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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May 12. 2022

가상화폐 폭락과 커뮤니티

구독 경제인가 다단계인가

 우리는 '커뮤니티'라는 말을 의외로 자주 씁니다. 유명 미드의 제목이기도 하죠. 실제 사전적 의미로만 따지면 '지연에 의해서 자연 발생적으로 이뤄진 공동 사회'정도로 정의되지만 활용되는 의미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지연'에 '가상공간'이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말이죠.


 커뮤니티가 처음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끈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하이텔이나 천리안 같은 곳에서 '친목동아리' 개념에서 시작했죠. 특정 게시판을 활용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지만 그리 범용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커뮤니티라는 말이 사용된 건 PC통신을 넘어 인터넷의 발달로 '사이트'가 보편화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유력합니다.


 동아리와 커뮤니티의 차이는 뭐였을까요? 동아리를 이어받은 건 '카페' 시스템입니다. 어떤 특정한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형태를 이어받았죠. 사실 카페도 일종의 커뮤니티로 볼 수는 있습니다만 보통의 커뮤니티는 사이트를 일컫게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말 그대로 '사회'가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카페들은 특정 주제에 대한 속성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커뮤니티도 어떤 특정 성향이나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사진, 디카, 야구, 격투기 등 다양한 주제로 출발한 사이트들도 점차 커뮤니티 성향을 띄게 되었습니다. 잡다한 세상 이야기와 재밌는 인터넷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이트들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입니다. 물론 이게 커뮤니티의 전부는 아니죠. 그저 정보교환을 하는 게 아니라 '소속감'을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을 커뮤니티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뮤니티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이거 하나로도 몇 개의 글이 나와야 할지 몰라서 일단 이 정도에서 멈추고, 갑자기 왜 커뮤니티를 블록체인과 연결시켜서 이야기하게 되었는지 말씀드려야겠군요. 


이번 사태는 비트코인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신뢰의 붕괴가 연쇄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돌고 있죠.


 최근 '루나'와 '테라USD'등이 폭락하면서 가상화폐시장이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두 코인의 규모와 위치를 생각해볼 때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테라USD의 경우 최근 각광받는 스테이블 코인의 선도적 역할을 하던 코인의 하나였고, 디파이를 비롯한 탈중앙화를 부르짖는 금융시스템의 중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말이죠.


 제가 올렸던 글 중 '가상화폐의 진화와 배신'이라는 글에서 잠시 스테이블 코인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때 스테이블 코인을 다루면서 언급했던 부정적인 면이 '스테이블 코인이 실제로 그만큼의 실물 통화를 비축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테라USD'는 실물가치를 확보한 게 아니라 '루나'를 통한 돌려막기를 시도했고, 루나는 다른 가상화폐들처럼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확보했기 때문이죠. 


 겉보기에는 엄청 혁신적으로 보이겠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냥 무너져버릴 수 있는 구조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테라USD는 '스테이블 코인'의 이유인 1:1의 달러 가치를 지켜내지 못했고, 심할 때는 0.6달러 선까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게 의미하는 건 결국 스테이블 코인이 안정자산이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그 여파는 루나에 이어졌고, 루나의 기본자산인 비트코인까지 동반 폭락에 들어섰습니다. 


 수많은 다른 스테이블 코인들은 선을 긋고 있습니다. 애초에 코인끼리 돌려막기를 시도한 '테라USD'의 방식은 무너질 수밖에 없던 거라는 이야기죠. 하지만 실제 나머지 '스테이블 코인'역시 그만큼의 '실물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완벽하게 확인시켜준 케이스는 없습니다. 결국 가상화폐는 실물가치에 비해서 과다하게 비대해졌고, 언젠가는 거품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까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현재의 가상화폐 소용돌이의 근원이죠.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 테라USD의 CEO는 30대 초반의 젊은 CEO인데 애플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회사를 만들어 굴지의 기업으로 키웠습니다. '권도형'이라는 한국계 CEO가 있는 '싱가포르'회사입니다만, 흔히 세간에서 부르는 '김치 코인'의 하나로 분류됩니다. 


 이 권 CEO는 이번 사태 이후에 각종 매체나 SNS 등을 통해서 '테라의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고 회복의 텀이 길어서 발생하는 문제일 뿐'이라며 커뮤니티의 신뢰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커뮤니티는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입니다. 어째서 안정적이라는 가상화폐가 커뮤니티에 호소를 하는 걸까요? 




 지금의 MZ세대에게는 까마득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IMF를 겪은 세대들에게는 '외환보유고'라는 말이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외환보유고가 없으면 외국에서 우리나라 돈을 엄청나게 팔아버리는 것만으로도 국가가 휘청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그래서 악착같이 외환 보유고를 늘렸고, 어느 정권에서 약간씩 낭비하고 써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최저선은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국가가 휘청이지는 않을만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죠. 어떤 면에서는 화폐를 상품이라고 봤을 때 국가의 화폐가 잘 팔리는 것은 감당만 할 수 있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요나 공급의 부족에 의해 계약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위약금과 신뢰의 붕괴에 의해서 난장판이 벌어지는 겁니다. 


실물화폐와 1:1 대응되는 스테이블 코인이 대부분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국가와 같은 '대형 커뮤니티'에서도 발생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하지 않는 정부를 만난다면 말이죠. 그리고 한 때 스테이블 코인 시가 총액 3위에 이르렀던 테라USD와 암호화폐 시가 총액 10위권에 있던 루나는 그 위치로 봤을 때는 '안정성'이 보장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연동 알고리즘'을 통해서 스테이블 코인을 가상화폐로 이득을 얻게 하거나 떠받치는 기이한 '무한동력 알고리즘'을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그건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지적당하고 있는 부분이죠. 




 그럼 이들은 왜 '커뮤니티'에 호소하는 걸까요? 결국 가상화폐는 사회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신뢰가 무너진다면? 아마 회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그런데 이러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가치 판매 방식은 또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판매방식이 바로 '다단계'죠. 실제 상품이 좋아서 쓴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국 다단계는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많은 사람들이 쓸 것이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리고 그게 실패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단계에 들어간 사람들에게도 돌아오죠.


 가상화폐를 비롯해서 얼마 전에 언급한 NFT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커뮤니티에 엄청나게 신경 씁니다. 그들 자신도 알고 있죠. 커뮤니티에서 자신들을 신뢰하지 않는 순간 자신들의 가치는 거품이 된다는 것을 말이죠. 가상자산이 말 그대로 '가상자산'인 이유입니다. 비트코인이 처음 나오자마자 비싸지 않았던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이 코인이 진짜로 가치가 있다고 믿기 전까지는 가치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거죠. 예전 글에서 말씀드린 조개껍데기가 화폐로 쓰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정말 뭔가 부실하고 유약하게 보이는 연결이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를 쌓아왔습니다. 그들도 멍청하지는 않기에 실물가치를 기반으로 연동하려는 시도를 끝없이 반복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가치는 실물가치와 가상 사이의 '갭'에서 온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적절히 과장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구독이라고는 신문밖에 모르던 세대도 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모델로 삼은 것은 '다단계'를 넘어선 '구독 경제'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구독 경제는 '돈을 내고 참여하는' 구독 경제이기에 하나의 회원권처럼 흘러가고, 그 회원이 되었을 때 타인들보다 혜택을 받거나 우월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무언가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죠. NFT의 BAYC가 벌였던 오프라인 파티처럼 말입니다.


 마치 판타지 소설 속 신화 같은 이야기죠. 의심하는 순간 힘을 잃는 것이 가상의 가치입니다. 이미 제물을 갖다 바친 사람들은 갈아타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자신들의 '신앙 사업'이 커져서 모시는 '코인님'이나 'NFT님'이 더 힘이 세지기를 바라는 겁니다. 본인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자기도 모르게 그런 구조에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블록체인 자체의 핵심은 '보안기술'입니다.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위조'가 없는 가상화폐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토큰' 자체는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서 '인증'의 영역에도 발을 들여놨습니다. 하지만 금융범죄는 '위조지폐'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다른 부분에 취약점을 보이는 거죠. 은행이 털릴 수도 있고, 지갑을 소매치기당할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이 막을 수 있는 것은 시스템적인 보안이지 사람과 사람 간에 발생하는 다른 사기에도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마치 그런 것처럼 홍보를 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사기라는 이야기입니다. 


 매번 이런 글을 쓸 때마다 하는 변명이지만 저는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자체를 허구나 사기로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스테이블 코인 역시 '실제로' 그들이 가상자산에 대응하는 '실물자산'을 비축한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마치 외환보유고처럼 말이죠. 그런데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가파른 성장을 위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실물자산'에 비해서 '과도하게' 사업을 키웁니다. 우리는 이미 그런 것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실제 사회에서 봤잖아요? IMF 시절 대우라든가 버블 붕괴 당시의 일본은 실체가 있었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었으며, 실물자산도 가지고 있었지만 문제는 과다 계상된 허구의 가치가 존재했다는 것이었죠. 아직도 누군가는 그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반발하실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경제시스템은 '기대가치'를 품고 있기에, 실물가치보다 과다 평가되는 그들의 행동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사실 그렇게 실물가치만으로 평가하지 않기에 엔젤투자 같은 것도 있고 '가능성'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언제나 투자는 리스크를 품고 있습니다. 항상 성공하지는 않아요. 즉, 어떤 경우에는 실물가치 이하로 평가를 당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과대평가받는 것은 당연한데 과소평가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 형편 좋은 이야기가 어디 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과대평가를 우리는 '거품'이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믿고 싶은 것'과 '믿을 수 있는 것'을 구분하기는 너무도 힘든 일입니다.


 그 거품의 기반은 '가치에 대한 기대' 그리고 그 기대의 근거로 제시한 청사진에 대한 '신뢰'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신뢰가 거짓이거나 아주 낮은 확률을 포장한 것이라면 어떨까요?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다단계는 그렇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상자산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다단계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겠죠. 투자를 결정한 사람들은 신뢰를 공고히 하거나 의심하기 위해서 커뮤니티를 참여하게 되고, 가상자산을 굴리는 입장에서는 그들을 붙잡아두기 위해서 어필하는 상황이라는 거죠. 그런 '유료 구독자' 또는 '회원'의 기반 하에 발생하는 가치가 그들의 핵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Youtube나 SNS에서 누르는 구독에 대해서 무료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구독 경제에 그다지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구독은 무료가 아닙니다. 그 구독은 정치인들이 원하는 한 표와도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죠. 예전에 비하면 많은 것들이 구독 경제의 형태를 끌어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시대의 변화는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어떤 구매나 관심에 대해서 독점이나 충성심을 요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구독'이라는 수단으로 그들과의 연결고리를 붙잡으려 합니다. 대부분 한 번 구독한 것을 강제로 끊는 '수고로움'을 쉽게 하지는 않기 때문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 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음원 서비스, OTT, 가상 드라이브, 편집 프로그램들까지 수많은 것들이 구독 경제의 형태에 뛰어드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가끔 느끼게 되죠. 뭔가 석연치 않게 어디선가 구독 경제에 의해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말이죠.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구독 경제나 회원권은 그런 것과는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본질은 비슷한 곳에 있습니다. 어떠한 기대감과 신뢰를 근원으로 하죠. 그리고 그 신뢰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그들은 커뮤니티를 구성합니다. 약간 지불하는 가치가 다르긴 하지만 마치 스트리머나 유튜버가 자신들의 구독자들을 애칭으로 통칭하여 커뮤니티처럼 만드는 것과도 비슷하죠. 연예인과 팬클럽 역시 비슷한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구독 경제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닙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었고 심지어 커뮤니티는 사람이 무리를 지어 살기 시작하면서 등장했으니 정말 오래된 기반을 갖고 있죠. 오랜 기간을 거쳐 의미의 변화를 가져온 이 두 가지가 지금 현재의 가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신뢰의 가치는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실제의 사회와 커뮤니티는 붕괴되어가는 이 시대에, 가상의 세계는 구독과 커뮤니티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우리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게임,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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