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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Aug 09. 2022

매개자의 역습

개별 생산자의 사회가 갖는 모순

 매개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개념 자체는 아주 익숙합니다. 중개인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거든요. 무언가의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제가 문화예술교육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에 문화예술교육은 매개자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그 당시의 예술교육은 기능교육에 가까웠기에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형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중간 단계를 필요로 했습니다. 그래서 몇 년 간 매개자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거의 잊힌 이름입니다. 












 우리가 아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매개자는 아마도 '중개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개인'이라면 자연스럽게 공인중개사가 가장 먼저 생각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이 직거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중개인이 없다면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심지어는 지금은 중개인이 있어도 불안한 시대입니다. 깡통전세부터 시작해서 무시무시한 사례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는 무섭습니다. 있어도 당할 건 당하지만 말이죠.


 사실 우리는 중개거래에 대해서 더 일찍 배웁니다. 학교에서 이미 유통과정에 대해서 배우면서 도매와 소매 등의 개념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생산자에게서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변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거래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왔고,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예전보다 많은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용팔이'라고 부르던 용산의 컴퓨터 부품 거래가 있겠군요. 


 괜히 용산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게 아닙니다. 내용이 어렵고 사람들이 잘 모르고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일수록 중개를 통해 이익을 남기기 쉽습니다. 해외직구가 활성화되기 이전에는 외국에서 덤핑처럼 물건을 떼어와서 파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저가 물품이나 흔히 말하는 '짝퉁'을 들여와서 파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더욱 신뢰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중개거래에 대한 불신에 불을 붙인 것은 온라인 쇼핑몰이었습니다. 초기의 온라인 쇼핑몰들은 거래 내역에 관한 책임은 지지 않고 돈만을 끌어모았습니다. 광고에는 아낌없이 돈을 썼지만 고객관리에는 쿠폰만 뿌려댈 뿐 별 관심이 없었죠. 기억에 따르면 경쟁이 어느 정도 심화된 이후에도 별 차이는 없었습니다. 괜히 혼자 더 잘해줘서 좋을 게 없었던 거죠. 그렇게 국내 쇼핑몰 시장이 흘러가다가 해외 쇼핑몰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변화합니다. 


 아마존은 둘째 치더라도 알리 익스프레스 조차도 생각보다 배상 시스템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훨씬 고객을 많이 보호해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다만 외국 시스템이라 언어적으로 불편함이 있을 뿐이었죠. 배대지 같은 걸 활용해야 하는 측면만 제외한다면 가격적 메리트는 말할 것도 없고 안정성이나 품질마저 국내를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블랙프라이데이'는 기름을 부은 격이었고, 중국 역시 '광군제'를 통해서 엄청난 세일을 퍼부었습니다. 


코로나 기간 중에 극과 극으로 갈린 것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쇼핑몰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이 유통의 매개자에 해당하는 쇼핑몰들은 엄청난 이익을 올렸습니다. 아마존의 베이조스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그 잘 나가는 수많은 IT 기업들 사이에서 당당히 자리를 잡았고, 결국 사업을 확장해서 IT 분야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중국의 마윈은 알리바바를 통해서 손꼽히는 부호가 되었고, 우리나라의 쿠팡도 미국에 상장해서 엄청난 금액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한동안 늘어나던 직거래는 장단점이 너무 명확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신뢰의 증거를 필요로 합니다. 쉽게 사기를 당하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로 중간에 거래를 책임져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거죠. 오히려 직거래는 '중고거래'앱이 압도적으로 가져갔습니다. 한 때 네이버 최대의 카페 중 하나였던 중고나라를 시작으로 지금은 중고거래 앱들을 통한 거래가 활발합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부작용도 같이 발생하고 있지만요. 한 때 인력거래에 대한 직거래앱도 늘어났지만 지금은 그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그저 업체들의 새로운 홍보창구가 하나 늘었을 뿐이라서 직거래의 장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수수료의 발생에 대한 부담은 소비자가 가져갈 뿐입니다.  




 넘치는 중개업들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박판에서는 유명한 말이 하나 있습니다. 돈은 언제나 하우스가 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글에서 살짝 다뤘습니다만, 가상화폐 시장의 증가로 돈을 번 건 개인들보다 거래소였습니다. 국내 최대의 거래소를 관리하는 회사는 같은 분기에서 '현대자동차'를 뛰어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심지어는 중개업의 특성상 매출 중 순이익의 비율이 80~90%에 달합니다. 어마어마한 금액이죠. 그 금액을 토대로 금융업에 발을 걸치기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주식이 나락으로 가고 있지만 작년 초만 하더라도 미칠듯한 상승장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정말 주식하는 사람이면 거의 다 돈을 버는 기이한 시절이었습니다. '곱버스'라도 하지 않는 한 말이죠. 그런데 그때의 수익률 추이를 살펴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수익률이 높았고,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젊은 층 보다 수익률이 좋았습니다. 이유가 뭐였을까요? 젊은 사람들이 경험이 없어서 투자를 못한 걸까요?


거래량의 증가가 확신할 수 있는 건 하나뿐입니다. 수수료로 한몫을 챙기게 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한 원인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합니다. 여성보다 남성이, 그리고 젊을수록 같은 기간에 더 많은 주식거래를 했습니다. 사고팔고를 끊임없이 했다는 것이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수수료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승장의 긴 호흡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결국 그 유래 없는 호황 역시 증권사의 잔치였습니다.


 며칠 전 미국은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감행했습니다. 벌써 3번째 이어지는 자이언트 스텝에 전 세계의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우려와 함께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올해 전반기의 은행은 역대 최대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대출이 늘어났는데 금리가 올랐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심지어 코로나로 나간 대출의 많은 부분을 국가가 보증하거나 감당하고 있기에 상당히 안전한 대출자산이기도 합니다. 은행들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기 위해서 쉬쉬 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화제가 되는 기업들은 물론 대기업들입니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당연하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에게 밀접하고 영향력을 주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바로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회사들이죠. 네이버도 카카오도 지금은 단일 사업만 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근간은 '메일링 서비스'와 '포털'에 있습니다. 인터넷의 정보를 분류하고 연결해주는 매개 사업이 그들의 근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통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업들에 손을 뻗었죠. 


해외의 난다 긴다 하는 포털 서비스도 국내에서만큼은 참패를 면치 못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플랫폼이 돈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 심지어는 저에게 취업사기를 쳤던 첫 직장의 사장조차도 2007년에 지금의 직방이나 다방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기에는 돈 안 쓰고 해결하려는 마인드가 글러먹어서 문제였지만 말이죠. 특히 2000년대 말이 가장 플랫폼에 관심이 넘치는 시절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플랫폼 사업을 해서 돈을 만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핵심은 '유지'에 있었지만.


 결국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지 플랫폼 역시 매개자입니다. 포털도 매개자입니다. 이 사회는 기본적으로 매개자들이 힘도 있고 돈도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늘 말하는 것처럼 '정보의 과다'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래서 네이버에 중고나라가 존재했음에도 그걸 더 편리하게 정리하고 나눠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중고거래 앱이 뜨게 됐습니다. 그리고 쏟아지는 부동산 정보를 더 쉽게 찾기 위해서 다방이나 직방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나왔습니다. 수많은 인터넷 개인 쇼핑몰들을 모아서 입점시킨 인터넷 쇼핑 플랫폼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인터넷과 가상공간으로 들어가면 매개자의 역할은 더 커집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유튜브도 매개자입니다. 유튜버들은 유튜브라는 매개자와 소속사라는 매개자까지 두 개를 거쳐서 여러분들을 만납니다. 스트리머들도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를 거치는 형태죠. 처음에야 다들 자신들에게 기회를 준 매개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거로 스트리머가 이적했던 사건, 그리고 스트리머와 소속사간 분쟁들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라는 것은 그쪽 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알 겁니다. 심지어는 이런 양지의 경제뿐 아니라 음지까지 포함한다면 더욱 매개자의 횡포는 커집니다. 불법 사설 인터넷 도박장이라든지 성매매 중개 사이트도 있으니까요.


 사실 매개자의 권력은 언제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네이버에서는 검색에서 상위에 뜨게 하기 위해서 돈을 받고 등록을 시켜줬습니다. 쇼핑몰에서도 파워딜러는 단순히 많이 팔아서 올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닌 경우도 많았습니다. 포털의 노출도 권력이었고, 그 노출에 따른 광고비만 하더라도 엄청난 수익이었습니다. 결국 매개자나 플랫폼의 영향력은 얼마나 유명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정보가 모이는가에 달려있습니다. 


해외의 포털 서비스는 죄다 국내에서 실패했지만 유튜브는 다릅니다. 현재 부동의 이용률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이러한 매개자로 모이는 권력이 가져오는 것은 생산과 소비의 비효율성입니다. 매개에 많은 돈이 투입되면 생산자의 이득은 줄어들고, 소비자의 혜택도 줄어듭니다. 실제로 대부분 매개자는 초반에는 '유통과정의 혁신'을 통해서 일반적인 매개 과정에 비해 유통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는 부분에서 이익을 발생시킨다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시장'이 되고 나면 경쟁업체들도 전부 같은 매개 과정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 그들은 유통상 발생하는 우위라는 게 없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어디서 이익을 발생시켜야 할까요?


 그래서 그 시점이 되면 생산자가 가격을 더 낮추거나 소비자에게 알게 모르게 더 뜯어내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갈수록 불만족스러운 시스템이 되지만, 이미 공룡이 되어버린 매개자에게는 대항하기 어렵습니다. 대안이라고 나오는 매개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그렇게 마치 도박판에서 하우스만 돈을 벌듯이 매개자들의 배가 불러갑니다. 그리고 여느 도박장에서 홍보하듯이 일부 미끼 상품을 마련합니다. 좋은 상품이 엄청난 세일을 한다든가 엄청난 매출을 올린 생산자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처음 배달앱이 나왔을 때 여러 가지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배달앱을 선택했습니다. 처음 온라인 쇼핑몰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개자는 더 편해지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마케팅을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뭔가 이익을 제공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죠. 대표적으로 쿠폰이나 출석 보상 같은 것이 있습니다. 한정 세일 같은 것도 그렇고요. 


 하지만 언제나 끝으로 가면 갈수록 결과는 비슷합니다. 도박장에서 하우스가 돈을 엄청 벌면 그 하우스는 이제 문을 닫습니다. 그리고 새로 열겠죠. 왜냐하면 더 이상 뽑아먹을 호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새로 열어서 다른 곳인 것처럼 새로운 호구를 구해야 합니다. 매개자는 덩치가 커지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엄청나게 뽑아먹습니다. 그리고 단물이 다 빠지면 새롭게 뽑아먹을 구조가 생길 때까지 유지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업자를 하나 더 만들어서 소비자들을 그쪽으로 다시 불러서 굴립니다. 


라스베이거스가 어째서 돈 많고 화려한 도시일까요? 도박장을 제공하기만 했는데도 말이죠.


 매개자의 시대에 생산자로 사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매개자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직거래 시스템과 소비자 보유 현황을 자랑하면서 자신들을 마치 기회의 땅인 것처럼 포장하거든요. 웹툰, 웹소설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대량생산을 하는 대기업들과 달리 개인 생산이 커져가는 시장에서는 매개자가 갑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구조는 반복됩니다. 각자도생 하는 개인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건 다름 아닌 달콤한 말로 그들을 묶어놓을 매개자들입니다. 












 위에 실컷 비판했지만 가장 어이없는 점은 그 매개자가 없으면 무너지거나 고사해버릴 시장이나 생산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비자 역시 불편을 겪겠죠. 자주 하던 이야기지만 정보는 갈수록 늘어나고 우리는 그 정보를 중간에 한 번이라도 정제하고 걸러주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생산자가 엄청난 양을 생산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농업 기반이라 생산자는 오랜 기간을 키워서 한 번에 판매하면 됐습니다. 그 이외의 기간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생산과 소비 패턴은 엄청나게 빠른 사이클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잠시 눈에서 멀어지면 도태되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했을 땐 소비자에게 지속적인 접근이 중요한데 그 키를 매개자가 쥐고 있습니다. 그게 지금껏 중개인들이 해오던 일이었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중개업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매개자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하여도 매개자가 없는 세상은 없습니다. 당장 지금 매개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유통구조의 개선을 내세우며 기존의 매개자를 대체하고 나온 사람들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결국 횡포를 부리는 매개자와 아직 횡포를 부리기 전의 도움을 주는 매개자라는 두 가지 구조로 작동하는 셈이죠. 그런 면에서는 계속 매개자가 순환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밥에 그 나물이 되어버리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고달픈 생산자를 면할 수 있을까요?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게임,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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