별명이 있었고 메이플스토리와 던파를 비롯하여 '초등학생들의 가장 큰 문화상품권 고객'이었습니다. 그래서 애들 코 묻은 돈을 뺏는다는 뒷말도 왕왕 들었죠. 그리고 넷마블은 가장 잡다하게 서비스를 했는데 대표적인 모바일 방치형 게임 계열들이 넷마블로 퍼블리싱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각기 다름에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다들 비슷한 목소리를 냅니다. 당연하게도 그것이 이들의 'BM(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죠. 이런 확률형 아이템의 존재가 이들 주머니를 채우고 회사들을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기업들 중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선물의 좋은 점은 열기 전까지 뭐가 들어있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나쁜 점도 뭐가 들어있을지 모른다는 거지만요.


 고객들의 주머니를 터는 게 '확률형 아이템'이라면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요소도 필요하죠. 그래서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출석 보상'을 지급합니다. 매일매일 접속만 해도 무언가를 주는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하는 거죠. 심지어는 기본 출석 보상에 시기별 이벤트 기간에는 더 많은 재화를 주기도 합니다. 일주일이나 한 달마다 가치 있는 아이템이나 심지어는 '확률형 아이템'을 지급해 주기도 하고요. 




 교육이 BM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교육은 게임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교육에 크게 동기부여가 없습니다. 시험을 잘 볼 것 같아서, 새로운 것을 배울 것 같아서 두근거리는 게 아니라 못 보거나 밀려날까 두려워서 공부를 하는 거죠. 가기 싫은 발걸음을 옮겨서 학교에 가고, 심지어 학교폭력이나 교우관계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매일매일이 즐거워서 꼭 가고 싶어서 학교에 온다는 친구는 10명에 2~3명이 겨우 될까 말까였습니다. 그것도 수업이 재미있어서 오는 친구는 그 이하였고요.


 반면 게임은 어떨까요? 재미도 있고, 출석 보상처럼 내가 재능이 있거나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게 있기도 합니다. 그런 게 없는 게임은 대신 화려한 그래픽이나 재미있는 게임적인 요소가 가득하죠. 심지어는 게임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시 안 볼 사람들도 많아서 관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교우관계'라는 사회관계만으로도 버거운 아이들에겐 자유로운 세상이죠. 


 심지어 공부하고 머리를 써야 겨우 따라가는데도 허덕거리는 학교 수업에 비해, 접속하고 놀다 보면 레벨도 오릅니다. 잘 모르거나 처음 하는 '뉴비'들한테 우쭐댈 수도 있고 내가 도와줄 수도 있는 '고인 물'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한참 우쭐해 있는데 누군가 나보다 더 잘난 척을 하면 어차피 서로 직접 볼 사이도 아니니 거리낌 없이 익명성을 빌어 '욕설'을 날리기도 하고요. 


적어도 출석 보상에서는 "루저"가 없죠.


 학교에서 개근상을 받으려면 1년 내내, 아니면 3년 내내 아프지도 말고 열심히 다녀야 했습니다. 그런데 게임은 일주일만, 한 달만 단 1분이라도 접속하면 선물을 줍니다. 심지어 매일매일 주고 일주일이나 한 달마다 아주 좋은 선물을 주죠.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훨씬 매력적일까요? 이러한 경향이 코로나로 인해 더 커졌을지 작아졌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뜻 생각해봐도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아요.




 학교에서는 방과 후 교육이나 여러 가지 체험 교육을 진행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는 외부 수업의 시간이죠. 거기에 대해서 행정처리가 복잡하면 선생님들 입장에서 좋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대부분의 외부 수업은 '업체'를 통해서 일괄로 처리하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갖다 붙이기 나름이겠지만 가장 첫 번째로는 교육 단가를 낮출 수 있고, 두 번째로는 행정처리를 업체에 많이 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체험교육강사들은 대부분 개별적으로 자신의 분야를 하던 분들이거나 전공을 졸업하고 아직 취직하거나 자리잡지 않은 강사들이 개별적으로 학교와 컨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업체들이 학교와 컨택하기 시작했고 교육 단가가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도 돈도 덜 들고 행정처리도 간단한 업체를 선호하면서 그런 강사들도 뿔뿔이 흩어지거나 아니면 '업체'의 밑으로 더 적은 돈에 심지어 수수료를 떼이면서 들어가게 됐습니다.


 업체는 당연히 BM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BM은 대부분 '박리다매'에 있습니다. 그들이 애초에 학교를 설득했던 이유가 '더 저렴하면서 더 편리한 교육을 제공하겠다'라는 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자신들이 주류가 되면 자신들도 더 좋은 교육도 개발하고 강사들에게도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지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본인들은 했다고 할지 몰라도 단 한 번도요. 


 결국 업체들에는 단가를 낮출 만큼 낮춰서 전문성과 과목 이해도, 그리고 교육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없고 키트만 돌리는 강사들만 남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어있는 구조죠.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지금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학교들은 뒤늦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업 만족도도 그렇고, 실제로 수업을 지켜보게 된다면 이 교육의 장기적인 효과는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요. 아니 애초에 교육청 지침 자체가 업체에 유리하게 내려왔던 것을 보면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었죠.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사실 교육 현실은 우리가 어릴 때에 비해서 엄청 바뀐 것은 없습니다. 다만 아이들의 접하는 전체적인 사회의 현실이 바뀌어가는 것이죠. 전통적인 진로교육은 학위와 학력이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연예인, 인플루언서, 유튜버, 프로게이머, 프로그래머 같은 직종들은 대부분 그런 것을 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바라는 상위의 꿈이 엄청난 기간을 경쟁하고 거쳐서 시험과 면접, 취업 지옥을 통과하는 방향에서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죠.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학교에 가면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가상화폐'나 '주식'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의 '일확천금'에 대한 꿈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학생의 대부분이 주식을 경험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거죠. 누군가의 대박은 소문만 무성하고 대부분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제공합니다. 자신을 제외하고 다 부자가 되고 있다는 '벼락 거지'같은 말을 확대 재생산하며 언론은 그들 나름대로의 주판알을 튕기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공부를 해야 할까요?




 대안학교도 많습니다. 심지어 홈스쿨링을 하는 학생들도 많아졌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가 자신들이 꼭 속해야 하는 사회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학교를 벗어나는 것이 대단히 어렵고 무슨 큰 일이라도 되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세상과의 연결고리는 스마트폰이죠. 가출을 하든 뭘 하든 스마트폰만큼은 손에서 놓지 않을 뿐입니다. 


 사회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교육의 변화는 너무 느립니다. 행정처리도 너무 복잡하고 오래된 방식의 답습에서 변화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틀 안에 서로 엮여 있습니다. 가벼우라고 만들어놓은 대안학교는 또 그것대로 문제가 존재합니다. 교육 이념에 따라 운영하고 유지되는 대안학교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또한 만의 하나 그렇게 운영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 교육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대안학교 수업을 했던 기억에 따르면 더욱 그렇죠. 사실 이미 대안학교 1세대는 30대를 넘어 사회의 1선에서 무언가 보여줄 수 있는 나이니까요.  


이제 순위보다 배지의 시대입니다. 1등만 기억하지는 않아요. 증명의 종류가 많아진 거죠.


 고교학점제조차도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직업의 세계와 환경의 변화 속도는 고교학점제를 넘어서 전공과 학력의 경계가 무너지고 자유 경쟁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전통적인 환경의 진로설계가 유효하긴 하지만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학교는 얼마나 이 친구들에게 유연함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그건 선생님들 자질 문제나 학교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직된 교육시스템 자체의 문제에 더 가깝겠죠.








 저는 개근상을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어릴 때는 계속 아팠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에는 3학년 때 쓰러져서 출석을 못했던 날이 있어서 받을 수 없었습니다. 단지 그 하루 때문에 저의 출석 일지는 그다지 의미가 없게 되었죠. 학교에 매일 나갔던 것은 친구들과의 기억이나 수업을 들었던 것 이외에 그렇게 별다른 것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성적과 대학교가 학교 교육 시스템의 결과라고 생각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대학교 교육도 그렇고요.


 차라리 개근상을 매일 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한 달을 모으면 한 달짜리 특별 개근상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게임도 아무리 출석 보상이 좋아도 본편이 재미없으면 금방 출석 보상을 포기합니다. 학교라는 사회의 경계성이 사라져 가는 사회에서는 3년짜리 개근상은 의미가 없습니다. 학교는 결국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것들과 경쟁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오히려 무언가 다른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 걸까요? 그 답은 제가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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