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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May 27. 2022

가상화폐와 마이너리티 리포트 (1)

수많은 경고문들은 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가?

 2002년, 필립 K. 딕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톰 크루즈 주연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2054년의 워싱턴을 배경으로 미래 사회의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 다룬 영화였죠. 이름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소설과 영화의 내용에 약간 차이가 있는데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예측하면서 살아갑니다. 물론 그러한 예측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고 확률의 문제지만 적어도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으면 하늘을 살피며 우산을 들고나가게 됩니다. 자연에 대한 예측도 중요하지만 인간에게는 서로를 예측하는 상황들이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양보하고 알아서 행동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교통신호 같은 것은 필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교통신호가 없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우리는 그 상황을 직접 겪지 않아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통신호'와 같은 것들은 '예방'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거 아니냐?'라고 말이죠. 특정 영역에 대해서 '접근금지'를 걸어놓는다거나 물건에 도난방지 택을 다는 것도 일종의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CCTV 같은 경우도 같은 이유로 서양권에서는 반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의 내용처럼 강력 범죄에 대한 '메이저리티 리포트'와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률적 시스템은 '기본적으로는' 범죄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률과 제도가 있음에도 우리는 끊임없는 범죄와 마주하게 되어있죠. 이미 발생한 범죄조차도 처벌받는 비율이 높지 않다면 예방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멀리 간 것 같아서 원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와 보죠. 이번에 IMF에서는 루나-테라 사건을 피라미드 사기에 가깝다고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1대 1로 대응되는 스테이블 코인의 특성상 20%의 고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 자체가 사기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뭐 실제로 테라폼 랩스 자체가 사무실도 사라져 버렸고, 현재 50조에 달하던 자산은 어디로 사라졌는가에 대해서도 오리무중입니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전 세계의 가상화폐 시장뿐 아니라 현실의 경제에도 영향이 있을 정도의 사건입니다. 


피라미드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오히려 인류의 미스터리일 뿐이죠.


 궁금한 점은 '왜 IMF는 테라와 루나가 승승장구하고 커져갈 때 미리 막지 못하고 이제 와서 피라미드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후약방문'에 가깝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것이죠. 


 저도 예전 글에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다루면서 부정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중 3번째 항목이 바로 이번에 터져버린 대응 실물자산의 부재 부분이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가상화폐로 다시 떠받드는 이 구조는 결국 가상화폐에 어디선가 끊임없이 돈이 빨려 들어온다는 가정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테라 이전에도 동일한 형태의 스테이블 코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심지어 그러한 코인들은 잠시 나왔다 사라진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한 동일 유형의 스테이블 코인과 테라의 차이점은 시스템적인 차이나 다른 곳에 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이 '메이저리티 리포트'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돈이 몰리고 테라의 커뮤니티가 형성된 시점에서 스노볼은 구르고 있었던 것이죠. 




 2017년, 가상화폐 시장이 폭발하기 시작한 이래로 정부는 꾸준히 가상화폐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가상화폐로 돈을 벌던 수많은 사람들의 빈축을 샀죠. 터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의 생각에 '마이너리티 리포트'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인은 광풍이 불었고, 그 해 겨울, 대폭락을 겪게 되었습니다. 가장 웃긴 점은 그때 사람들의 반응은 국가가 왜 강력하게 제재하지 않았냐고 물었다는 것이죠. 국가에서 강력하게 제재했다면 어땠을까요? 과연 벌어지지 않은 사건으로 강력한 제재를 취한 것에 대해서 문제 제기가 없었을까요?


도박을 끊게 해 줬다고 고마워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돈 딸 기회를 빼앗겼다고 생각하죠.


 아마 엄청나게 반발했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다며 난리가 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가정일 뿐입니다. 그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며 발뺌하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죠. 평행세계라도 있다면 모를까 우리는 그러한 가정법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리포트를 내고 '예방적' 행위를 하는 데에 있어서는 수많은 반발이 따릅니다. 그 반발이 '마이너리티'라면 상관없지만 '메이저리티'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민주적 방법에 의한 선거든 아니면 혁명이든 어떠한 방식으로 그러한 '예방적' 행위에 대해서 강력한 반향이 돌아올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정부든 IMF같이 거대한 기관이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숨줄이 달려있기 때문이죠.




 저같이 별 영향력 없는 사람들조차도 '가상화폐'나 '메타버스', 'NFT'와 같은 것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때는 조심스럽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현실에 기반한 예측이다 하더라도 '돈'이 걸려있는 사람들의 절실함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이 '메이저리티'에 가까운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그나마 브런치라서 댓글이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것만큼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제 자신이 말을 거르고 조심해서 쓰고 있는 영향도 있겠죠.


 실제로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수많은 경고가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쏟아지고 있고요. 그럼 차이는 뭘까요?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그들의 경고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불과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미디어는 이미 '특정 영역의 편'으로 편입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흐릅니다. 그리고 예전에 다룬 적 있는 '알고리즘의 늪'이 사람들에게 '메이저리티 리포트'쪽으로 그들을 강화시킵니다. 심지어 그러한 흐름을 알고리즘과 미디어가 임의로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죠.










 그래서 실제로 수많은 경고가 있다 하더라도 그 흐름이 '메이저리티'인 상황에서는 그 경고 표지판을 쳐다볼 환경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마치 서핑보드를 탄 것처럼 기분 좋게 흐름을 타고 가다 보면 어느 순간 파도는 사라지고 망망대해에 내팽개쳐지는 거죠. 파도를 원망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들은 다시 바닷속으로 숨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들은 바다의 일부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그 바다를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게임,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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